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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2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 열한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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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열한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 《人間敎育の最重點 環境敎育論》, 松永嘉一, 玉川學園出版部, 1931.5.3.

《인간교육의 최중점 환경교육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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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책을 둘로 바라봅니다. 

‘읽을 책’하고 ‘읽은 책’입니다.

 ‘손길 닿을 책’하고 ‘손길 닿은 책’이며, ‘기다리는 책’하고 ‘품은 책’입니다.

‘새책’이라면, 읽을 책이자 손길이 닿기를 기다리는 책입니다.

‘헌책’이라면, 읽은 책이자 손길이 닿아 품은 책입니다.

광주 계림동을 걷다가 〈문학서점〉 앞을 지나가던 어느 날,

어쩐지 제 손길이 닿기를 기다리는 책이 있겠다고 느꼈어요.

미닫이를 열고 들어가서 처음 쥔 책은 《人間敎育の最重點 環境敎育論》입니다.

이웃나라 한쪽에 총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쪽에 ‘사람을 가르칠 적에 눈여겨볼 터전은 무엇인가?’ 하고 조곤조곤 짚는 이야기를 펴는 사람이 있군요.

우리는 1931년 무렵에 우리 스스로 어떤 터전으로 이 나라를 가꾸어야 한다고 여겼을까요?

총칼에 눌려 입을 다물기 일쑤였을까요, 어린이를 헤아리며 어른답게 참말을 외쳤을까요?

오랜 책 안쪽에 붉은글씨 ‘瑞坊公立普通學校 印’이 있습니다.

‘서방공립보통학교’는 광주군(광주광역시) 서방면에 1921년 10월 4일에 연 배움터요,

1927년 ‘제2보통학교’로,

1938년 4월 1일에 ‘광주 북정공립심상소학교’로,

1950년 12월 1일에 ‘광주 수창국민학교’로,

1996년 3월 1일에 ‘광주 수창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답니다.

누가 읽고 건사한 학교도서관 자취일까 어림하다가,

우리는 우리 발자취랑 손자취를 배움터나 책숲부터 너무 손쉽게 버린다고 느꼈어요.



 

Emotion Icon

 

 


Emotion Icon 《寫眞藝術의 創造》, A.파이닝거 글, 최병덕 옮김, 사진과평론사, 1978.6.30.

《사진예술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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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살림에 후줄그레한 사진기를 쓰는 저를 딱하게 여긴 어른 한 분이

2000년 겨울에 “사진을 좀더 잘 찍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무렵 제 두 달치 일삯을 치를 만한 찰칵이를 사주신 적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찍는지 알아야 한다며 ‘김기찬 골목 사진 전시회’에도 끌고 가서 보여주었고요.

작은 전시관 한켠에 앉아서 ‘손님 없는 곳’을 지키던 흰머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분이 김기찬 님인 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2005년 8월 27일에 김기찬 님은 찰칵이를 내려놓고서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해 9월에 서울 용산 어느 ‘갤러리’에 김기찬 님 책(소장도서)을 드렸다(기증)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10월 8일 용산 헌책집 〈뿌리서점〉에 갔더니

“어, 최 선생, 오늘 좋은 사진책이 잔뜩 들어왔어. 여기 와서 보시게!” 

하고 부릅니다.

무슨 사진책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김기찬 님 책’입니다.

“사장님, 지난달에 ○○갤러리에 드린 책이라고 들었는데요.”

“그래? 그런데 다 고물상에 버려졌던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이날 차마 책더미를 들추지 못 했습니다.

이레 뒤(2005.10.15.) 다시 와서 ‘안 팔리고 남은 부스러기’인 《寫眞藝術의 創造》를 삽니다.

붉게 밑줄 그으며 읽은 자취가 고스란하고,

책끝에 ‘김기찬 1979.3.17.’ 같은 글씨가 남습니다.

이튿날 충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며 ‘2005.10.16. 동서울→무극’ 표를 꽂아 놓습니다.

2005년 이무렵, 저는 이오덕 어른 글(유고)을 갈무리하며 지냈어요.

헌책집 〈뿌리서점〉 지기님은

“나중에 들어 보니 그 갤러리에서 자기들 책하고 겹치는 책은 다 버렸다고 하더라고.

귀하지 않은 책은 버렸다고 하더구만.”

하고 뒷얘기를 들려줍니다.

책 안쪽에 남은 “동방서림 22-1207 구내 3404” 쪽종이를 살살 쓰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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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