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ol. 22

INSIDE

[세렌디피티] 미주서적에서 책을 산 1991년의 L

섬네일20221224_102054.jpg

 
Serendipity 
예기치 않은 메모나 물건을 발견하다
 
미주서적에서 책을 산 1991년의 L 
《문학과 역사와 인간》에 적힌 서명
 
 
 

헌책에 새겨진 서명은 때로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30여 년이 지난 연도표기에 낯선 감정이 들기도 하고, 헌책에 새겨진 서명이 문단에 이름이 알려진 작가 혹은 평론가로 추정될 때 그 헌책은 괜히 더 특별해지곤 하니까요. 


그 작가 혹은 평론가는 왜 이 책을 책장에서 정리했을까? 그 작가 혹은 평론가는 이 책을 읽고 어떤 글을 썼을까? 그 작가 혹은 평론가는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시간을 역추적하며 지금은 헌책이 된 이 새 책의 책장을 넘기며, 읽고, 생각하며 글쓰기의 자료로 사용했을 그 작가 혹은 평론가의 손길과 눈길을 떠올려봅니다.    

 

 

KakaoTalk_20221223_112850606.jpg

 

 

오늘 그 작가 혹은 평론가의 서명을 발견한 책은 《문학과 역사와 인간》(한길사, 1991년)이었습니다. 

 

 

[꾸미기]KakaoTalk_20221223_112850606_03.jpg

 

 

책 뒤표지를 한 장 넘겼을 때 작게 적혀 있던 서명을 보고, 저는 바로 L문학평론가를 떠올렸습니다. 이 책이 문학평론가들이 쓴 한국 문학 그러니까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비평한 평론집이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지금은 한 대학의 교수가 된 L문학평론가가 국어국문학과 학생일 때 공부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2000년대 초중반, 문학비평계 안에서도 비주류적 입장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던 L평론가였기에, 대학생이던 L평론가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그저 이름 세 글자와 책을 구매한 날짜를#기록 했을 뿐인데도 이 헌책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은 특별한 헌책이 되었습니다.          

 

 


[꾸미기]KakaoTalk_20221223_112850606_02.jpg

 

 

오래전에 새 책이었을 지금의 헌책을 포장하며 붙인 서점 스티커 역시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책을 포장해서 팔 만큼 책을 선물처럼 여겼던 당시 문화, 서점이 자체 스티커를 제작할 만큼 책이 많이 팔렸던 90년대 초반의 문화. 지금은 당연히(!) 사라지고 말았을 ‘미주서적’ 스티커에는 그렇게 시대와 관련한 다양한 추억이 담겨 있었습니다.Emotion Icon

 

 

신간서적.참고서.성경.찬송

미주서적

청량리미주상가A동 962-12**

 

 

아아. L평론가가 다닌 대학이 바로 그 동네 청량리에 있었으니 이 책은 정말 L평론가의 책이 맞나 봅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평론가가 그 책을 산 시절로부터 무려 30년이 지났지만 청량리에는 아직도 미주상가 A동이 있답니다.

 

 

미주상가A동_httpsm.place.naver.complace18863115photo#photo.PNG

▶ 미주상가 A동 입구 사진 © 네이버 플레이스

 

 

KakaoTalk_20221223_112850606_06.jpg

 

 

헌책에 기록된 서명과 구매 날짜, 포장까지 살펴보니 흥미롭지 않으세요? 헌책에는 이 책을 누가 어디서 어느 시절에 샀는지 추정할 수 있는 기록들이 켜켜이 남아있네요.Emotion Icon 이렇게 헌책에 담긴 당시를 떠올려보니 마치, 스마트폰의 상태를 보고, 그 스마트폰 주인의 최근 이력과 가족관계까지 꿰뚫어 보았던 BBC 드라마 <셜록> 시즌1 에피소드1의 셜록이 된 기분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