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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1

SPECIAL

[오은의 오늘의 시] 헌책_여행 속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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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여행 속 여행

 

                       오은


 

 

여행 전날 밤


빗소리

바람 소리

비바람 소리


비바람은 불고 바람비는 내리고


책장은 비바람에 나부끼다가

바람비에 일순 눅눅해진다


비바람을 뚫고 바람비를 헤치고

아침 일찍 여행을 떠난다


여행 갈 때 책을 가져가면 

잔소리가 들이친다 비바람처럼  

꽃 한 송이라도 더 봐야지, 대체 무슨 책이야! 

핀잔이 쏟아진다 바람비처럼 

여기까지 와서 독서야? 견문은 현장에 있다고!


비가 그치고 바람이 멎은 틈,


여행지에서 다시 떠나는 여행처럼

타지(他地)에서 타지(他紙)로 이동한다


헌책은 새로운 곳과 어울려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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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시인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