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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1

INSIDE

[서울책보고 직원이 요즘 읽는 책] 서울책보고 직원이 요즘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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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책보고 직원이 요즘 읽는 책


《그래도 괜찮은 하루》 

구작가(구경선), 위즈덤하우스, 2015.


운영관리팀 S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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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캐릭터 전성시대에 살고 있구나라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페르소나로 익숙한 개념이, 최근 사회적 트렌드로 떠오르며 일명 ‘본캐’와 ‘부캐’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스스로를 특정 캐릭터 화해서 자신의 역할과 모습을 직접 만들고 보여주며 사회를 더 다채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 재밌는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때때로 시샘하기도 한다. SNS나 메신저 등을 통해 시각화된 캐릭터들 역시 많이 볼 수 있는데 때론 말보다 더 효과적인 소통 도구처럼 사용되며 비슷한 감정 혹은 정서를 나누며 친밀감을 느끼도록 돕기도 한다. 좋아하는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홀로 이런저런 생각과 분석 아닌 분석을 이어가다 책 한 권이 눈에 띄어 앉은자리에서 완독하기를 다짐하며 책을 꺼내들었다.

 

시선을 잡아끄는, 예쁜 병아리색의 양장 도서, 《그래도 괜찮은 하루》. 이 날따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랐고, 여러모로 하루가 참 길다고 느꼈다. 그런데 책등에 적힌 제목을 보니 마치 책이 나를 다독이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소설 혹은 작은 동화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표지를 보니 수년 전 그날을 떠올리게 만드는 캐릭터가 있었다. 눈을 꼬옥- 감은 채 볼이 발갛게 익은 하얀 토끼, ‘베니’가 서있었다. 그걸 보니 이미 과거부터 우리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각자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구나 싶었다. 앞선 생각의 연장선에서 아주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을 집어 들다니 한편으로 놀랍기도 했다. 또한 작은 집-미니 홈피-이란 이름 아래, 각자의 방을 형상화한 공간과 작은 나-미니미-, 지금의 팔로워, 팔로잉을 일촌 맺기라고 했던 그 공간, 그곳에서 작은 나, 작은 집과 그 배경을 꾸미고자 도토리로 다양한 것들을 구입하곤 했던 것이 떠올랐다. 꽤 많은 이들이 이 공간의 안팎을 꾸몄다. 이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보다 많은 곳에서 상업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시절 작가님들은 꽤나 인기가 꽤나 많았으니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시겠거니 막연하게 긍정했던 것이 덩달아 떠올랐다. 지금도 몇몇 캐릭터들은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보관한 추억 상자를 열듯, 설렘을 담아 책장을 넘기던 나는 조금 당혹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얀 토끼 ‘베니’의 밝은 모습처럼, 작가님의 모습은 정말 밝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나는 좀 더 천천히 페이지를 넘겨야 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갈수록 이름난 캐릭터의 창작자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과 안일함에 마음 한 구석이 따끔했다. 누군가에게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도록, 은근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캐릭터를 통해 그저 귀여움 혹은 재미만을 취했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창작물을 좋아하고, 사용할수록 그 창작자가 느낀 기쁨과 행복의 크기도 작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마치 짧게 편집된, 그렇지만 아주 사실적인 애니메이션과 같은 구경선 작가님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통해 삶을 꾸리는 모든 것에 당연한 것은 없지만 스스로에게 더 큰 가능성과 희망을 걸고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책장을 덮으니 삶을 채운 수십만, 수백만 개의 더하기와 빼기들이 느껴져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삶이 흠잡을 데 없이 완전하고 또 완벽한 행복 동화일 수는 없고 보이는 삶 이외에, 그 저편을 감히 어림짐작 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더 자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각기 다른 삶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결국 ‘그래도 괜찮은 하루’들로 영(0)에 수렴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은 그날 하루도, 글을 쓰고 퇴고를 하며 돌아본 하루도 모두, ‘그래도 괜찮은 하루’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극복해낸 그 이후에는 결국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고 말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로를 건네는 책이었다는 감상과 함께 책 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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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힘겨웠던 시간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