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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

SPECIAL

[오은의 오늘의 시] 헌책_멈춰버린 이야기

오은 리스크.jpg

 

 

 

 

헌책

―멈춰버린 이야기


                     오은

 

 

 

좋게 말해서

주인공은 용감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힘없는 나는

막힘없는 주인공에게 매료된다


주인공은 내가 가지 않은 길로 간다

내가 가지 않을 길로만 간다


솔직히 말해서

주인공은 무모하다

도무지 포기할 줄을 모른다


갑자기 뛰어들고

섣불리 판단하고

멋대로 행동하고 

급기야 망친다


다시 말해서

주인공은 유별나다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사위를 던졌을 때 7이 나오는 식이다

그것이 행운을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힘없는 나의 손에 땀이 한가득 맺힌다


주인공이 또다시 기막힌 결정을 내리기 직전,


책을 덮어버린다

이 모험을 더 무릅쓰지 않는다


용감하고 무모하고 유별난 주인공에게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었다고 믿는다

 

 

 

오은 섬네일.jpg

 

오은

시인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