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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 아홉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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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아홉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Maria Sibylla Merian : 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 

Maria Sibylla Merian 글·그림, Lanoo Books, 2016.

 

Maria Sibylla Merian 1705-2016.JPG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수리남 생태 그림책.JPG

 

1647년에 태어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은 독일사람인 아버지에, 네덜란드사람인 어머니를 둡니다.

시앗(후처)으로 들어간 집에서 거의 사랑받지 못 하며 자라던 메리안 님은

어릴 적부터 들에서 놀기를 즐겼고,

풀꽃나무뿐 아니라 ‘풀꽃나무에 깃드는 벌레’를 눈여겨보며,

이 벌레가 나비로 깨어나는 모습을 낱낱이 지켜보았다지요.

꽃이나 나비를 그리는 사람은 많아도 ‘나비가 어떻게 깨어나는지’ 살피거나

이를 담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뿐 아니라,

‘벌레를 가까이하거나 그림으로 담으면 마녀사냥으로 몰려 죽을 수 있던’ 그즈음,

몰래 벌레를 집에서 기르며 고치·날개돋이를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끝내 독일을 떠나야 하면서 어머니 나라인 네덜란드로 건너갔고,

밭짓기하고 그림그리기로 늙은 어머니와 두 딸을 돌보았다지요.

유럽하고 사뭇 다른 수리남을 어렵사리 다녀온 뒤 ‘풀벌레 한살이·눈부신 나비’를

이 풀벌레가 좋아하는 풀꽃나무랑 함께 그림으로 담아

1705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펴내기도 합니다.

이 책은 2016년에 《Maria Sibylla Merian : 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란

이름으로 새로 나오지요.

풀꽃 곁에는 풀벌레가 있고, 풀벌레는 풀꽃하고 함께 살아갑니다.

풀꽃이 맺는 열매하고 풀잎이 사람들 밥이니, 사람은 풀벌레가 곁에 있어야 밥살림을 지어요.

풀꽃나무를 사랑하려면 풀벌레를 사랑하고, 모두 어우러지는 숲을 사랑하자는 뜻이 그림에 물씬 흐릅니다.

 

 

 

Emotion Icon

 


Emotion Icon《흙 1〜3》,  혼죠 케이, 성지영 옮김, 또래문화, 199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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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라에서는 목돈을 들여 ‘스마트팜’을 시골 곳곳에 크게 세웁니다.

손전화를 다루면 알맞게 물을 주도록 한다는 곳인데,

사람이 일을 안 해도 푸성귀를 거둘 수 있다더군요.

서울이라면 흙을 밟을 땅이 없다시피 하니 ‘스마트팜’이 어울릴 텐데,

온통 논밭에 들숲인 시골에 굳이

“바닥을 시멘트로 덮고 빗물이 아닌 수돗물을 전기를 들여서 먹이는 유리온실”을 들이니 알쏭달쏭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스터 요리왕(蒼太の包丁)》이란 만화책으로 알려진

혼죠 케이 님의 다른 만화책으로 《흙》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seed》란 이름으로 나왔어요.

'씨앗'을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밥은 씨앗에서 비롯하고,

이 씨앗이 들숲바다를 맑고 싱그러이 가꾸는 바탕이며,

숲을 잊거나 등질수록 사람다운 마음빛을 잃는다는 이야기를 찬찬히 밝혀요.

풀꽃도 씨앗 한 톨부터입니다.

우람한 나무도 아주 작은 씨앗이었습니다.

숲은 사람이 따로 물을 안 주고 거름도 안 주기에 짙푸릅니다.

바다도 사람이 따로 보살피지 않으나 언제나 맑으며 하늘빛을 품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들숲바다 곁에 보금자리를 작게 일구며 풀꽃을 동무했어요.

어느덧 들숲을 밀어내고서 높다랗고 매캐한 아파트에 꽃그릇(화분)을 들이는 얼거리로 바뀌어요.

들숲이 없이 매캐하니 꽃 한 송이를 곁꽃(반려식물)으로 삼을 만할 텐데,

‘곁꽃을 들이는 아파트’를 떠나 ‘들숲바다를 곁에 품는 작은 숲집’으로 삶터를 바꾸어 낸다면 어떨까요.


“왜 옮겨 그리는 거죠? 사진 쪽이 빠르고 정확하잖아요?”

“확실히 시간이 걸립니다만, 그래서 더 즐겁습니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숲의 바람이나 온갖 생물의 기운을 느끼고,

자신도 숲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3권 160쪽)


“숲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을 지키며 키웁니다.

 숲이 없인 그 무엇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3권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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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