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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

BOOK&LIFE

[SIDE B] 반려 동식물과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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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동식물과 정신건강

돌보는 것으로부터 돌봄을 받는다

 

임현규

심리학도, 《만만한 심리학개론》 저자

 

 

북&라이프 side B <책과 심리학 >은 국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가  

학문 세계의 전문적 지식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책과 심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방역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접촉이 줄어듦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사회적 접촉 감소로 인해 정서적으로도 고립되고 그로 인해 우울이나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이 취약하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고독을 증진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부모가 재택 근무를 하거나 일찍 퇴근을 하면서 부모와 아이가 교류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1인 가정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타인과의 접촉 빈도와 시간이 줄어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정신건강의 유지를 위해서도 접촉과 정서적 교류가 필요하다. 하지만 꼭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서만 그게 가능한 것일까? 동물과도 정서적 교류가 가능하고, 실제로 반려동물은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판데믹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정신건강이 더 양호했다는 조사 결과도 보고된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이라는 말도 있다. 아마 식물을 통해서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긴 말인 듯하다. 미국에는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라는 것이 있다. 꽃을 키우거나 정원을 가꾸는 등 식물과 관련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밥법을 가리킨다. 일종의 생활 속 치료법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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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과 함께 하는 취미 생활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화세상(오성 원예취미 시리즈 9)》, 강창학, 오성출판사(2008), 청계천서점, 7,000원

 

한편에서는 ‘정원가꾸기(gardening)’라는 말이 더 선호된다. 좀 더 취미의 관점이 강조돼있다. 정원가꾸기는 특히 영국에서 인기가 많은 취미이다. 무려 2,700만 명, 영국 인구의 약 40%가 정원가꾸기를 즐긴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인구의 약 1/4이 정원가꾸기를 즐긴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파트보단 주택이 많은 환경, 조그맣게라도 정원이나 마당에서 식물을 키우는 게 가능한 조건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파트에 많이 살다보니 거창하게 정원까지 가꾸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화분 등을 활용해 작은 식물을 키울 수 있고, 아파트에서도 큰 식물을 제법 훌륭히 키워내는 분들도 많다. 게다가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원예에 취미를 붙이는 분들도 더 늘어났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화분, 묘목, 원예용품 등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 나라 사람들은 조그마한 땅뙈기라도 있으면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 아니었나? 활발히 이동할 수 있을 때는 주말농장을 가꾸다가, 돌아다니기 힘들어지니 이젠 집에서 키우는 식물에 관심이 많아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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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을 거치며 플랜테리어(planterior: 식물(plant) + 인테리어(interio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정신건강 연구들은 자연과의 일상적인 접촉이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낮추는 경우들을 보고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이든 식물을 키우는 일이든 애정을 가꾸고 돌보는 생명체와의 접촉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정서적 안정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접촉 활동은 정신 건강 측면에서 긍정적 정서, 활력, 심리적 안정감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 분노, 우울과 불안을 낮출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생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중요한 보건 문제로 대두된 사회이다. 영양 부족이나 사고로 인한 건강 문제는 줄어들었지만, 고지방 식단이나 장시간 앉아서만 생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인병과 건강 문제는 늘어났다. 반려동물이나 식물을 돌보는 일은 정서적인 충만감을 줄 뿐만 아니라 어떻게든 좀 더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도 건강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가 그 생명체들을 돌본다고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돌봄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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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규

심리학도, 《만만한 심리학개론》 저자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에서 심리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인지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문 세계의 지식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