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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

INSIDE

[북큐레이션 도서 언박싱] 1995년 생년문고 #고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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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션 언박싱

문고, 베일을 벗다

 

 

1995년 생년문고

#고래처럼

2022년 9월 5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오늘은, 지난여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고래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1995년 생년문고 #고래처럼 을 언박싱해보겠습니다. 비록 오래된 책으로 생년문고를 만들지만, 생년문고 주제와 디자인 감각만큼은 트렌디를 표방하고 있는데요.Emotion Icon 마침 1995년의 한 문예지에 ‘고래’를 다룬 시가 있어서, 바로 표제로 삼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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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당시 가장 트렌디했던 동물 이미지를 담은 1995년 생년문고 한 번 언박싱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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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체 소개글 한 번 읽어볼게요.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진 ‘쓰레기종량제’를 처음 실시한 해, 

(종량제로 10년 사이 1인당 1일 쓰레기 운반비용 및 매립비용이 6조 가량 줄었다죠!)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제1회 ‘광주 비엔날레’가 시작된 해, 

1954년에 시작한 서울도서전이 처음으로 ‘서울국제도서전’으로 격상된 해,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의 복원 이념 아래 건립한 정동극장이 개관한 해, 

석굴암과 팔만대장경,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해, 

써놓고 보니 우리나라가 사회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전환을 이루었던 해로 기억될 만한 바로 1995년입니다.


1995년 #고래처럼 (4권/12,000원)


1995년 표제는 이번 생년문고에 들어간 한 문예지에 실린 시에서 가져왔어요. 

1995년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 사회가 예술 영역에서 한 단계 올라선 듯한 느낌이 드는데, 

1990년대 한 가운데인 이 해에 90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나오기도 했죠.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 

저 또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독보적 어린이 캐릭터 ‘진희’가 아직도 마음 속에 진하게 남아있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표제시도 그렇고, 

95년에 나오거나 읽힌 책 제목에 동물과 관련한 제목들이 좀 있더라고요. 

《고등어》, 《크리스탈속의도요새》. 무언가 동물 친화적인 1995년...(끼워맞추기...) 

그럼 오늘 표제시 전문을 한 번 읽어볼까요?

 


고래처럼 


깊은 바다, 빛이라 해도 이르지 못하는 어둠 

그 깊은 곳의 고래


어둠 속을 살기 위해 

실핏줄들이 얼마나 팽팽한 현이 되는지, 

얼마나 많은 피가 소용돌이치며 

제 몸을 바닥에서 밀어올리는지 

제 고동소리만으로도 세상이 폭풍치는 듯하다


태아적 어머니의 몸 속에서 듣던 

폭풍의 눈과도 같은 고요 

떠오르기 위한 삶의 한가운데는 폭풍이 있다


*

이번 여름, 우리에게 가장 친숙했던 동물은 ‘고래’가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우영우에서 못 빠져나옴.) 

우리의 우영우 변호사가 고래의 세계 속에서 평화를 누리듯, 

시인은 “빛이라 해도 이르지 못하는 어둠” 속에 거하는 고래를 생각하며, 

그 고래가 어둠 속을 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존재하는지 상상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 같습니다. 

마치 우영우가 외뿔고래로 자기를 정체화하며 세상에서 분투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이 짧은 시가 강렬하게 다가오나 봅니다. 

이 시가 실린 문예지에는 이 시 외에도 

분단 50년과 관련한 심도 깊은 논의가 실려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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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이 문예지는 《창작과 비평》 1995년 봄호입니다.

 


이 외에도 1995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자 

가부장제의 그늘 아래 있는 가족에 관해 90년대식 여성적 글쓰기를 보여주는 장편소설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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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이 장편소설은 소설가 이혜경이 쓴 《길 위의 집》(민음사)입니다.



성석제, 윤대녕, 이문열 등의 작품이 실려 있는 한 문학상 수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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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이 작품집은 《1995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하얀 배》입니다.

 

배우 심은하의 도발적 표정이 새겨진 앞표지를 가진 당대의 영화비평지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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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이 영화비평지는 《KINO》 1995년 12월호입니다.

 

     

1995년생인 당신, 아니면 1995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폭풍 같은 세계 속에서 1995년 스타일 고요를 찾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가을의 초입에 만든 1995년 생년문고는 가을이 끝나가는 어느 11월의 맑은 날에 주인을 만났습니다. 1995년 생년문고에 어떤 책이 들어있는지 소개한 글을 꼼꼼히 읽고, 이 원고까지 꼭 챙겨달라고 부탁하신 분이었어요. 아무래도 이 생년문고에 들어간 책으로, 1995년 스타일 고요를 충만히 누릴 수 있는 푸른 고래 같은 분이 가져가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각 생년문고는 자기를 알아봐주는 주인이 꼭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