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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 일곱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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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일곱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바다 밑 20만 리》,  쥘 베른 글,  한낙원 옮김, 계몽사, 1975.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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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엉터리이거나 잘못이거나 나쁘다고 하더라도

‘나한테 익숙하니 내가 익숙한 대로 쓰는 길이 낫다’고 여기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말은 으레 나이든 사람이 합니다.

어린이는 이런 말을 안 해요.

어린이는 늘 새로 맞아들여서 즐겁게 배우려는 눈빛인 터라

‘알맞고 바르며 즐겁고 사랑스러운 길’을 들려주면 의젓하게 나아갑니다.

쥘 베른 님은 푸른별(지구) 안팎을 둘러싼 이야기를 꽤 써냈습니다.

믿기지 않는다 싶은 이야기라는 타박을 꽤 들었다는데요,

마음으로 어디로든 찾아다니고 느끼면서 바다밑 이야기도 이웃별 이야기도 그릴 만했지 싶습니다.

《바다밑 20만 리》는 ‘원자력 잠수함’에 끌린 한낙원 님이 옮긴 동화책입니다.

1869년에 “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라는 프랑스말로 나온 책을

일본은 “海底二萬里”로 옮겼고, 우리나라는 ‘일본사람이 옮긴 말씨’를 그대로 베꼈지요.

1975년에 비로소 ‘2만 리’ 아닌 ‘20만 리’로 바로잡는 책이 나왔으나,

그 뒤로 숱한 번역가는 아직도 ‘2만 리그(Leagues)’를 ‘2만 리(里)’로 잘못 적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원제목은 《바다밑 2만 리이그》입니다. 

1리이그는 약 4.8킬로미로 우리나라의 10리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바다밑 20만 리》로 번역하였으니,

일본사람들이 번역한 《바다밑 2만 리》와 혼동이 없기를 바랍니다.”

(옮긴이 말/258쪽)

 

 

Emotion Icon

 

 

Emotion Icon《로봇 머시인 X》,  에시모프 글,  이원수 옮김, 아이디어회관, 197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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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다닌 1993년까지 집에서 책값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책을 안 사주었습니다.

책값은 스스로 푼푼이 모으거나, 곁일(알바)을 해서 댔습니다.

이따금 “어머니, 참고서를 사야 합니다.” 하고 여쭈어

참고서를 새책 아닌 헌책으로 산 뒤에 남은 몫으로 ‘사읽고픈 책’을 장만했습니다.

어린이일 적에는 만화책하고 ‘모리스 르블랑·아가사 크리스티’를 하나둘 사모았습니다.

없는 돈을 겨우 모아 얼추 100쯤 갖출라치면,

어머니는 이 그림꽃책·탐정소설을 몰래 내다버리셨어요.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 버렸어.” 하고 시큰둥히 말씀하셨지요.

그나마 제가 열네 살로 접어든 뒤부터는 더 안 버리셨습니다만,

‘클로버문고’나 ‘만화왕국(새소년) 낱책’을 거의 짝을 맞춘다 싶을 적마다 몽땅 잃었지요.

이제는 사라진 서울 불광동에 있던 헌책집 〈작은우리〉에서 《로봇 머시인 X》를 만났습니다.

어릴 적에는 ‘SF’하고 ‘공상과학’이 다른 얘기인 줄 알았어요.

어른들은 어린이가 모를 말을 쉽게 써 버릇해요.

“에스에프 세계 명작 7”이라면서 모두 60권이 나왔다는데,

이원수 님도 몇 권 옮겼습니다.

어느 어른은 어린이 곁에 서고, 어느 어른은 그저 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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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