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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인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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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8

인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SF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SF는 'Science Fiction'의 줄임말로 예전에는 '공상과학'이라는 단어로 번역되었지만, 요즘은 영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잦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 SF는 과학에 뿌리를 둔 창작물이다. 여기서부터 어떤 분들은 다소 부담을 느끼실 것이다. 놀면서 즐기는 창작물에 과학적인 내용이 들어간다니 어쩐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 예측대로 SF 장르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기술적인 내용이 자주 들어가고 세계관 역시 복잡하여 진입장벽이 높은 탓이다. 이러한 불호를 줄이는 데는 화려한 볼거리와 유들유들한 줄거리가 제격이다. 그래서 현대에 들어와서는 SF가 주로 영화나 드라마의 형태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탄탄한 팬덤을 지닌 <스타워즈>, <스타트렉>, <닥터후>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영상물을 즐기는 팬 중에서 최초의 SF 작품이었던 소설에까지 눈길을 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즐기는 SF 작품들, 그 기술적 발상의 뿌리는 이미 100년도 더 이전에 텍스트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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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실제적인 미래가 담긴 내용을 조건으로 ‘SF’란 용어를 제한하면,  1818년 영국의 여류 작가 메리 셸리(Mary Shelley)가 쓴

장편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인류 최초의 위대한 SF소설로 인정되기도 한다. 서적백화점(2,000원)


SF 이야기를 하게 되는 8월은 공교롭게도 필자가 작년부터 준비한 《고전 리뷰툰2 SF편》이 출간되는 달이기도 하다. 나는 해당 단행본을 작업하며 과학계의 수많은 대문호와 그들이 쓴 명저를 분석하는 기쁨을 누렸다. 많은 고전문학이 그러하겠지만 SF는 기술과 연관된 장르인 만큼 창조적 발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로라하는 명저들도 애초에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독창적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은 여전히 우리의 손에 닿지 못하는 반면 어떤 것은 이제 곧 닿을락 말락하는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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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

 


또 어떤 것은 이미 우리가 반례를 찾아내어 책 속 모험을 불가능한 꿈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시대가 흐르며 기술 역시 발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는 초고성능 망원경을 내보내 우주를 관찰하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는 지구 속에 또 다른 생태계가 존재하는 대신 맨틀과 외핵, 내핵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으며 화성과 금성에는 외계인이 살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옛 SF 소설들을 고전의 위치에 올려둔다. 설령 책 내용이 현실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과학적인 이야기들은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가상의 이야기가 속삭이는 온갖 가능성을 떠올려보자. 호불호의 장벽을 넘어 SF 소설을 완독한 독자들은 막연한 공포와 흥분에 사로잡혔다. 예컨대, 유능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이야기는 어떠한가? 한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개발해 절망적인 미래로 가는 이야기는? 우주 저 너머에서 지적 생명체가 인류를 진화시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고전으로 인정받는 SF 소설에는 당대 사람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열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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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


그리고 이러한 미래는 해당 작품이 창작된 시대보다 더욱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당장 인류는 치명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기후 변화는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며, 발달한 과학기술은 국가 간 전쟁을 범지구적인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 모든 위험의 가능성 때문에 우리는 더는 케케묵은 소설들을 재미로만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한때는 창조적 발상에 불과했던 것들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당장 몇십 년이 지나면 지구 외에 인류가 살 만한 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끔은, 다가올 미래에 대해 경고한 옛 소설들을 들춰보자. SF가 여타 고전들과 다른 점은, 보다 현실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으로 인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엄청나게 발달한 과학 덕에 번영할 수도 있고 절멸할 수도 있다. 어떠한 미래를 맞이할지는 우리의 대처에 달린 셈이다. 공상이 공상이 아니게 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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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은 책으로 《고전 리뷰툰》이 있다.

 

 

 

 

 

섬네일 :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 De la terre à la lune》 원작의 영화 <달 세계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의 명장면 © 위키피디아 https://fr.wikipedia.org/wiki/Le_Voyage_dans_la_L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