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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

INSIDE

[세렌디피티] ‘전쟁 같은 삶’에서 발견한 SF 같은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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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예기치 않은 메모나 물건을 발견하다
 
‘전쟁 같은 삶’에서 발견한 SF 같은 과거 

《LIFE AT WAR》(한국일보 타임 라이프, 1987)에서 발견한 1982년 신문 조각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0년 전 신문의 한 조각을 보는 일은 마치 미국 SF 작가 코니 윌리스(Connie Willis)의 SF 소설 속 한 장면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코니 윌리스는 1990년대 대표적인 SF 작가이자, 시간여행 SF 시리즈로 유명하죠.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2054년 크리스마스 시즌, 역사학도 키브린이 14세기 중세로 역사 연구를 떠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 《둠즈데이북》 그리고 역시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21세기 중반, 폭격으로 부서진 코번트리 성당 복원을 위해 194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네드 이야기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등등.


오늘 책 사이에서 발견한 이 신문 조각은 1982년의 7월 말 중 어느 하루에 발행된 조선일보 로, 우리를 1982년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이 신문 조각에는 네 장의 전쟁 관련 사진과 의문의 다이애나비 가족 사진이 한 장이 들어있는데요. 이 신문 조각이 발견된 책이 《LIFE AT WAR》라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일단 《LIFE AT WAR》라는 책은 어떤 책인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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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 잡지 가 1936년 11월 23일 창간 이후 1972년 12월에 막을 내릴 때까지 36년간 매주 게재했던 전쟁 사진의 하이라이트를 모은 것입니다. 서문 잠깐 읽어볼게요.


이 기간 중에는 항상 세계의 어느 구석에선가 전쟁의 불길이 타올랐고 이것을 기록한 라이프지의 사진들은 용맹과 죽음, 무고한 희생자들의 처절한 비극을 증언해주고 있다. 스페인 내란, 중·일 전쟁, 제2차 세계대전, 한국동란, 월남전쟁, 북부 아일란드 분쟁, 쿠바 혁명, 중동, 알제리아, 비아프라, 중국 그리고 인도 간의 국경 분쟁 등에 초점이 맞추어진 전쟁 사진들은 특히 편집자의 관심을 끌었고 그중에서도 길이 기억될만한 것을 골라 다시 편집한 책이 《LIFE AT WAR》다.


- 서문, <라이프> ‘전설적인 전쟁 카메라맨들’ 중에서


이 책에는 ‘한국동란’이라는 챕터로 ‘38선을 에워싼 사투’, ‘고향을 등지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한국전쟁 사진도 실려 있어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그런 전쟁 사진집에 바로 이 1982년 7월 조선일보의 전쟁 관련 화보 조각이 들어있어 있다니!Emotion 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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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헌책 주인은 ‘밀덕’이었던 것 같습니다. (밀덕 : 밀리터리 덕후의 줄임말로, 군인과 경찰 및 군사 무기와 관련된 것을 열광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 책 《LIFE AT WAR》가 1987년에 출간된 책인데 이 신문은 1982년 기사이니 그때까지 이 신문 조각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 조각이 보관되기에 딱 알맞은 책을 샀을 때 그 안에 고이 보관해두셨으니까요. 이 신문 조각 화보에 실린 전쟁 관련 사진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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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를 벌이며 세계 5대 핵보유국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은 5개국 유엔대표부와 맨해턴의 기타지역을 봉쇄하려다 연행되었다. 반핵운동은 유럽에서도 꾸준히 계속되었다.”


 

첫 사진은 반핵운동 시위 사진입니다. 사진 설명에 언급된 세계 5대 핵보육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으로 이들은 핵확산방지조약(NPT)하에 핵무기 확산을 금지하고 핵전쟁을 피하기로 합의한 상태죠. 1980년대 청년들은 이 5개국도 핵무기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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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진_ “폴란드의 진통”. “폴란드군이 5월 바르샤바시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자유노조원들에게 살수포를 쏘아대고 있다. 이같은 시위는 폴란드 공산정부와 노조간의 불편한 관계를 말해주는 것으로 10월 당국이 자유노조를 불법화한 후 더욱 가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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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사진_ “런던에도 테러”. “7월 20일 영국왕실의 기병대가 근무도중 폭발사건으로 큰 손상을 입었다. 사진은 많은 말들이 사건후 길바닥에 나딩굴고 있는 모습. 이 사건에 이어 레젠트파크에서 폭발사건이 발생, 모두 9명의 기병대원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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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사진_ “포화속의 레바논”. “베이루트시로부터 팔레스타인 전사들을 축출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시 포위망을 더욱 좁혀가고 있던 8월초의 어느날, 이스라엘군의 포격 및 공습으로 베이루트시 일원의 상공은 온통 검은 구름으로 뒤덮였다. 천혜의 피서지 지중해 해변과 그 부근의 휴양지에도 포화의 연속으로 피서객의 발길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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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의 내분, 테러, 전쟁, 시위의 소식을 전하는 컬러 사진 화보들입니다. 이 작은 신문 조각으로 1982년의 단면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네요. 그런데 이렇게 참혹한 갈등의 이미지 사이로 다이애너비의 출산 소식이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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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너 출산”_ “7월로 결혼 1주년을 맞은 찰즈 영국황태자와 다이애너비가 낳은지 5주일 된 아들 윌리엄 왕자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이 여기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계 곳곳에 전쟁이 일어나는 이때에도 새 생명은 태어난다는 메시지일까요? 아무튼 지금은 다이애너비는 이 세상에 없고, 5주일 되었던 윌리엄 왕자는 건강한 성인이 될 만큼 세월이 흘렀네요. 그렇게 오래도록 책 속에 숨어있던 40년 전의 신문 조각. 잠깐 그 작은 종이 조각과 함께 40년 전의 세계를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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