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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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신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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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쿠키뉴스(클릭 후 이동)  

 

Serendipity 

 뜻밖의 재미 혹은 운 좋은 발견


신문이요!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것을 말하며, ‘행운’이란 뜻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서울책보고 서가 속 헌책들 속에도 우연히 발견되는 것들이 있답니다. 예전의 메모 또는 물건들이 마치 유물처럼 발견되는데요. 헌책들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대의 흔적들은 헌책의 또 다른 매력인 듯해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헌책 속 유물은 바로 신문, ‘오려진 신문’입니다.


유물이 발굴된(?) 책은 바로 이 책이에요.

 

Emotion Icon 이오덕 생활이야기 《이오덕 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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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오덕 생활이야기《이오덕 글 이야기》, 도서출판 산하,  1994년 11월 30일 1판 1쇄 발행, 당시 4,000원(숨어있는책 / 2,000원)

 

앞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앞날개에는 작가 소개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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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작가는 1925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났고, 1944년부터 1986년까지 43년 동안 교직에 있으며 많은 동시와 동화를 쓴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 그리고 ‘우리말 지킴이’입니다. 이오덕 작가는 주로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어린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어린이 교육에 관한 연구와 실천에 매진했다고 해요. 그리고 교직을 떠난 후 2003년 지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수많은 외래어와 외국어, 그리고 한자로 된 말들로부터 우리말을 지키고 되살리는 일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그래서 이오덕 작가에 대해 익히 아는 사람들은 작가라는 호칭보다 선생이라는 호칭을 더 많이 쓰곤 한답니다.


책장을 몇 장 넘기니 ‘글쓴이의 말’이 나오네요. 이오덕 선생이 1994년에 이 책 《이오덕 글 이야기》를 출판하면서 쓴 글입니다. 앞부분을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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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이들이 쓴 글을 한 편씩 들어서 그 글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 놓았습니다. 

어린이들이 읽어 주기를 바라서 썼지만, 더러는 좀 깊이 파고들어가기도 해서, 

말하자면 이것은 <어린이 문장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책의 구성이 매우 흥미롭네요. 모든 글을 작가가 혼자 쓴 책이 아니에요. 어린이들이 쓴 글이 먼저 나오고, 그 글에 대한 이오덕 선생의 생각과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구성이라니... 읽고 싶은 욕구가 부쩍부쩍 생기던 그때, 이번 유물을 발견했습니다. 책갈피에 고이 접혀있던 한 장의 '오려진 신문'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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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어 좋은 날 도심속 ‘일상탈출’

 

바람을 가르며 윈드서핑을 하는 사진을 보며, ‘이건 뭐지?’, ‘왜 이런 내용의 기사를 오려서 꽂아 놓았지?’ 같은 의문이 들던 중 종이 뒷면을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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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독서 지도를 위한 기사를 스크랩해 놓은 거였군요. ‘자유로운 책 읽기가 ‘책 사랑’ 길러준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독후감 쓰기 나 위인전 읽기 강요 등 학습을 위한 목표 추구를 위한 독서보다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골라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자.’라는 내용입니다. 이오덕 선생의 책과 맥이 통하는 내용의 기사네요.

 

언제 나온 기사인지 궁금해졌어요. ‘한겨레’에서 나온 기사라는 것은 오려진 종이의 윗부분을 보고 알았지만 언제 나온 기사인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책 발행일이 1994년이니 그 이후에 나온 기사라고 짐작했지만, 종이 어디에도 언제 나온 기사인지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기사 제목을 검색창에 입력하니 제일 첫 번째로 검색이 되네요. 잠시의 난감함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빠르고 똑똑한 세상입니다.(클릭 후 기사 원문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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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한겨레'에서 1999년 7월29일에 등록되었네요. 《이오덕 글 이야기》가 출판된 후 5년 뒤입니다. 헌책에서 유물(?)을 발견하면 항상 그 유물이 남기신 분이 궁금해지는데요, 1999년 여름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발견한 기사를 오려서 갈무리하신 분은 어떤 분이었을까요? 자녀들이 여름 방학에 너무 놀기만 할까 걱정하던 학부모였을까요? 아니면 학생들을 가르치던 국어교사였을까요? 학부모나 교사가 아니고 이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쓰고자 했던 어떤 학생일 수도 있겠네요. 신문을 오려서 책갈피에 갈무리한 사람의 1999년 여름은 어땠을지... 2021년 겨울에 우연히 발견한 유물이 22년 전, 1999년의 어느 여름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디지털 화면으로 만난 기사의 느낌은 오려진 신문에서 만난 기사의 느낌과 사뭇 달랐어요. 오래된 종이 신문에서 느꼈던 22년의 세월을 인터넷 기사에서는 느낄 수 없었어요. 인터넷 기사는 바로 어제 등록된 최신 기사 같았습니다.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사진도 없이 글자로만 되어있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종이 신문이 전자신문보다 좋다.”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저 우연히 헌책 속 유물을 발견한 후 종이 신문이 보고 싶어졌을 뿐이에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떤 사람이 어느 순간 갑자기 보고 싶어진 것처럼 말이죠. 그럴 때 있으시죠? 네? 네? 네. 있을 겁니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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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시사인 기사  <종이 신문, 2043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클릭 후 이동)


일상에서 신문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신문을 읽는 사람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 산업 구조의 변화로 발생한 현상이라 바뀌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그리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전자신문이 종이신문을 대체한 지도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저도 종이 신문을 읽은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추억 속 골목길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오늘 나온 신문 한 부를 사러 신문 가판대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어떤 신문을 고를까요? 신문사를 보고 고를까요? 아니면 대문 기사 제목을 보고 고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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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숨어있는 책’ 서가에 정말 숨어있던(!) 유물을 발굴했어요. 여러분도 오늘은 종이 신문 한 부 사보시면 어떨까요?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다면 잘 오려서 책갈피에 갈무리해 보시는 것은 또 어떨까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발견한 누군가가 저처럼 궁금해하지 않도록 2021년의 겨울에 대한 짧은 글도 같이 적어주면 더 좋을 것 같지 않으세요?


서울책보고 서가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추억 재생용 유물들이 남아있습니다. 서울책보고에 오셔서 꼭 만나보세요. 


오래된 책에 새로운 가치를 입히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 이곳에 오면 오래된 책이 보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