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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션 도서 언박싱] 1992년 생년문고 <오미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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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션 언박싱

문고, 베일을 벗다

 

1992년 생년문고 <오미자술>

2021년 6월 6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이 문고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1992년 생년문고를 신청해주신 분을 위해 만들었는데, 결국... 다른 분이 구매해가신 문고에요. 그것도 두 번이나 만들었는데 두 번 모두 다른 분이 구매해가셨답니다. (1992년 생년문고 인기 무엇?)


그렇게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들었지만 다른 분이 가져가실 때 드는 마음은...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 설렘도 있더라고요. 이 책의 주인은 결국 다른 분이었구나, 저 헌책은 저분에게 가닿아 또 어떤 케미를 만들어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요.


그럼 그렇게 다른 이에게 가닿은 1992년 생년문고 5권은 어떤 책 들이었는지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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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5권에 대한 한 권 한 권의 소개 글을 읽어볼까요?


오늘 키워드는 1992년 여름에 한 계간지가 특집으로 다룬 시인 H의 시에서 가져왔어요. '오미자술'이라는 게 지금 이 계절에 어울리기도 하고, 뜨거운 여름이 되기 전에 서로가 서로를 용서해 가볍고 시원한 마음으로 여름을 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요.

 

오미자 한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 델몬트 병에 붓고 

익기를 기다린다. 

아, 차츰차츰 더 바알간 색. 

예쁘다. 

막소주 분자(分子)가 

설악산 오미자 기개에 눌려 

하나씩 분자 구조 바꾸는 광경. 

매일 색깔 보며 더 익기를 기다린다. 

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 

그냥 남을까 말까 주저하다가 

부서지기로 마음 먹는다. 

가볍게 떫고 맑은 맛! 


욕을 해야 할 친구 만나려다 

전화 걸기 전에 

내가 갑자기 환해진다


욕을 해야 할 친구를 만나려던 타이밍에 오미자술을 마시고 마음이 환해져 (아마도) 친구를 용서한 시인. 시인이 직접 이 시에 단 코멘트를 같이 읽어볼까요?


“약술을 담아 마셔본 사람이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다. 구체적인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소주 이름이며 빈 오렌지 빈 병 이름까지 사실 그대로 등장시켰다. 이즈음처럼 어깨에 힘을 주거나 추상적인 시가 대부분인 때 이런 구체적인 사물의 계시는 그 나름대로 <낯설게 하기>의 장치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여하튼 이런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그리고 평범한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그러나 예술가적인 상상력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 속에서 만난 구체적인 술맛에 힘입어, 화자는 갑자기 변화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술 이름과 그 도수, 그 술을 담는 병 이름의 구체적인 제시, 그것은 세계에 대한 시인의 감사의 표지이다.”

 

구체적인 제시, 그것은 세계에 대한 시인의 감사의 표지이다. 이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길게 남네요. 세계에 감사하고, 술맛에 힘입어, 환해진 마음으로 친구를 용서하는 시인의 모습에 같이 마음이 환해집니다. 우리도 이 시 한 잔 마시고, 누군가를 조용히 용서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실린 1992년의 문예지는 무엇일까요? 이 문예지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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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세계》1992년 여름호

 

《작가세계》1992년 여름호입니다. 황동규 시인 특집이 실린 호인데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사랑받기도 하는 <즐거운 편지>를 쓴 그 시인이 맞습니다. 작가에 ‘대한’ 글만 실려 있는 게 아니라 작가 자신의 글도 실려 있어, 황동규 시인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분이라면 풍부한 해설집을 갖게 되는 셈이네요. 저도 좀 탐났지만 아낌없이 생년문고에 넣었답니다. 


이 시인 특집이 실린 문예지 외에도, 이 문고에는 또 다른 문예지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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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과 비평》1992년 봄호

 

알록달록한 인문교양지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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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터》1992년 5월 호. 

 

199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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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문학사상사.

 

1992년에 출판된, 앞표지가 깜찍한 동화집 한 권까지 다채롭게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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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 피는 계절》, 김명수/박향미, 창작과비평사


혹시 1992년 생년문고에 관심 있으세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신청해 주시면 언제든 만들어드릴게요.

 

 

글 박혜은

사진 박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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