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INSIDE

[세렌디피티] 우리 사랑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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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예기치 않은 메모나 물건을 발견하다
 
우리 사랑 이대로

 

 

처음 이 티켓을 받았을 때, 저는 이게 2022년에 실효 가능한 연극 티켓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주연이 강문영, 최민식이라고? 거기에다 단체관람권?? 요새 이런 게 있었어? 너무 생소한 겁니다. 물론 최민식 배우님은 지금도 활발하게 주연으로 활동하고 계시지만요. Emotion Icon 무엇보다 단체관람권 가격이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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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티켓은 운영팀 동료가 마감 정리를 하다가 선반에서 우연히 발견했답니다. 처음 카톡으로 이 티켓 사진을 받았을 때, 실효성 있는 티켓이라고 착각할 만큼 깨끗하게 보존된 상태였어요. 이 티켓은 아마도 어떤 책 사이에 오랜 시간 가지런히 꽂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티켓을 품은 책을 고르신 분이 햇볕이 잘 들어오는 서울책보고 선반 서가에서 책을 보시다가, 이 티켓을 가지런히 두고 가신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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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 사랑 이대로>(1992)의 포스터, 출처 : 무비스트(클릭 후 이동)

 

영화 우리 사랑 이대로1992년에 개봉한 멜로 영화입니다. DAUM 영화 정보란에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줄거리가 나와있네요.

 

째즈 발레 댄서인 신우는 공연 도중, 재불 사진작가 준혁을 만나게 된다

신우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준혁에게 두려움도 느끼지만

그녀의 마음엔 또 다른 관심이 움직이는데 준혁의 신우에 대한 소유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신우는 꿈을 안고 파리행 유학길에 오른다

파리무용단에 입단한 신우는 동양인으로서 어렵게 자리를 구축하며 무용인으로서 지내지만 외로움과 적막함을 느끼던 중

신우 앞에 준혁이 나타나고

행복한 둘만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단장이 주선한 모델 아르바이트가 준혁의 도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신우는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이별을 선언한다

외롭게 살아온 준혁은 신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고 신우를 찾지만, 신우의 마음은 이미 닫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갈등으로 결국 그들의 실체 없는 사랑은 나락으로 치닫는데...”

 

하아... 이 줄거리 저만 이해 못 하는 건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소유력? 무엇을 표현하려는 건지 대강은 알겠지만 잘은 모르겠고... 남자는 혼자 소유력 그러니까 짝사랑의 마음을 키워가는데 여자는 그 사이 꿈을 안고 파리행 유학길에 올랐다는 이야기겠죠? , 이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자 친구가 알바를 주선해줬는데 왜 모욕감을 느끼고 이별을 선언해야만 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역시 영화는 직접 감상해야 맛이겠죠?

 

그나저나 티켓을 하나하나 뜯어보니 그야말로 매력덩어리입니다.

 

1. 대한극장 개관 34주년 7년 연속 관객동원 1위 기념 상영작품

 

1958년에 개관한 대한극장의 개관 34주년이라고 하니, 이 단체관람권은 영화가 개봉한 1992년에 배포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티켓에 영화에 관해 다음과 같이 화려한 카피가 더해지는 거죠.

 

대한극장 개관 34주년

7년 연속 관객동원 1위 기념 상영작품

 

대한극장의 자부심이 한껏 느껴집니다. 7년 연속 관객 동원 1위를 달성한 극장이니, 당시 대한극장의 위상을 알 만하죠?


2. 유럽 60일간 현지로케

 

이 부분이 가장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1990년대 초반, 유럽에서 60일간 현지 로케(로케이션)로 찍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해외여행의 전면 자유화가 1989년에 이루어졌다는 걸 비추어볼 때, 1992년에 60일간이나 머물며 현지 로케로 영화를 찍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그래도 가장 킬포는 지금은 레트로 분위기를 낼 때 유머로 활용되는 저 문구를 오리지널로 목격했다는 거겠죠? 이 문구, 진짜 쓰던 거였어!

 

유럽 60일 현지로케

 

3. 당신의 음향감각과 영상수준을 알고 있습니다. BEST 고집앞서가는 극장 대한극장

 

, BEST 고집에서 입틀막 하고 한 번만 웃고 가도 될까요? 똥고집은 아는데 BEST 고집은 정말 난생처음 들어보는 조합입니다. 정말 최고의 고집을 부려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그 고집의 결과로 앞서가는 극장이 유지되는 거고요. 그런데 저 문구는 다음과 같은 근거가 있더라고요당시에 벤허같은 대작의 서울 개봉관은 언제나 대한극장이었다고 합니다. 35mm 필름으로 촬영된 대부분의 당시 영화와 달리 65mm 필름으로 촬영된 벤허를 원본에 가깝게 상영할 수 있는 유일한 상영관이 대한극장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 3번과 같은 문구,

 

당신의 음향 감각과 영상 수준을 알고 있습니다.’ BEST 고집앞서가는 극장 대한극장

 

이 과장이 아닌 거죠. 다만 2001년에 대한극장이 현재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리모델링된 이후에 현재 우리나라에 70mm 필름 상영관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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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벤허>(1959)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봉한 1962년의 대한극장, 출처 : 네이버블로그 '세상키의 극장개봉사'(클릭 후 이동)

 

그러다가, L팀장님께 대한극장의 이 티켓을 보여드렸더니, 문득 중학교 때 대한극장에서 영화 벤허를 본 추억을 말씀하시더라고요. ‘벤허’ ? 대한극장을 소개할 때 인용된 바로 그 영화 벤허’ ? 그 찰턴 헤스턴 나오고 막 전차 경주하고, 예수님 나오고... 그거요Emotion Icon

 

그와 더불어,

 

196221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봉된 벤허’(감독 윌리엄 와일러, 1959)가 

54년이 흐른 201677일 다시 개봉했다

사실 벤허는 우리나라에서 1962년 개봉 이후, 1972, 1981, 1988, 1997, 2007년에 

재개봉된 바 있다.

 

라는 정보를 알려주셨어요. 팀장님이 이 영화를 본 해는 1988년이라고 하시고요. 그러면서 이런 소감을 남겨주셨어요.

 

“‘벤허십계는 정말 명작이죠. 둘 다 찰턴 헤스턴 주연이어서 신기했어요

기독교 영화라는 것 때문에 중고등부 기독학생 필수 관람 영화였다는...”

 

이 에피소드를 이번 호 세렌디피티에 써도 되는지 문의하자, 흔쾌히 쓰라고 하셨답니다.Emotion Icon 그런데 한참 후에 이런 말씀을 하셔서 반전을 더해주셨지 뭐예요.

 

생각해보니 88년도에

대한극장이 아니라 대한극장 근처 중앙극장에서 봤어요

중앙극장에서는 1993년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도 봤었고

1994년에는 정우성과 고소영이 나오는 구미호도 봤었네요

은근 많이 갔었네... 중앙극장...”

 

팀장님~! 여태 신나게 저랑 대한극장 이야기하셨잖아요... 그리고 이 티켓과 당시 대한극장의 우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중앙극장이라니요...ㅠㅠ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사랑 이대로대한극장 단체관람권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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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 1988년 중앙극장에서 개봉한 벤허의 신문 광고, 출처 : 네이버블로그 '세상키의 극장개봉사'(클릭 후 이동)

▶ (오른쪽 사진) 2010년 중앙시네마(전 중앙극장)의 폐관을 알리는 홈페이지 안내문, 출처 : 스포츠경향(클릭 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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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송영애, 송영애의 영화 이야기 다시 만난 초대형 화면 벤허’, 세계일보, 2016.7.10(클릭 후 이동)

  

섬네일 사진 : 영화 <우리 사랑 이대로> 중에서
출처 : 무비스트 http://www.movist.com/movies/viewgallery.asp?mid=11954&tp=s&nu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