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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오만과 편견에서 해방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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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오만과 편견> 의 한 장면, 출처 : 다음영화(클릭 후 이동)

 

<헌책보고 고전보고> Ep. 2

오만과 편견에서 해방되기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 <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한 번쯤 흥미를 위한 심리테스트를 접했을 것이다. 90년대생인 필자는 어릴 적부터 그러한 테스트에 끝없이 노출되었으며, 최근 몇 년간은 MBTI에 대해 꾸준히 듣고 있다. MBTI를 비롯한 심리테스트의 특징은 사람을 일정 기준으로 묶어 범주화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기초적인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본인과 타인의 성향을 분류하고 한 인물을 어떠한 사람이라고 정형화한다.

 

이러한 심리테스트가 유행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일 것이다. 테스트는 결국 자신과 타인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편의적인 매개체를 통해 자신과 같은 결과가 나온 상대에게는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반대의 결과가 나온 상대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고는 한다. 더 나아가 상대를 어떤 식으로 대할지 알아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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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 드라마 <파운데이션>, 출처 : 애플TV+(클릭 후 이동)

 

만일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는 사회라면 이러한 성향 판단 역시 무의미할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파운데이션》시리즈에 등장하는 ‘솔라리아’ 행성을 들 수 있다. 솔라리아에는 극소수의 인간만이 거주하며 그들 각자는 광대한 영지를 소유하고 로봇에게 시중을 받으며 살아간다. 번식마저 혼자 할 수 있기에 모든 솔라리아인은 인간관계에서 해방된 셈이다. 당연히 그들은 극도로 내향적인 데다 하나같이 사회성 장애를 겪고 있지만, 아무러면 어떤가? 그런 환경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다.



수정됨_일러스트 1- 2월.jpg▶ 그림 : 키두니스트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솔라리아인이 아니다. 평범한 사회 구성원인 우리들은 평생 스스로와 타인의 성향, 감정을 의식하고 그에 대처해야만 한다. 그나마 현대 사회는 비대면 소통이 발달하여 소위 아웃사이더 성향의 사람도 한층 수월하게 살아가게 되었지만, 직접 사람을 부딪쳐 대하던 우리네 조상들은 더욱 처절히 인간관계에 몰두했으리라. 오늘날의 심리테스트처럼 얕은 수단이 아닌 복잡다단한 판단을 거치며 말이다. 그리고 그 나름의 판단조차 때로는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더 나은 갈림길로 나아갔을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고전으로 추앙받는 많은 작품에는 사람의 성향과 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 있다. 그중의 한 예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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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민음사(대광서림 / 3,000원) 

 

《오만과 편견》은 중산층 가정의 숙녀 엘리자베스의 시선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작품의 초반부에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판단을 믿으며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경멸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첫인상'이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그녀의 판단은 첫인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예리한 감각이 항상 옳지는 않다. 오래도록 사귄 친구에게서 자신이 몰랐던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녀가 호감을 가졌던 남성이 사실은 형편없는 인간임을 알게 되기도 한다. 다아시 씨 역시 그 예외 중 하나였다. 그녀는 첫인상만으로 장차 그녀의 배필이 될 다아시 씨가 오만하고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하여 많은 갈등을 겪은 후에, 그가 생각보다 훨씬 사려가 깊은 사람임을 안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깨닫고 처음의 판단을 철회하게 된다. 결국 《오만과 편견》은 인간의 무지와 그에 따른 미로와도 같은 갈등을 딛고 행복한 결혼에 다다르는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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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 키두니스트

 

제인 오스틴은 이 작품을 19세기 초반에 펴냈다. 현대인의 삶이 엘리자베스와 그 주변인들의 삶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그녀가 한때 행했던 과오는 여전히 우리 삶에서 행해지고 있다. 심리테스트라는 기준에 의해 인간을 단적으로 판단하는 것 말이다. 

 

심리테스트는 우리의 일상이 관계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을 암시하지만, 그 관계에 진정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타인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아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시대까지 살아남은 낡은 책들이 그 길을 알려주고 있다. 솔라리아가 아닌 이 세상에서 그나마 바람직한 삶의 방식은, 고전에서 말하는 인간의 복잡성을 항상 가슴에 품고 참고하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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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은 책으로 《고전 리뷰툰》이 있다.

섬네일 : 영화<오만과 편견> 포스터 일부
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41047#photoId=576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