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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사진비평가이자 출판 편집자. 사 진잡지 『보스토크 매거진』의 발 행인이자 계간 『보보담』의 편집 장으로 있다.


김현호 대표 프로필.jpg

 

사진비평가이자 출판 편집자. 사진잡지 『보스토크 매거진』의 발행인이자 계간 『보보담』의 편집장으로 있다. 


1) 봄과 아수라 (미야자와 겐지 | 읻다)

작가 미야자와 겐지는 서른일곱 살의 나이로 죽었다. 백여 편의 시와 4백여 편의 동화를 썼지만 생전에 원고료로 번 돈은 5엔뿐이었고, 생전에 출간된 책은 단 두 권이었다. 하나는 동화책 『주문이 많은 요리점』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시집, 『봄과 아수라』다.

그의 상상력이 그려내는 세계는 실로 절경이라 할 만하다. 그것은 식물적이다가 대지적이며, 갑자기 우주적이기도 하다. 미나리아재비가 피고 토끼풀과 미나리가 자라는 산기슭에서 비 냄새를 맡다가도 갑자기 우주를 달리는 열차를 타고 안드로메다의 구름을 가른다. 미야자와 겐지 특유의 청량한 리듬감과 독특한 시어 사용 역시 귓가를 맴돈다."

 

2) 식물기 (호시노 도모유키 | 그물코)

호시노 도모유키는 ‘식물 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구축한 작가다. 다시 태어나면 난초가 되는 게 꿈이라는 이 독특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에게서 ‘국가를 뒤흔드는 규모의 소설을 쓴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일본에서 호시노 도모유키는 권력과 제도의 부조리를 작품을 통해 비판하는 몇 안 되는 작가로 꼽힌다. 빙빙 돌며 춤추는 소나무와 인간이 뒤엉켜 하나가 된다면? 식물이 인간 세계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다면? 벚나무 열매를 먹고 그 씨앗을 삼켜 자신을 땅에 심기로 마음먹는다면? 그의 독특한 환상 이면에 현실의 완고한 권력에 대한 반감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3) 숲에서 우주를 보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 에이도스)

과학과 시적 산문을 아름답게 결합했던 레이첼 카슨을 잇는 작가를 단 한 명만 고르라면, 아마도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일 것이다.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그는 오래 전에 개간되었다가 버려진 어느 숲의 지름 1미터 남짓한 원형의 공간을 1년 동안 관찰한다. 책은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그 작은 공간을 찾아오는, 혹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작은 삶을 담담히 따라간다. 봄에 피어나는 여린 야생화, 축축한 낙엽 밑을 지나는 점균류, 나무 껍질 틈새에 자리잡은 이끼, 겨울의 첫 서리와 마지막 눈송이까지 저자의 시선은 작은 생명 하나하나에 세심히 머문다. 이 작은 땅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주변 숲 전체, 나아가 지구 생태계의 광대한 연결망과 복잡한 상호작용, 진화의 역사까지 읽어내는 솜씨가 실로 압도적이다. 

 

4) 정원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펜연필독약)

카렐 차페크는 프란츠 카프카나 밀란 쿤데라에 비견할 만한 체코의 작가다. 아홉 번이나 노벨상 후보로 논의되었으나, 당시 나치 독일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는 삽화가였던 형 요제프와 함께 오랫동안 정원을 열심히 가꾸었다. 네 계절을 지나는 동안 정원을 가꾸는 이들의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기쁨과 욕망을 특유의 위트를 바탕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책이다. 훗날 미국의 작가 벌린 클링켄보그는 차페크와 같은 예술가들은 가드닝이 인생의 일부분이 아니라, 인생이 가드닝의 일부분이라 여긴다고 썼다. 이 책의 따뜻한 삽화를 그린 형 요제프는 안타깝게도 1939년 독일이 체코를 침공했을 때 체포당해 수감되었고, 해방되기 사흘 전에 강제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5) 랩 걸 (호프 자런 | 알마)

호프 자런은 풀브라이트 상을 세 번 수상한 여성 과학자로,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지질생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과학적 지식과 글쓰기의 역량 양쪽에서 그와 비견될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 과학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호프 자런이 견디고 싸워야 하는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실험실에까지 존재하는 편견과 장벽에서부터 가사 노동에 이르기까지, 그러므로 이 책은 승리담이 아니라 식물을 사랑해서 과학자의 길을 택했던 미네소타 출신의 소녀의 분투기에 가깝다. 호프 자런은 싹을 틔우는 순간부터 식물은 시들어 꺾이는 순간까지 꾸준히 나아간다고 썼다. 물줄기를 향해 적극적으로 뿌리를 뻗고, 태양을 향해 이파리를 흔들며, 몸을 단단히 해서 자신을 지킨다고. 상처를 고스란히 나이테에 간직한 채 식물은 성장을 거듭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워질 때면 그들의 분투를 바라볼 일이다. 


6)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잔 시마드 | 사이언스북스)

숲에는 어린 나무들을 키우는 어머니 나무가 있다. 인간이 아이들을 기르는 것처럼 오래된 나무들을 어린 나무들을 기르고 먹을 것을 주며, 이끼나 곰팡이를 비롯한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화학적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인지하고 소통하고, 반응한다. 

이것은 따뜻한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삼림생태학 교수인 수잔 시마드의 오랜 연구다. 그는 나무들이 어떻게 서로를 인지하고 배우며 적응하는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대비하는지, 또한 어떻게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어머니 나무는 그 중심에서 자신을 둘러싼 다른 나무들을 연결하고 지탱하며 길러낸다. 이와 같은 유대가 어떻게 인간과 숲 모두를 살아남게 하는지에 대한 탁월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7) 나무 (고다 아야 | 책사람집)

일본의 작가 고다 아야는 1904년 도쿄에서 태어나서 여든여섯 해를 살았다. 『나무』는 사후에 발간된 작가의 유작으로, 그는 13년 6개월의 긴 시간동안 이 책을 썼다. 말년의 작가는 북쪽 홋카이도 가문비나무에서 남쪽 야쿠시마의 삼나무에 이르기까지, 나무를 찾아 정성껏 기록하고 천천히 착실하게 글로 남겼다. 절에 자리를 잡은 소나무, 전원 속의 녹나무, 봄의 꽃과 겨울 숲에 대한 작가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은 내내 다감하고 오묘하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 히라야마가 헌책방에 가서 골라서 머리맡에 작은 등을 켜고 읽는 책이 바로 고다 아야의 『나무』다. 영화 속 서점 주인이 히라야마에게 건넨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다 아야 너무 저평가됐죠? 같은 단어도 이분이 쓰면 느낌이 다르다니까.” 


8) 4월의 유혹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 | 휴머니스트)

이것은 나이든 네 여자의 여행 이야기다. 어둡고 습한 런던의 일상에 지친 로티와 로즈는 4월 한 달 동안 이탈리아의 산 살바토레 성을 빌려준다는 『타임스』의 광고에 자석처럼 이끌린다. 체류비를 아끼기 위해 레이디 캐럴라인과 피셔 부인이 동행으로 합류한다. 가정과 결혼, 인정 욕구, 그로 인한 우울에 빠져 있는 네 주인공은 산 살바토레의 햇살 아래 조금씩 새싹이 틔워오르듯 치유된다.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그것을 만들어낸 자신의 잘못을 찾아내고 스스로를 벌주곤 한다. 하지만 여행과 휴식이라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치료약을 스스로에게 공급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일상에 지친 네 여자의 마법 같은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조금쯤 웃음이 번지기도 한다.  


9) 서울의 공원 (김목인 | 6699프레스)

『서울의 공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울의 공원을 찾아가 그것을 사진과 산문으로 담아낸 책이다. 2019년 당시 서울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은 도시공원일몰제로 인해 사라져 갈 위기에 처했고, 그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래픽 디자이너 이재영은 사진가 박현성, 음악가 김목인과 함께 공원에 대한 사진과 산문을 책으로 묶어내기로 마음먹는다. 

서른 개가 넘는 공원을 일 년 반 동안 찍는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졌다. 사람들은 격리되었고 공원은 한적해졌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공원의 식물은 자라나고 꽃은 피어오른다. 사람들은 조금씩 공원으로 나오고 삶은 이어진다.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담담하게 이어지는 사진과 산문이 잘 맞물려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10) 목련 만두 (백유연 | 웅진주니어)

그림책 작가 백유연은 『벚꽃 팝콘』, 『풀잎 국수』, 『낙엽 스낵』, 『동백 호빵』 등 계절과 음식이 맞물리는 그림책을 지속적으로 펴내 왔다.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변화를 부드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그의 상상력은 다정하고 유쾌하다.

성인들도 종종 어린이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어린이들을 위한 책들이 대체로 ‘우정’을 진지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반면 성인들의 서가에 있는 책들 중에서 우정을 주제로 하는 것은 몇 권이나 될까. 서로 조물조물 목련 만두를 빚어서 나누어 먹고, 오해가 있으면 사과하고 용서하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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