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을 오래도록 관찰하고 글과 그림으로 정확하게 기록해온 식물세밀화가이자 작가. 저서로 『식물의 책』, 『식물 산책』 등이 있다.
1) 전략가 잡초 (이나가키 히데히로 | 더숲)
이 책의 주인공은 잡초라 불리는 식물들입니다. 우리가 잡초라 뭉퉁그려 부르는 식물 한 종 한 종이 얼마나 치열하게 생존하는지, 잡초의 생애와 강인한 생명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입니다. 땅에 고정되어 이동할 수 없고, 동물처럼 빠르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이 자신을 지키며 지구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전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2) 나무 (고다 아야 | 책사람집)
많은 식물 에세이에는 식물의 화려한 꽃이나 탐스럽고 효용성 많은 열매, 식물이 만드는 아름답거나 고즈넉한 풍경이 주 소재로 등장하지만, 이 책에는 죽은 나무, 쓰러진 나무, 베어진 나무, 목재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잃어가는 존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인생의 말년을 지나는 저자가 일본 각지의 숲을 누비며 쓴 글에는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3) 숲으로 간 여성들 (오애리, 구정은 | 들녘)
제 첫 직장 연구실의 상사는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여성 연구자가 이렇게 많은 곳은 흔치 않았고, 저는 선배들을 통해 앞으로 식물 일을 오래 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선례’가 중요하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죠. 이 책에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자연의 편에선 20여 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이 다양한 선례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걸어나갈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
4) 미움받는 식물들 (존 카디너 | 윌북)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은 대상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운명을 지녔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부정당하는 식물, 사라져야 한다고 여기는 식물을 연구하는 것이 저자의 일입니다. 이 책에는 세상이 미워하는 대상을 연구하는 이의 단호함과 단단함, 그리고 냉담과 환멸이 있습니다. 식물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공유해온 산업계, 감상의 대상으로만 생물을 바라봐온 대중에게 저자는 ‘미움받는 식물’을 대신하여 꼭 해야 할 말을 합니다.
5) 향모를 땋으며 (로빈 월 키머러 | 에이도스)
식물을 기록하는 일을 하며, 문명 안의 연구자로서, 대자연 속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로서 두 자아가 충돌하는 지점의 모순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문명이 반기는 훌륭한 연구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는 많은 식물을 채집하고 훼손해야 하지만, 대자연의 동물로서는 남의 터전에 조사하러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여지기 때문이죠. 이런 고민을 하는 저에게 이 책은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적 사유를 하는 과학자이자 전통 지식을 소중히 여기는 소수 원주민 부족 일원입니다. 그는 두 자아 속에서의 모순을 마주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며, 나아가 문명과 자연의 관계 회복의 과정을 그립니다.
6) 초록빛 목소리 (스테파노 보르딜리오니 | 봄볕)
우리가 식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식물이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지도 않고, 동물보다 느리게 움직여 살아 있는 생물이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살이에 바쁜 우리는 식물의 입장 같은 걸 떠올릴 겨를이 없죠. 저는 이 점이 늘 아쉬웠습니다. 적어도 아플 때 아프다고, 슬플 때 슬프다고 그들이 표현해 준다면 사랑하는 식물의 행복을 빌어 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 책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식물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자연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책입니다.
7)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잔 시마드 | 사이언스북스)
우리에게 삶을 사는 모든 방법을 알려준 어머니처럼, 숲의 나무들은 어머니 나무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감각하며, 무엇이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끝없이 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지, 대대로 이어질 지혜를 물려받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어머니 나무는 위협에 처할 때가 많습니다. 도시 개발, 인간의 실수로 낸 산불, 토지 개간…… 늘 새롭고 깨끗하기만 한 환경을 꿈꾸는 이들에게, 개발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대지가 인간의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8) 이야기로 만나는 제주의 나무 (이성권 | 목수책방)
지난 3년간 제주 식물을 기록하느라 제주를 오가며 제가 깨달은 한 가지는, 어쩌면 우리는 저 먼 아프리카보다 제주에 더 무심한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많은 식물도감은 우리나라 중북부의 식물을 이야기하고,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수도권의 사람들은 남부 지역의 식물을 여느 외국 식물 보듯 낯설어 할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제주에서 평생을 살아온 저자가 민속 지식을 곁들여 제주의 식물을 해설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주에 갈 생각이 있다면, 우리나라에 얼마나 다채로운 식물이 사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9) 파브르식물기 (장 앙리 파브르 | 휴머니스트)
파브르는 곤충학자 이전에 식물과 동물, 인간이 속한 '생물'의 삶을 관찰하는 데에 매우 능통한 자연과학자입니다. 그가 관찰해 기록한 식물들은 여느 동물만큼 동적이며, 세상과 소통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떠올리던 식물의 유약하고 순종적인 이미지가 무참히 깨지고, 식물과 인간의 거리감도 좁혀지길 바랍니다.
10)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베른트 부르너 | 브.레드)
우리가 도시에서 만나는 식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도로 옆 가로수, 아파트 화단의 풀꽃, 집에서 키우는 관엽식물 같은 것을 떠올릴 수 있죠. 하지만 인류가 도시에서 가장 오랫동안 널리 이용해온 식물은 식용식물인 과수와 채소입니다. 이 책은 우리 식탁 위 사과, 포도와 같은 과일이 여느 숲의 풀과 나무,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식량 부족 시대, 우리는 과일과 채소를 먹기 위해 인류가 숲의 생물에게 어떤 행위를 해왔는지 회피하지 않고 목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11) 광릉숲에서 보내는 편지 (이유미 | 지오북)
사람들은 종종 저에게 식물을 보러 갈 특별하고 새로운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말하죠. 새로운 곳을 찾기보다 가까운 장소를 반복해 가라고요. 식물은 계속 변화하며, 같은 장소일지라도 매일 다른 풍경을 자아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랫동안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식물학자입니다. 매일 광릉숲으로 출근하며 마주한 식물과 풍경, 그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이 두터운 책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특별하고 새로운 장소가 아닌 나면 여러분 가까이의 익숙한 숲으로 반복해 향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