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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심너울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는 SF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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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너울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필름마켓 E-IP 토리코믹스 어워드, 단편 『정적』의 영화화, 한국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단편 『달에서 온 불법 체류자』의 드라마 시나리오화 등의 일을 해냈다. 대표 저서로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등의 SF 단편집이 있으며, 최근에는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등의 장편을 쓰기도 했다. 

 

1) 픽션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현실이 관념을 만들고, 관념이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무한을 통해 드러낸 보르헤스의 핵심 단편집. 실린 소설들 하나하나가 텍스트의 미로이며, 우리는 경외감에 사로잡힌 채 이 미로를 떠도는 수밖에 없다. 현대 문학과 여러 장르 등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차치하고서라도, 문학이 선사할 수 있는 지적 쾌락의 극한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

 

2)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에서 우리는 영원히 재사용될 플롯을 목격한다. 진실을 향한 추구가 곧 자기 파멸이 되는 그 비극의 구조는 이후 수많은 서사 예술의 원형이 되었다. 소포클레스는 인간이 운명 앞에서 얼마나 장엄하게 무너질 수 있는 존재인지를 탁월하게 간파한다. 2,500년의 세월을 흘러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창작의 원천이 되어주는 위대한 고전.

 

3)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 싯다르타 무케르지

무케르지는 수천 년에 걸친 암의 역사를 추적하며, 이 잔혹하고 위대한 질병과 싸워온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직조해 낸다. 굉장히 강력한 과학적 정밀함과 서사적 긴장감을 동시에 갖춘 아름다운 논픽션. 사람들은 어떻게 질병을 인식하고 그것을 다루었으며, 그것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진척시켰을까? 의학사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의 고전이다.

 

4) 웃기려고 한 과학 아닙니다 | 이창욱

저자 이창욱은 아주 재기 발랄한 면모로 여러 '웃기는 과학 실험'을 추적한다. 이 '웃기는 과학 실험'들에 대한 추적은 결국 하나의 목적으로 귀결된다. 과학 지식의 지평선을 넓히는 일에는 일견 사소해 보이는 탐구, 혹은 더러운 것에 대한 탐구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앎의 최전선에 선 학자들을 재치 있게 드러내는 문장들도 재미있다.

 

5) 아직은 신이 아니야 | 듀나

초능력을 말 그대로 인간이 자원이 되는 은유로 사용하는 매우 재미있는 연작 소설. 연작 속에서 듀나는 여러 형식을 변주하며 그의 세계관을 너무나 매력적으로 드러낸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그것이 더 진화했다면 이런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은 소설. 지금까지 필자가 재독을 가장 많이 한 책으로, 그만큼 읽을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6) 안녕, 에리 | 후지모토 타츠키

타츠키는 영화를 향한 본인의 애호를 듬뿍 담아 영화의 성전에 바치는 이 재미있는 만화를 그렸다. 끝없이 반전하고 역전하는 플롯은 이 만화를 도저히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만화와 영화라는 두 매체의 연출을 합쳐 아주 흥미로운 새로운 연출을 보여주며, 동시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독자는 이 작품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다. 바로 그 의문이야말로 타츠키가 독자들에게 불러일으키고 싶었던, 영화와 만화의 매력일 것이다. 

 

7) 리아의 나라 | 앤 패디먼

한 몽족 소녀의 뇌전증을 둘러싸고 서양 의학과 몽족 문화가 충돌한다. 의사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리아의 가족은 그들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다. 앤 패디먼은 어떤 것이 더 나은지 가치 판단하지 않고 그저 보여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서양 의학의 합리적 체계도, 몽족 문화의 신비함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한다. 하지만 그 둘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간극은 번역 불가능하다. 

 

8) 숨 | 테드 창

아마도 현대의 가장 위대한 SF 작가로 남을 테드 창의 단편집. 여러 사고실험을 우아한 과학적 정밀함으로 끝까지 밀고 나간다. 테드 창의 특별히 탁월한 점은, 그 과학적 우아함 속에서도 결코 인간의 섬세한 감수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매우 탁월한 책.

     

9) 모든 것의 새벽 | 데이비드 그레이버

우리는 역사가 기록되기 전의 인류사를 직선적으로 이해한다. 농업 혁명, 종교의 탄생, 잉여 자산의 축적, 계급의 탄생. 하지만, 이 인류학 서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문명의 양태를 직접적인 근거와 함께 보여준다. 우리는 그 수많은 문명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역사가 시작되기 전의 인간들도 여러 체제를 고민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그들도 우리와 같은 복잡한 인간이었다고.

 

10) 과학철학 | 사미르 오카샤

옥스퍼드 대학에서 내놓은 여러 입문서 중 과학철학을 주제로 다루는 책이다. 교과서보다는 가벼운 비문학 느낌이지만, 우리에게 생소한 과학철학의 여러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우리는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과학이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는 데 큰 이견이 없는 편이지만, 그 도구 자체가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지 생각해 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전제를 바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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