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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문지혁 소설과 번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작가로, 감각적인 문체와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문지혁 프로필 사진 _ 유수진.jpeg

 

문지혁

소설가, 번역가. 2010년부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나이트 트레인』, 『중급 한국어』, 소설집 『당신이 준 것』, 『고잉 홈』. 

옮긴 책으로 『동물 농장』, 『라이팅 픽션』 등이 있다. 대학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친다.  

 

1) 반지의 제왕 시리즈 | J.R.R. 톨킨

나는 두 권의 책 때문에 작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중학생 시절, 그때는 제대로 된 저작권 해결도 없이 『반지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이 책 세 권을 읽다가 나는 서점이 닫을 시간이 되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짧은 머리에 회색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오가던 시절이었지만 어디서든 눈을 감으면 나는 중간계를 헤매는 프로도가 되어 있곤 했다.

 

2) 파운데이션 | 아이작 아시모프

나를 작가로 만든 또 하나의 책은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다. 1990년대 초반, 하이텔 SF 동호회에 가입해서 기껏해야 남의 시간을 뺏는 데만 쓸모가 있는 서툰 습작을 올리던 중학생 소년에게 『파운데이션』이 펼쳐 보이는 세계는 말 그대로 ‘경이감’의 연속이었다. 돌아보면 그때 나는 작가가 누군지도 몰랐고,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체험, 완전히 낯선 세계로 들어가 온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경험만큼은 분명히 했다.
 

3) 변신 · 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대학 시절 ‘독일 명작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에서 카프카를 처음 읽었다. 처음에는 이상했고, 다음에는 당혹스러웠고, 나중에는 묘한 매력을 느꼈다. 다만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뤄지지는 않았다. 혼자서 한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 프라하에 머물고,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던 미로 같은 십여 년의 시행착오를 겪고, 뉴욕에서 늙은 독일인 선생을 만나 이 소설을 다시 읽은 후에야 카프카를 읽는 일이 하나의 경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결코 벌레가 되지 않았다는 것도.

 

4) 화씨 451 | 레이 브래드버리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끔찍한 미래가 있을까? 『화씨 451』의 세계는 종이책을 불태우는 곳이다. ‘소방수’를 뜻하는 영어 단어 ‘fireman’은 여기서 ‘방화수’가 된다. 책을 사랑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종이책에 둘러싸여 자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가이 몬태그 같은 방화수가 예고 없이 우리 집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런 미래가 찾아오지 않기를. 아니, 이미 온 것이 아니기를.

 

5)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이 디스토피아 소설은 반드시 짝을 지어 읽어야 한다.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1984』가 욕망을 억압해서 우리를 통제하는 세계라면, 『멋진 신세계』는 욕망을 부추겨서 우리를 망치는 세계다. 어느 쪽의 예측이 맞았을까? 생각해 보면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는 상반된 두 가지 디스토피아를 향해 달려왔다. 그 결과로 반도의 북쪽은 『1984』, 남쪽은 『멋진 신세계』에 이르렀고, 이는 인류 역사에 유례없는 일이 되었다. 앞으로의 100년은 어떻게 바뀔까?

 

6)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누군가의 말처럼 『인터스텔라』가 이과의 SF라면 「네 인생의 이야기」는 문과의 SF다. 외계인이 지구에 내려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물리학자와 언어학자가 불려 왔는데 둘 중 언어학자가 주인공이 되는 세계관이라면 말이다. 테드 창은 언어와 시간이라는 두 가지 미스터리를 이 ‘외계인 사건’에 덮어씌운 다음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언어란 무엇입니까? 그리고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흐릅니까? 어쩌면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가장 긴 대답이 곧 우리의 인생일 것이다. 

 

7) 바람의 열두 방향 | 어슐러 K. 르 귄

SF는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S와 F에 해당하는 수많은 기호와 상징으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의 견해는 SF를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로 보는 것인데,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소설은 묻는다.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지하실에 갇힌 한 아이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그 마을에 머물 수 있는가? 당신을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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