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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박혜진 문학평론가이자 민음사 편집자. 격월간 『릿터』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앤솔러지 『퍼니 사 이코 픽션』을 엮고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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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민음사 편집자. 격월간 『릿터』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앤솔러지 『퍼니 사이코 픽션』을 엮고 풀었다.

1) 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 문학과지성사)
짧기에 더 아쉽고 짧기에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습니다. 봄이 오는 길을 마중 나가고 싶은 마음의 바탕에는 봄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지 아는 마음이 있죠. 봄밤의 정취란 얼마나 애틋하던지. 백수린의 소설집은 짧은 인생의 허무감 아래에서 희미하게 생동하는 사랑의 기운을 찾아 줍니다. 그 사랑을 따라가다 보면 짧기에 더 아쉽고 짧기에 더 아름다운 삶의 조각들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봄날이 아니어도 좋지만, 봄날에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소설집입니다.

2)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 창비)
좋은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이 이동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감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동의 다른 말일 테지요.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느꼈어요. 소설의 모델인 창경궁 대온실을 직접 한번 가 보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몸의 반응으로 그치지 않는 소설이었습니다. 하나의 장소를 둘러싼 기나긴 역사와, 그 역사를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이 동시에 육박해 오는 소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그때 보는 ‘창경궁 대온실’은 이전에 보는 그 온실과 절대 같을 수 없을 거예요.
3) 채식주의자 (한강 | 창비)
이 소설은 이제 ‘식물적 상상력’의 대명사와도 같은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체의 폭력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그 몸부림이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주어진 세계에서 나만의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가지가 뻗어 나가듯, 꽃잎이 떨어지듯, 용맹한 식물의 마음을 상상하고 품을 수 있는 도화지와도 같은 책입니다.

4)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김숨 | 문학동네)
‘나무’ 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혹은 어떤 힘의 작용을 느끼게 되나요? 김숨의 이 작은 책은 ‘나무’에 관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든 것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지금 당신 눈앞에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에서부터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이르기까지, 산문에서 노래에 이르기까지, 책을 덮을 땐 그 약동하는 기운이 당신 손 안에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게 될 거예요.

5) 모든 것의 이름으로 (엘리자베스 길버트 | 민음사)
이 소설을 모른다 해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제목은 한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 책도 분명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때 그 활달한 생명성이 보다 광활한 삶의 여정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이야기거든요. 독학으로 식물학을 섭렵한 학자 앨마 휘태커가 생명의 신비와 인생의 의미를 알아 나가는 감동적인 스토리! 무엇보다 식물학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떤 책보다 강한 작품이에요. 이 소설을 읽고 가슴 뛰지 않기란 불가능할 거예요. 권태로 지친 분들에게 특별히 더 추천합니다.

6) 봄 (앨리 스미스 | 민음사)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봄이야. 그렇게 춥더니. 이렇게 푸르러.” 이 소설은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앨리 스미스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거대한 벽화처럼 그려 보이겠다는 야심과 포부를 안고 시작한 ‘사계’ 프로젝트 중 한 권입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이 지나고 마침내 우리 앞에 도착한 봄. 차별과 혐오의 시대, 우리 앞에는 매일 새로운 절망이 놓여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이렇게 매일 새로운 희망도 피어나고 있습니다. 절망에서 희망에 이르는 사계의 한 계절, 앨리 스미스의 손길로 만나 보세요.

7) 창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 민음사)
많은 사람들에게 수필가로 알려진 피천득 선생은 시로 그의 문학을 시작했습니다. 피천득 문학의 핵심 사상이라 할 수 있는 ‘생명’이 가장 잘 드러난 이미지가 오월이고, 그와 같은 오월의 청신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창밖은 오월인데」라는 시입니다. 극도로 절제된 언어와 여운이 가득한 시상이 이루는 조화가 편편마다 절묘한 가운데, 표제작이기도 한 ‘창밖은 오월인데’는 푸릇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창밖은 오월인데 무얼 하고 있느냐는 장난기 어린 꾸짖음이 봄날의 우리를 창밖으로 이끌어 줍니다.

8)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 두레)
눈앞이 캄캄할 때,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벽을 마주했을 때, 저는 종종 이 책을 떠올립니다. 어린시절은 물론 지금도 이 책의 ‘나무 심는 남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요. 홀로 황무지에 나무를 심는 사람. 수년 동안 아주 정성스럽게, 시킨 사람도 없고 지켜 보는 사람도 없지만 꿋꿋하게 나무를 심는 사람. 남들 눈에 그 사람의 행동은 미련한 선택일 뿐이지만 훗날 그것이 울창한 숲의 시작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그가 심은 것은 한 그루 나무가 아니라 한 그루 희망이었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 반드시 웅크린 채 숨어 있는 것. 이 이야기가 제 마음에 심어 놓은 믿음입니다.

9) 정원의 위로 (김선미 | 민음사)
아는 정원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없나요? 힘들 때 훌쩍 찾아 위로받고 돌아올 수 있는 나만의 정원.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방문한 수많은 개인 정원, 서울과 지방 수목원, 대형 국가정원 가운데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녹아 있는 24곳을 선정해 담은 ‘나의 사적인 정원 이야기’입니다. 아담한 마당의 장미정원에서 웅장한 수목원에 이르기까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삶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방법을 나눠 줍니다. 이 책을 덮을 땐 깨닫게 될 거예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부자는 정원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부자라는 걸.
 
10) 식물 (DK 편집위원회 | 사이언스북스)
제 머리맡에 놓여 있는 책입니다. 저는 틈만 나면 이 책을 들여다봅니다. 많이는 아니고 하루에 한 장 정도 읽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단순하고 선명한 ‘정의’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정의가 이상하게 저를 위로합니다. 여러분은 식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식물은, 끊임없이 자라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더는 자라지 않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성장에 있어 그침이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정의에서 가장 문학적이고 심오한 영감을 습니다.
 
11)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 까치)
정말 웃긴 작가, 빌 브라이슨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 이야기입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지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썩 훌륭하지 않은 친구와 함께 배낭길을 나서는데요, 그만큼 고생길도 더 활짝 열립니다. 그래서 재밌고 감동적입니다. 우리 인생은 틀림없는 고생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순수한 기쁨에 고생길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12) 하루 한 식물 (마키노 도미타로 | 드루)
바닷가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산 책이에요. 제목이 너무 좋아서 덥석 구매했어요. 이렇게 ‘작은 제목’을 보고 있으면, 어떤 결심도 목표도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이 책은 저자가 100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식물을 관찰하고 연구해 기록한 탐구 일기예요. 그러나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건 식물에 대한 온갖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때문만은 아니에요. 식물을 탐구하는 매일의 태도가 ‘나’ 자신을 탐구하는 매일의 태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식물을 통해 매일 자라나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책입니다.

13)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잔 시마드 | 사이언스북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유연하고, 좀 더 희망차고, 좀 더 관계를 포용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연결’과 ‘관계’라는 말을 개념으로 배우기 전, 나무의 삶을 통해 ‘연결’과 ‘관계’라는 말을 경험으로 배웠다면, 제가 지금보다 조금은 더 열린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 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요. 만약 제가 읽은 숱한 ‘식물’에 대한 책 중 딱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이 책을 읽을 거예요.
 
14) 언더랜드 (로버트 맥팔레인 | 소소랜드)
제 인생을 바꿔 놓은 책이에요. 자연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이 쓴 이 책은 물질, 신화, 문학, 기억, 그리고 대지에 존재하는 지구의 방대한 지하 세계를 탐험하면서 실증적인 사실에서부터 상상의 영역까지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식으로 이루어져요. 저는 이 황홀한 책을 읽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는지 깨달았어요. 그 깨달음이 저의 세계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요. 시선을 땅속으로 옮겨 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예요.

15) 나무, 나의 모국어 (이기철 | 민음사)
나무와 구름, 바람과 꽃잎의 언어로 대화하면 어떤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말이란 아예 필요 없는 것이 되려나요? 일생 동안 자연의 언어를 찾으려 애써 왔던 한 시인이 일구어낸 깨끗하고 목가적인 언어를 만날 수 있는 시집입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잠시 넣어 두어도 좋습니다. 우리 존재의 ‘모국어’를 찾아가기 위한 하나의 시작점. 거기서 만나는 언어로 그리는 세상은 일찍이 우리도 몰랐던, 그러나 우리의 출발점이기도 했을 시원의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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