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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7

SPECIAL

[테마 칼럼] 사라져 가는 것들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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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달고나 만들기, 사진출처 : 매일경제 프리미엄 기사 캡처(클릭 후 이동)

 

이번 호 테마 - 사라져 가는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에 관한 단상 

 

백민철

 

서울책보고 총괄PM




추석 전 공개되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상금을 타기 위해 목숨을 건 서바이벌 형식이라는 드라마다. 드라마의 설정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이제는 사라져버린 옛날 놀이를 데스매치 설정과 접목 시킨 새로움이 있고, 옛날 놀이 이야기와 함께 갈등, 욕망, 희망,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 같은 보편적으로 공감되는 감정들이 잘 버무려져 색다른 힘을 가진 이야기가 되었다. 
나도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에 학교가 끝난 뒤 동네 형, 동생들과 다방구, 깡통 차기, 구슬치기 같은 놀이를 하면서 놀고 있으면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러야 그 날 하루의 놀이가 끝났다. <오징어 게임> 속 옛날 놀이 뿐 아니라 이제는 사라진 다양한 옛날 놀이에 대한 각자의 추억과 스토리는 나뿐만 아니라 지금의 중년 세대들이라면 가지고들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아이들끼리 밖에서 노는 것을 예전처럼 쉽게 볼 수는 없다. 시대도 변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가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각박해진 세상에서 아이들의 놀이도 사라져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 드라마와 함께 달고나, 양은 도시락 같은 드라마 속 콘텐츠도 전 세계적으로 SNS 상에 열풍이 불고 있고, 시즌 2 이야기도 벌써 나오고 있다우리나라는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캐릭터, 애니메이션, 출판 같은 문화콘텐츠는 K-컬처 브랜드로 불리며, 소위 말하는 세계적으로 먹히는콘텐츠다지금의 문화콘텐츠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93년 영화 <쥬라기 공원> 개봉 당시 벌어들인 수익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해서 얻는 이익과 같다고 해서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과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주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지금의 문화콘텐츠 강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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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공원> 영화 한 편은 콘텐츠 산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되었다.

영화 <쥬라기공원(1993)> 포스터 출처 : 위키백과(클릭 후 이동), 연관 에세이 링크(클릭 후 이동


 

언젠가 집에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인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딸아이가 “아빠, 비디오가 뭐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예전에는 영화를 극장보다는 비디오대여점에서 대부분 비디오를 빌려서 집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네 곳곳에 엄청나게 많았던 비디오대여점이지만 지금은 단 한 곳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한때 웹하드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비디오대여점이 힘들어지면서 도서 대여와 결합한 운영으로 변화를 꾀하며 유지하려고 했지만 결국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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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비디오대여점 영화마을의 간판, 오른쪽 : 도서 대여점의 도서 반납기, 사진 출처 : 이데일리(클릭 후 이동)

 

만화책도 직접 사서 보는 것보다는 대부분 만화방에 가서 보거나 앞서 얘기한 도서대여점에서 빌려 봤었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레코드 가게에서 카세트테이프나 CD를 구매해서 들었고,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동네 오락실을 갔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영화, 음악, 만화, 출판, 게임 등의 문화콘텐츠 소비는 시대가 바뀌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의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과거에 영화를 보기 위해 비디오대여점에 썼던 돈을 현재는 OTT, VOD 서비스로 바뀌었고, 나도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OTT 서비스를 이용해서 보았다. 이제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이 대여해간 비디오테이프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심지어 나의 취향까지 분석해서 맞춤으로 영화도 소개한다. 이러한 편리함에 웹하드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비디오대여점은 시대의 흐름과 편의상 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디오대여점 뿐 아니라 레코드가게, 만화방, 오락실 같은 오프라인을 통해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매년 최대 불황과 독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점은 지금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도서정가제 이후 전국적으로 작은 서점들이 오히려 많이 늘어났고,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을 만들어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온라인 매출이 늘면서 오프라인 서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서점의 숫자는 30% 넘게 줄었고,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다수의 중소형 서점들이 폐업하고, 반디앤루니스도 문을 닫게 되었고, 교보문고도 유상증자를 통해 수혈을 받는 등 오프라인 서점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책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다른 인식과 관점으로 서점에 대한 이전과 다른 위상을 가지지 못한다면 온라인의 편리함과 시대적 변화 흐름에 따라 책을 소비하는 서점도 앞서 이야기한 공간들과 마찬가지로 사라질 수 있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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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반디앤루니스, 출처 : 책방의 멸종... 오프라인 서점 종말 오나(독서신문, 클릭 후 이동)

 

3년 전 서울책보고를 개관하기 전에 서울 시내 헌책방들은 80여 곳밖에 되지 않았었다. 지금은 더 많은 헌책방이 사라졌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사라질 것이다. 사라져가는 헌책방들의 상생을 위해 만들어진 서울책보고는 ‘헌책이 보물이 된다’는 담론의 언어로 헌책을 표현하고 있다. 헌책은 서울책보고를 통해 헌책에 대한 성격과 규정 자체가 달라졌고, 규정하는 성격이 달라지면 대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인식이 바뀌면 위상도 새로워진다. 헌책방 한구석에 외면받고 있었던 헌책들은 서울책보고라는 공간 안에서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인식과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헌책이 사라지지 않도록 서울책보고는 오늘도 문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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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사진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출처 : 디지털타임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1093002100151029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