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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_META_TITLE_ 휴관일입니다.


Vol. 05

SPECIAL

[테마 칼럼] 열대야의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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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테마 - 열대야

 

열대야의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11살 때인가 여름방학 때 TV에서 해주던 한국영화 <여곡성>을 얼마나 무섭게 봤는지, 보는 내내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올 것 같으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쓰면서도 끝까지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무섭게 봤다고 기억하는 건 같이 시청하던 엄마는 귀신이 나올 때마다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깔깔대며 계속 웃으셨다. 불 꺼진 방에 이불 속에서 보는 TV 속 귀신의 모습도 너무나 무서웠지만, TV 소리로 들리는 귀신의 웃음소리는 엄마의 웃음소리까지 증폭되어 내 귓가에 입체 사운드로 들렸고, 귀신이 등장할 때마다 이불 안으로 집어넣은 귀신 손 같은 엄마의 따듯한 손길을 통해 4D 체험까지 하면서 영화를 봤으니 극대화된 공포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끝난 이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봤다.’라는 성취감과 공포영화의 긴장감이 주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어렸을 때 느꼈다. 그 이후로 당시 여름에 방영하는 <전설의 고향> 납량특집 시리즈를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나게 즐기면서 봤고, 중학교 때는 어머니랑 같이 비디오로 귀신 나오는 공포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어머니를 깜짝 놀라게 했다가 뒤지게 혼나기도 했다. 그 당시 어머니는 ‘간’이 좀 안 좋으셨는데 간 떨어질 뻔했다고 하시면서 성질을 내셨고, 난 간땡이가 부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고 응수했다가 또 혼났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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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영화 <여곡성(1986)> 포스터, 출처 : 다음영화(클릭 시 이동) / (오른쪽) 영화 <여곡성-리메이크(2018)> 포스터, 출처 : 다음영화(클릭 시 이동) 

 

 

<전설의 고향> 뿐 아니라 예전부터 지금까지 한국적 공포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여자의 ‘한(恨)’이 있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속담처럼 무서운 ‘여자의 한’을 느낄 수 있는 3편의 소설과 영화를 소개한다.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열대야로 잠 못 들기 시작하는 이 밤 책과 영화와 맥주와 함께 시원하게 즐기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재미있게 봤던 책과 영화이고, 이 세상에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초자연적 공포보다는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와 사람에 대한 공포가 제일 무서운 것 같다.

 

 

 

첫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미미월드 미야베 미유키의 1992년 작품 《화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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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차》, 미야베 미유키, 시아출판사(화정책방 / 3,000원)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와 대출, 신분세탁이라는 주제로 일본의 버블경제와 신용카드 대란, 등 일본의 사회문제와 비정하고 냉정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출간된 지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현대사회의 이면이 달라진 것이 없어서 오히려 지금 읽는 것이 더 공감되고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카드대란’이 일어난 2003년도쯤 읽었던 책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당시 매달 다가오는 카드결제일의 압박감과 돌려막기의 불안이 커지면서 결국 카드회사 채권담당자의 독촉으로 인한 공포의 경험을 투영시키며 읽어서 그랬는지 이 책의 공포감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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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한국의 영화 <화차(2012)> 포스터, 출처 : 다음영화(클릭 시 이동) / (오른쪽) 일본의 드라마스페셜 <화차(2011)> 포스터, 출처 : 해당 웹사이트 클릭 시 이동)

 

《화차》는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한국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두 작품 모두 소설보다 여주인공의 ‘한’ 이나 심리적인 것 등 원작의 깊이를 담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둘 다 다르게 보는 맛이 있다. 

일본판은 원작의 핵심 주제를 살려 미스터리와 추적 요소에 중점을 두었고, 한국판은 미스터리의 큰 중심에서 드라마와 통속극 요소에 중점을 두었다.

한국판에서는 사회비판 메시지가 크게 떨어지긴 하지만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화차》는 ‘누가 범인일까?’ 가 아닌 ‘왜 그녀는 그래야만 했을까?’라고 보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개인의 극단적인 상황이 범죄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화차》는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전설 속 ‘불수레’를 의미하는데 화차에서는 절대로 내릴 수 없다.

지옥에 도착할 때까지는...


 

 

두 번째는 길리언 플린의 2013년 작품인 《나를 찾아줘(Gone girl)》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이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30주 연속 베스트셀러, 많은 수상과 언론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읽지 못했고 영화를 먼저 봤는데 <세븐>, <파이트 클럽>의 데이빗 핀처가 감독을 맡았다고 해서 기대를 하면서 개봉을 기다렸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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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푸른숲(서적백화점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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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ne Girl》, Gillian Flynn, Phoenix(에보니북스 / 4,000원) 

 

 

2014년 창업을 결심한 나는 파주출판도시에 회사를 차렸고, 회사 길 건너에는 메가박스가 있었다.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매주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영화를 보고, 퇴근하면서도 영화를 보는 여유 있는 회사생활을 꿈꾸었지만, 주말도 없는 바쁜 일 때문에 극장은 고사하고 집에서 혼자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도 머릿속에 일이 떠나지 않는 강박관념으로 2시간을 집중해서 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영화를 한동안 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나를 찾아줘>가 개봉을 했고 계속 못 보고 있다가 머리도 식힐 겸 큰맘 먹고 혼자 회사 건너 메가박스로 향했다. 극장에 앉은 나는 2시간30분의 영화를 과연 일 생각 하지 않고 집중하면서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고, 영화가 시작되고 2시간 30분 동안 정말 딴생각할 틈도 없이 정말 오랜만에 영화에만 집중했고 너무나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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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를 찾아줘(2014)> 포스터, 출처 : 다음영화(클릭 시 이동)

 

 

 우리 부부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한 커플’ 이었다.

그날, 아내가 사라지기 전까지... ” 



영화에서는 여자주인공의 복수 과정에 초점을 두고 이를 섬세하고 몰입감 넘치게 전개부터 결말까지 촘촘한 연출을 보여준다. 러닝타임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졌고, 몰입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소설의 결말과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 진짜 공포가 시작된다. 소설에서는 영화에서 다 담지 못한 여자 주인공(아내)의 분노의 감정과 복수의 동기를 더 깊게 느끼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번역된 제목인 <나를 찾아줘>는 원제를 감안하면 정말 잘 번안된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실종된 자기 자신을 찾아 달라는 외침보다는 본래의 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다는 절규처럼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나의 인생 베스트 영화 중의 하나인 <고백> 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고백》은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한 교사의 충격적인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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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표지, 출처 : 비채(김영사) 홈페이지(클릭 시 이동

 

이 작품은 치밀한 복선과 구성으로 인물의 독백, 일기, 편지 등 대사가 생각보다 적어서 몰입감 있게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여러 인물의 시선으로 한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진실들이 등장하는 라쇼몽 효과의 구조로 구성된다.

(라쇼몽 효과 = 같은 사건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하는 현상.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에서 유래) 

이 소설도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밝힌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범인이 누굴까 라는 미스터리 없이 속속 드러나는 진실과 반전들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딸을 잃은 엄마가 살인자에게 하는 복수를 딸을 가진 아빠로서 감정이입을 하고 보면서 어떻게 보면 통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누가 가장 악의가 있었던 것이었을까? 악의는 결국 더 큰 악의를 낳을 뿐이라는 진리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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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백(2010)> 포스터, 출처 : 다음영화(클릭 시 이동)

 

영화 <고백>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을 맡았는데 탄탄한 원작의 스토리를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몰입하면서 소설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볼 수 있는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영상미와 음악에 감탄하면서 봤던 영화였다. 엄마를 연기했던 마츠 다카코는 90년대 후반 영화 <러브레터> 신드롬의 이와이 슌지 감독의 두 번째 작품 <4월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했는데, 영화를 볼 당시 풋풋한 대학생 모습의 기억에서 엄마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순간 충격을 받기도 했다.

 

90년대 후반 좋아했던 츠카모토 신야 <철남>, 기타노 다케시 <하나비>, 나카타 히데오 <링>, 미이케 다카시<이치 더 킬러>, 사부<탄환 러너> 같은 일본 감독들 계보가 있었는데 한동안 좋아하는 일본 영화감독이 없었다가 영화 <고백>을 본 이후로 나카시마 테츠야라는 감독의 작품을 기대했지만, 그다음 해 <갈증>을 보고 실망했다. 그렇지만 작년 <온다>라는 작품으로 <고백>의 주인공 마츠 다카코까지 다시 한번 돌아왔다. <온다>의 원작 소설이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인데 일본 호러소설대상에서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 다시 한번 <고백> 같은 재미를 기대해본다. 

 

 

위 소개한 작품 속 3명의 각기 다른 여자들은 비극적인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삶은 살만한 것이니 비극에 연연하지 말라는 희망이 담긴 메시지다. 거꾸로 바꾸어 보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더 그녀들에게 와닿는다.  우리는 희극처럼 살고 있지만, 이 희극이 영원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나 이 희극이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극이라는 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마음속으로 무의식적인 공포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작가와 감독은 작품의 주인공 삶을 비극으로도 희극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인생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인 ‘나’는 삶을 비극으로 살 것인지 희극으로 살 것인지 오롯이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글 백민철 서울책보고 총괄PM  

섬네일 이미지 : 영화 <화차(2012)> 포스터
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64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