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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5

INSIDE

[세렌디피티] 같이 가자 할까... 아니면 그냥 혼자 갈까...

최종 리스트 세렌디피티종로5가.jpg

 

Serendipity

예기치 않은 메모나 물건을 발견하다

 

같이 가자 할까... 아니면 그냥 혼자 갈까...

 

 

 

 

세렌디피티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것을 말하며, ‘행운’이란 뜻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책보고 서가 속 헌책들 속에도 우연히 발견되는 것들이 있답니다. 예전의 메모 또는 물건들이 마치 유물처럼 발견되는데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헌책 속 유물은 바로 표, 티켓(ticket)입니다. 

 

1. 《창작과 비평》1991년 겨울호, 창작과비평사, 1991년 12월 1일 발행(당시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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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에 발행된 《창작과 비평》1991년 겨울호에서 발견된 유물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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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종합전시장(KOEX)에서 열린 <'92 엘렉스컴퓨터 매킨토시 전시회>의 입장권입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 흥미로운 사실은... 장소인 종합전시장, 코엑스의 영어 철자가 COEX가 아니라 KOEX라는 건데요... 오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사실 원래 명칭이 KOEX였다고 합니다. 한국무역협회가 1979년 3월에 한국종합전시장이라는 명칭으로 개관을 했고, KOEX는 Korea Exhibition Center의 약자입니다. 1998년에 주식회사 코엑스로 개칭을 하여, 지금의 이름인 COEX(Convention & Exhibition)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내용 출처 : 코엑스 홈페이지- 클릭 후 이동)

 

전시회 주최는 엘렉스컴퓨터인데요. 여기서 또 궁금해지네요. 매킨토시는 애플의 PC 이름인데. 왜 애플코리아가 주최를 하지 않았을까요? 이유는 1992년에는 애플코리아가 없었기 때문이에요.(출처: 보도자료 - 클릭 후 이동) 애플코리아는 1998년도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 이전에는 엘렉스컴퓨터가 국내에서 애플을 독점 판매하고 있었어요. 엘렉스컴퓨터는 삼보컴퓨터의 총판을 운영하다가 1988년부터 애플의 국내 독점 판매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1992년도 매킨토시 전시회도 엘렉스컴퓨터가 주최한 거였네요. 엘렉스컴퓨터는 2021년 현재 ㈜키다리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주)키다리 스튜리오 홈페이지 - 클릭 후 이동

 

《창작과 비평》1991년 겨울호를 읽던 이 분은 이 전시회를 방문했을까요? 문예지를 읽던 공학도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과학에도 관심 있는 인문학도였을까요? 2021년 지금은 사과폰을 쓰고 있을까요? 

표 한 장에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기고 또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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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창작과 비평》1989년 여름호, 창작과비평사, 1989년 6월 1일 발행(당시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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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만날 유물도 역시 문예지에 들어있었네요. 과연 어떤 표일까요? 

바로 두 장의 연극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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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하나의 이길재 대표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바쁘다 바빠 2>의 연극표입니다. <바쁘다 바빠>는 1987년 초연된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관객들로부터 꾸준하게 사랑을 받은 연극입니다. 1997년 관객 수 80만 명의 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어요. 막을 내린 이유는 당시 IMF에 의한 극단의 운영난과 이길재 대표의 건강 악화였다고 하는데요, 이후 다른 분이 극단 대표를 이어 받아 여러 무대에서 꾸준히 공연되며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합니다.(내용 출처 : 클릭 시 이동)

 

하나방 소극장에서 상연했는데요. 하나방 소극장은 특이하게도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가 아닌 종로 5가, 종로구 효제동에 있었다고 해요.(내용 출처 : 클릭 시 이동마치 마당놀이같이 객석과 무대가 따로 없는 극장이 하나방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스타가 된 곽도원 배우가 2014년 《채널예스》의 <김태훈의 편견> 코너에서 하나방 소극장을 언급하기도 했네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종로의 하나방 소극장에서 <바쁘다 바빠>를 보고 나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니다.(내용 출처 : 클릭 시 이동)

 

표 뒷면에는 '극단 하나'의 연극배우 모집 공고가 있어요. 지금은 은막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시는 곽도원 배우도 이 모집 공고를 보고, 표를 손에 꼭 쥔 채 극단 문을 두드렸을지 궁금해집니다.

 

두 장의 표가 책 갈피 속에 고이 있는 것을 보니 사용을 안 했을 듯한데요. 혹시 좋아하는 사람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려다 결국 말하지 못하고  공연이 끝나버려서 이렇게 꽂혀 있는 게 아닐까요? 

 

"같이 가자 할까... 아니면 그냥 혼자 갈까..."

 

갑자기 생긴 두 장의 표를 손에 들고 이런 고민해 보신 분 있으시죠? 네. 있을 겁니다...

 

Emotion Icon

 

오늘은 문예지 두 권에서 발굴한(?) 표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종이 한 장일 뿐일 수 있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기억 속으로 떠나는 추억행 티켓일 수도 있겠네요.

서울책보고 서가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추억행 티켓들이 헌책 속에서 잠자고 있어요.

꼭 한번 만나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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