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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3

SPECIAL

[밑줄의 일부] 가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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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테마 - 가족

가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백민철

서울책보고 총괄PM 

 

 

5월 하면 ‘가정의 달’이 떠올려집니다. 

가정의 달 5월은 금전적인 지출이 가장 많은 달로 걱정이 먼저 드는 달이기도 합니다. 

‘가정’의 사전적 의미는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라고 되어있는데 사전적 의미의 넓은 의미보다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좁은 의미로 ‘가정’이 ‘가족’과 동일시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항목에 국민 69.7%가 동의했고, 비혼 동거에 대해서도 67.0%가 가족이라고 동의했으며, 50대 이하 모든 세대에서 과반이 가족이라고 동의했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결혼을 통해서만 만들어지고, 부부와 부모, 자녀 등 혈연관계로 구성되고 위계와 서열, 각자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현재 대가족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제는 3~4인 가족 그리고 지금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은 부양, 혼인, 출산 등 어떤 방식으로든 가족과 함께 사는 삶, 가족을 만드는 삶을 점점 포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 여론조사에도 보여주듯이 지금 시대에 꼭 결혼이라는 제도로 이루어져야만 가족이라는 인식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저도 역시 가족이라는 것은 단순히 혈연관계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함께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나누고 식사도 하며 서로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면 다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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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족의 탄생> 포스터, 출처 : 씨네21

 

 

2006년 영화 <가족의 탄생>에서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부장제와 혈연으로 얽혀 원망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한국영화 속 가족주의의 환상적인 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맺어진 관계를 책임을 다해 돌보며 비 혈연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하는 사람과 삶을 꾸릴 권리, 가족을 만드는 것이 꼭 결혼이라는 제도로만 가능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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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고령화 가족> 포스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천명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고 영화로 만들어진 <고령화 가족>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들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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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놈의 집구석에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인가? 

그리고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우리 식구들에겐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형제간의 따뜻한 우애와 건강하고 깨끗한 아이들, 서로에 대한 걱정과 배려, 

유순하고 성실한 가족 구성원들, 사랑이 넘치는 넉넉한 저녁식사...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행복을 얻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것은 그저 위선에 가득 찬 역할극에 지나지 않는 걸까? 

그래서 실은 그것이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에선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허망한 판타지일까?

(고령화 가족 P141, 문학동네)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의 삶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그것을 함께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어떤 때는 귀찮기도 하고,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함께 있을 때는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 인식도 달라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이미 등장했고,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가족이 등장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제는 가족이라고 할 때 꼭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사랑과 이해로 충분히 가족을 만들 수 있음을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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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족 간에 대화가 많아져서 가족과의 관계가 그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독거노인들의 고독사, 청년들의 실직, 자영업의 붕괴 등을 겪으면서 ‘가족’의 관계와 결속력이 얼마나 약해져 있었는지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의 삶 속에서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황두영 저자의‘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지는 않았지만, ‘생활동반자법’에 흥미를 느껴서 저자의 인터뷰와 관련 기사를 많이 접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누구와 사는가, 누구와 살고 싶은가에 있어서 모든 것이 혼인과 혈연으로만 묶일 수 없는 사회가 되었고, 앞서 설명한 영화와 책처럼 대중문화는 가족관계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데 비해 법과 정책은 지체되어 있어 이와 같은 제도적, 법리적 불편함의 해결을 위한 것이 ‘생활동반자법’이라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법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말 친하고 믿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가족이나 다름없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가족을 이야기할 때‘가족이지만 남보다 못하다’라는 말도 합니다. ‘가족’은 결혼이란 제도와 혈연으로 구성보다 사랑, 이해, 공감과 같은 감정적인 요소들의 구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고, 외로움이 새로운 사회적 질병이 된 오늘날 멀리 있는 가족보다 가까이 있는 친구나 애인이 백번 나을 때가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만을 가져올지 가족의 형태와 결합이 다양해진다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는 좁은 테두리에서 넓은 공동체로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가족(家族)은 대체로 혈연, 혼인, 입양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혈연이나 혼인 이외 관계도 가족구성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 마련되는 추세이다. 영국의 시민동반자법(civil partnerships), 미국의 시민결합제도(civil unions), 호주의 사실혼(de facto mateship),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PACS) 등이 그것이다. (출처 : 위키백과 -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