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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2

INSIDE

[북큐레이션 도서 언박싱] 1979년 생년문고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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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션 언박싱  | 문고, 베일을 벗다

 

1979년 생년문고 <11월>

 

 

4월호에 언박싱할 문고는 바로, 2020년 11월 14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1979년 생년문고 <11월> 입니다.


이 생년문고는 당시까지만 해도 가장 오래된 연도의 생년문고였어요. 2020년에 처음 생년문고를 기획할 때만 해도, 1985년에서 2000년생 그러니까 만 20세에서 35세로 그 범위를 한정했었거든요. 그런데 생년문고가 입고될 때마다 더 오래된 연도의 생년문고를 요청하는 DM과 댓글 의견이 조금씩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기획보다 파격적으로 낮춰 70년대 생년문고를 처음 입고해보았죠. 결과는...


폭발적...까지는 아니고 소소하게 환영해주시는 반응이었습니다. 1979년 생년문고를 입고한 후 금방 구매해주시기도 했고요.

용기를 내서 70년대 중반 생년문고를 신청해주시는 분도 계셨고요. 그럼 본격적으로 당시 11월에 맞춰 #가을가을 한 79년 책들로 묶었던 생년문고 언박싱을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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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yoossam1009

 

 

*** 당시에 생년문고 소개글을 한 번 다시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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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yoossam1009

 

오늘 생년문고는 79년의 정치적 격동이 일어나기 직전 가을,의 감수성을 담은 책들이 들어있습니다. 1979년 가을의 문예지는 1980년 군부정권의 언론통폐합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 1980년 여름에 폐간되었으니, 이번이 마지막 가을호에요. 이후 1988년이 될 때까지 이 문예지의 가을호는 없습니다. 1987년 6.10 민주항쟁 때까지 #가을 이라는 계절이 없는 그러니까 사색이 없던 시절이었다는 게 은유적으로 드러나는데요. 이 마지막 가을호에는 #전상국 #김주영 의 소설, #이성부 #김광규 #양성우 의 시가 선물처럼 실려 있어요. 


오늘의 키워드가 된 시 ‘11월’이 들어있는 시집은 단순하고 담백한 시어로 일상의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인 K의 시집입니다. 1979년 가을에 발행된 이 시집은 계절의 이미지를 담은 시가 많은데요. 11월도 그중 하나입니다. 잠깐 감상해볼까요?



콘테이너트럭이 가슴을 울리며 달려가는

루이제키젤바하 광장

서리맞은 벤치에 앉아

노인은 아침부터 맥주를 마셨다

부드러운 잠을 잃은 뒤로

성경을 잃는 일도 그만두었다


세탁물을 찾으러 가던 노파는

막내딸의 편지를 받고 무척 기뻐했다

그에게는 한 달에 한 번씩

보험회사의 계산서가 올 뿐

맞은편 아파트 시멘트벽에

가로수들은 불편하게 그림자를 세우고

길가의 창문들은 온종일 닫혀 있었다


낡은 외투에 차가운 지팡이를 짚고

남처럼 멀어져 투박한 그의 몸이

앞장서 그를 이끌고

해지는 광장을 느릿느릿 건너 갔다

슈퍼마케트가 닫힐 시간

양로원 지붕 위로 날으는 비둘기떼      


*

 

시인은 11월을 노년의 한 장면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거리에 우수수 떨어져 있는 낙엽을 보며 우리도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 11월 아닐까요.


→ 생년문고를 구매하지는 않으셨지만, 1979년생분 중에 이 시집을 궁금해하시던 분이 계셨어요. 그만큼 이 시가 매력적이었다는 거겠죠? 과연 이 시를 쓴 K는 누구이며, 이 시집은 무엇일까요? 두둥~!


바로, 김광규 시인의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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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yoossam1009

 

**

 

1979년 가을 문예지 한 권, 1979년 봄 교양지 한 권, 1979년에 나온 시집 한 권. 


1979년 가을 문예지 한 권 → <창작과 비평> 1979년 가을호.


1979년 봄 교양지 한 권 → <샘터> 1979년 4월호.


이렇게 세 권이 지난 2020년 11월 14일에 업로드한 1979년 생년문고에 들어있었습니다. 70년대 출판물은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가격이 높은 편이어서 단출하게 세 권만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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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yoossam1009

 

어떠세요? 오늘 바로 김광규 시인의 시집 한 권 읽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글 박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