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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1

SPECIAL

[개관 2주년] 서울책보고 개관 2주년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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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책보고, 진실로 서울의 보물이 되다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

 

 

2017년 1월, 서울도서관장으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헌책보물섬’ 사업에 대해 처음 들었다. 서울에서 사라져가는 헌책방을 돕기 위한 ‘헌책 정거장’이라는 것이다. 이미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가까이 되었지만, 유수지 위의 부지 특성상 하부구조 보강 공사를 해야 하는 설계안이 나와 당초 예산을 초과하게 되었기에, 시 투자심사를 받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단다.‘아니, 이게 뭐야?’ 싶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낯선 서울시 조직에 적응할 틈도 없이, 그날 이후 투자심사를 위한 행정 준비를 시작으로 추가 예산 편성을 위해 한 해를 보냈다. 

 

한편 헌책방 지원을 위해 사업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도 막막하였다.‘책벌레’모양의 서가에 책방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조성할 공간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게 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것은 엄청난 과제였다. 서가 설계를 변경하고, 공사하고, 입점할 헌책방을 모집하고, 운영을 위한 자문 회의를 하고, 명칭을 공모하고, 운영할 업체를 선정하고... 글로 쓰면 몇 줄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사례도 없고, 경험도 없는 일을 하느라 우리 직원들과 엄청난 고민과 수많은 토론을 하였다. 어떻게든 서울도서관에 주어진 과제를 잘 마치고 싶은 생각 하나로 버텼고, 꾸역꾸역 일하다 보니 어느덧 개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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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정해주신 이름, 서울책보고(冊寶庫). 2019년 3월 27일, 다단계 판매 업체의 물류창고는 책이 가득한 보물창고로 변신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누군가는 도서관이냐고 했고, 어떤 이는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얘기도 하였다. 또 저작권이 이미 소멸된 헌책을 서울시가 판매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하였고, 민간영역 침범이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개관 이후 서울책보고 조성 취지에 공감해 주는 출판, 서점계 인사들이 늘었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독특한 서가와 세련된 분위기에서 헌책을 보며 추억을 되살리고, 공간을 향유하며 개인과 시대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청계천을 비롯하여 서울에 흩어진 헌책방의 책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고, 헌책방 사장님이 슬쩍 슬쩍 내놓는 귀한 헌책들의 전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기함이 있었다. 또한 유익하고, 즐거운 책 프로그램도 한몫 하였다. 

 

개관 이후 수십만 명에 이르는 분들이 다녀가셨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140여 일 밖에 운영하지 못하여 아쉬웠다. 그러나 서울책보고는 비대면 프로그램은 물론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만들었고, 생년문고나 절기문고, 블라인드 책 판매 등 다양한 실험을 하며 헌책방과 시민의 연결고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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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21년 3월 27일, 서울책보고의 두 번째 생일이다. 서울책보고는 독특한 서가 설계로, 이 공간을 인스타그램의 성지로 만들어주신 서현 교수와 31개의 헌책방 사장님들, 그리고 이 공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주신 자문 위원들과 책임감 있게 업무에 임한 서울도서관 담당 직원들, 개관 이전부터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운영하는 백민철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만든 공동 작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간이 빛나게 해주시는 분은 역시 서울시민일 것이다. 

 

서울책보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서울시민들의 영원한 책 보물창고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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