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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드라마가 없던 그 시절 고전 by Kid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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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7

드라마가 없던 그 시절 고전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 <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가 범람하는 지금은 바야흐로 드라마의 시대다. 미드와 영드는 물론,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도 창의적인 콘텐츠를 시도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물론 영화도 여전히 인기 있는 영상물이다. 하지만 드라마에는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등장인물이 더 장기적으로 활약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매력을 증명하듯 대중들은 일상 속에서 각종 드라마 이야기를 쏟아낸다. 일례로, 가장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라는 새로운 소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우영우kuk202207110047.jpg▶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는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은

 드라마 자체보다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미디어오늘

 

이렇듯 드라마는 지극히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매체이다. 헌데 이런 드라마와 케케묵은 책들 사이에 과연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의외로 쉽다. 

고전문학 중에서는 그 시작이 연재소설이었던 것들이 꽤나 많다. 그리고 신문 또는 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들은 내용적 특성의 상당 부분을 드라마와 공유한다. 둘 다 독자에게 지속적으로 조금씩 콘텐츠가 주어지는 '연속극'이기 때문이다. 단지 텍스트 매체와 영상 매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직 영상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사람들은 소설을 보고 창작물에 대한 흥미를 채웠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세계문학 중에는 연재소설의 형태로 독자에게 찾아온 작품이 많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사랑받는 소설《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한때 신문에 연재된 소설이었다. 짧은 주기로 연재된 만큼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시키는 게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뒤마의 소설은 오늘날 웹소설에 비견될 만큼 호흡이 빠르고 인물들 간엔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난다. 그 예로, 다르타냥이 파리로 온 첫날부터 대뜸 세 명의 총사와 한 시간 단위로 결투 대결이 잡히는 걸 보자. 1화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드라마 작가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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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테크리스토 백작》,《삼총사》, 알렉상드르 뒤마, 삼성당, 책읽는풍경 각권 2,000원 

 

물론 연재소설이라 해서 전부 흥미 위주의 오락소설인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에도 정통 사극이 있고 무거운 정치극이 있다. 연재소설도 마찬가지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반체제적 운동을 비판한 장편소설 《악령》은 러시안 메신저라는 잡지에 연재된 바 있다. 악령은 국내에서《죄와 벌》이나《카라마조프의 형제들》등 다른 대표작의 명성에 밀려 있는 데다 작품 내내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어지러운 서술이 이어지므로, 문학을 깊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잘 알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해당 책은 다른 작품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정치적, 역사적 가치가 있다. 러시아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네차예프 사건’을 모티브로 삼기 때문이다. '네차예프 사건'이란 비밀 혁명 조직의 일원이 조직의 방식에 의문을 품고 나가려 했고 그 결과 계획적으로 살해당한 사건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실제 사건을 비판함으로써 러시아에 만연했던 다양한 사상들에 경고를 던지고 있다. 비록 삼총사처럼 재밌고 신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 역시 근현대 대중들에게 드라마 역할을 했던 연재소설의 한 단면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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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

 

오늘날 우리는 이 모든 소설을 '고전문학'으로 분류하고 다소 무거운 느낌의 단행본으로 만난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19세기, 혹은 그 이전에 살았다면 같은 내용을 매달 출간되는 잡지로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모든 내용을 한 번에 읽지 못하고 찔끔찔끔 읽어야 하는 옛날 독자들을 상상해 보자. 그들은 연재분을 읽고서 애타게 다음 내용을 기다렸을 것이다.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스타브로긴의 방황은 과연 어떻게 끝날까? 아토스는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던 걸까? 그렇다. 지금 드라마의 다음 화를 기다리는 우리네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미래에 새로운 유행이 자리 잡으면 지금 즐겨보는 드라마가 케케묵은 고전으로 소개될지 모르는 일이다.  

 

글로벌 스트리밍도 영상 매체도 없던 시절, 많은 사람은 텍스트를 통해 드라마를 체험했다. 가끔씩은 책장의 낡은 책을 들춰보며 옛 독자들의 심정을 되새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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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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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은 책으로 《고전 리뷰툰》이 있다.

섬네일 : 영화 <삼총사>(1993)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2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