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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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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주인이 사랑한 책] 주정하는 난초의 술주정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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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 주인이 사랑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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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헌책방의 추천책

《명정 40년》, 변영로, 1953, 서울신문사

 

 

이번 헌책방 주인이 사랑한 책은 지난 12호에 남문서점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근원수필》에 이어 또 문장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수필입니다. 바로 대성헌책방 사장님이 추천하신 《명정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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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변영로가 쓴 수필입니다. 변영로는 ‘논개’라는 시로 유명한 한국 근대 시인이잖아요. 여러분, 혹시 ‘논개’ 들어보셨어요? 예전에는 교과서에 실려서 유명한 시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_논개, 1연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아, 이제 좀 생각나시나요?Emotion Icon 이런 애국적(!)인 시를 쓰신 분이셨는데, 이 《명정 40년》은 저자 본인이 40년 동안 술 마신 이야기를 기록한 수필이라고 합니다. Emotion Icon 한 번 만화가 김태권의 추천사 살짝 읽어볼까요?      


“아주 짧은 책. 그러나 어찌나 재밌는지, 한 번에 다 읽기 아까워서 몇 달 동안 나누어 읽었다. 

입담만 놓고 본다면 세계 문학의 반열에 들어도 아쉽지 않은, 

수주 변영로 선생의 걸작 에세이. 

저자 본인이 사십년 동안 술 마신 이야기를 솔직하게 기록하였다. 

그렇다고 고백록은 아니고, 

오히려 반성을 빙자하여 술자리 추억을 자랑하는 그 뻔뻔함이 매력 포인트. 

제목부터 명정, 술 취할 명(酩)에 술 취할 정(酊)이다. 

국한문 혼용체가 이토록 아름답다니! 

작금에 되살림이 불가함을 한하노라. 

내게는 사연이 있는 책. 

며칠 동안 밤새 술을 마시다가 정신이 몽롱한 채로, 친구의 서가에서 발견한 책이다. 

이 얼마나 운명적인가.” 

_김태권 (만화가, <십자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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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잠깐 살펴볼게요.

 


 제1부 ‘명정사십년’에는 「등옹도주(登甕盜酒)」·「부자대작(父子對酌)」·「가두진출(街頭進出)의 무성과」·「졸한무예보래(猝寒無豫報來)」 등 48편, 제2부 ‘명정낙수초(酩酊落穗鈔)’에는 「기인고사대불핍절(奇人高士代不乏絶)」·「교실내에 로이드극(劇)」 등 4편, 제3부 ‘남표(南漂)’에는 「현대출애급판」·「한양아 잘 있거라」·「하나의 전환」·「부공부수(婦功夫守)와 기외(其外)」 등 10편, 제4부 ‘명정남빈(酩酊南濱)’에는 「서언(緖言)」을 위시하여 「계엄주(戒嚴酒)의 범람」·「하고방 순례」·「명정의 피날리」 등 10편이 각각 실려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수필들은 대부분 1949∼1950년에 걸쳐서 『신천지』에 연재된 『명정사십년 무류실태기』와 6·25 때 부산 피난 시절 『민주신보(民主新報)』에 연재된 「남표」를 중심으로 하여 엮은 것이다. 대주가(大酒家)로 불린 작자가 40년간 술에 취해서 살아온 무류실태기로서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며 기지 넘치는 필치로 그 시대상을 고발하고 있다.

 남들은 삼사십 년 동안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였다고 대성질호(大聲疾號)하는 판에 자신은 “호리건곤(壺裏乾坤)에 부침(浮沈)한 것을 생각할 때 자괴자탄(自愧自嘆)을 금할 수 없다.”고 변영로는 「자서」에서 말하고 있다. 요컨대 자신의 반생은 비극성을 띤 희극일관으로 경쾌주탈(輕快酒脫)하게 저지른 범과가 기백기천으로 헤아릴 길 없다는 것이다. 

 변영로가 이렇게 술에 취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을 박종화는 “세상 됨됨이가 옥 같은 수주(樹州)로 하야금 술을 마시지 아니치 못하게 한 것이 우리 겨레의 운명이었으며, 난초 같은 자질이 그릇 시대를 만났으니 주정하는 난초가 되지 않고는 못 배겨내었던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명정40년(酩酊四十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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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술에 취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이라는 설명과 ‘주정하는 난초’라는 박종화의 표현이 이 책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데요.


대성헌책방 사장님이 추천하며 서울책보고에 가져다주신 책은 무려 1953년 초판으로 가격이 오십만 원에 달합니다. 살면서 한 번 볼까 말까한 희귀본이라는 말이죠! Emotion Icon

 

지금 서울책보고 놀러오시면, <오직 서울책보고> 진열장에서 이 책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물론 구입도 가능합니다.Emotion Icon

 

 

 

 

 

섬네일 : 수주 변영로 시비 <논개> (경기도 부천시 중앙공원 소재)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EC%88%98%EC%A3%BC%EB%B3%80%EC%98%81%EB%A1%9C%EC%8B%9C%EB%B9%8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