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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6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 다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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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다섯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셈본 5-1》문교부 엮음, 문교부·한국인쇄주식회사, 1952.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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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1987년을 다닌 어린배움터에서 배움책(교과서)을 받으면 어떻게든 겉종이를 챙겨서 싸야 했습니다.

그무렵 집에 달종이(달력)가 없는 동무가 많고, 날종이(일력)라도 있으면 이 얇은 종이로 겉을 쌉니다.

안 싸면 배움책을 싸서 나오는 날까지 두들겨맞아요.

봄에 받아 여름에 내놓고, 가을에 받아 겨울에 내놓지요.

길잡이(교사)는 하나하나 보며 뭔가 끄적인 자국을 안 지웠으면 ‘안 지운 만큼’ 때렸습니다.

늘 맞으면서 배운 나날인데, 

한겨레가 서로 싸우던 때에 미국이 베푼 종이로 묶은 《셈본 5-1》를 보던 옛 어린이는 어떤 하루였을까요? 

차분히 즐겁게 배우도록 어린이를 이끄는 어른이 그립습니다.


책을 아껴 씁시다. 이 책은 다 배운 다음에 아우들에게 물려줄 책입니다. 

깨끗하게 아껴 써서 물려받은 아우들의 마음을 즐겁게 합시다.

물건을 아껴 쓰는 것도 전쟁에 이기는 생활의 하나입니다.

국제 연맹 한국 재건 위원단(운끄라)은 한국의 교육을 위하여

4285년도의 국정 교과서 인쇄 용지 1,540톤을 문교 부에 기증하였다.

이 책은 그 종이로 찍은 것이다.

우리는 이 고마운 원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층 더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한국을 재건하는 훌륭한 일군이 되자.

(대한 민국 문교부 장관 백 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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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아버지와 아들 4》 e. o. 플라우엔 글/그림, 이숙희 옮김,

규장문화사, 1987.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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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에 ‘새만화책’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두툼하면서 곱게 펴내 주었습니다.

1987년에 처음 태어난 《아버지와 아들 1∼4》이 다시 빛을 보았어요.

1987년에는 독일로 배움길을 다녀온 어느 분이 알뜰하게 건사하면서 누리다가

독일대사관이 도와서 ‘규장문화사’에서 펴냅니다.

이무렵 여느 펴냄터에서 만화책을 내는 일이 드물었으나,

믿음길을 가는 곳에서 펴내며 여러 책숲(도서관)에 이 책이 깃들곤 했다지요.

그린이는 ‘나치 독일’이 아닌 ‘수수한 독일’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나치 아닌 수수한 사람을 사랑한 나머지 나치한테 붙들려 이슬로 사라져야 했다지요.

이 같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와 아들》은 차갑고 매몰차면서 어둡던 나날에

 ‘어버이하고 아이’가 어떤 사이로 지낼 적에 아름답게 사랑이 피어나는가를

 눈물하고 웃음으로 그려요.

저는 이 작은 만화책을 헌책집에서 보이는 대로 장만해서 이웃님한테 드리곤 했습니다.

알아보고 펴낸 손길이 있고,

눈여겨보며 건사한 헌책집지기 손빛이 있기에 두고두고 되새기는데,

제 곁에 둘 책을 장만하며 헌책집지기 이름쪽을 살짝 꽂아 놓았어요.

‘이문시장 앞 신고서점’은 이제 ‘덕성여대 앞 신고서점’으로 바뀌었고,

이문시장은 잿빛집에 밀려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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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