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6
INSIDE[세렌디피티] 태평양을 건너온 영수증
Barnes&Noble Booksellers 영수증
오늘 세렌디피티는 이전과 조금 다른 느낌의 사물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바로 먼 이국에서 온 도서구매 영수증인데요! 이 영수증 또한 운영팀 동료 직원이 발견해준 소중한 사물입니다. 부지런히 서가를 둘러 보면, 책장을 넘겨보지 않아도 이렇게 뜻밖의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게 서울책보고만의 매력이랍니다. 그 매력은 서가를 천천히 탐색하시는 분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숨은 보석과 같은 것이기도 하고요!
오늘 이 영수증은 미국 텍사스주 중부에 있는 텍사스 주도 오스틴(Austin)에 위치한 ‘Barnes&Noble Booksellers’ 에서부터 왔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한 서점 영수증인 거죠! 여기서 틈새 오스틴 정보~. 오스틴은 “콜로라도 강이 보이는 절벽에 자리 잡아 아름다운 광경과 중앙에 자리 잡은 이유로” 텍사스 주의 주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스틴’이라는 이름은 “‘텍사스의 아버지’로 알려진 개척자 스티븐 오스틴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_위키백과)
요약하면, 이 작은 종이는 아주 먼 여행을 한 영수증이라는 말입니다. 이 영수증은 글벗서점 5번의 외국어 서적이 모여있는 칸에서 다음과 같은 자태로 발견되었는데요.
눈 밝은 운영팀 직원이 이 영수증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그 모습 그대로 사진 먼저 찍어주었답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죠! 덕분에 우리는 생생한 세렌디피티 현장을 함께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발견된 미국 영수증에는 재미있는 정보가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일단 이 영수증은 ‘2014년 7월 24일 PM 03:26’라고 도서 구매 일시가 찍혀 있습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이 영수증의 주인은 바로 약 8년 전 여름, 오스틴의 반스앤노블 서점에서 바로 다음과 같은 책들을 구매했답니다. 반스앤노블 서점? 영수증에 적힌 주소 10000 Research blvd #158 austin tx 78759를 그대로 구글창에 입력해 보았더니 바로 다음과 같은 서점이 나오더군요.
▶ 반스&노블은 미국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이다. 사진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반스&노블 ©반스&노블 웹사이트
반스앤노블 서점은 어떤 서점일까 한 번 조사해보다가... 저는 이 기사를 읽고 약간 전율이 일었답니다.
반스앤드노블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던트(57)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경험을 극대화하면 된다”며 ‘세렌디피티(serendipityㆍ우연)’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특정한 책의 구입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온라인 서점과 달리,
오프라인 서점에선 몰랐던 책이나 작가를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의 경험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_전수진, 중앙일보, 2020.12.12. 08:00 기사.
반스앤노블 CEO가 오프라인 서점의 성공 열쇠를 #세렌디피티 로 꼽았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저만 소름 돋았나요? 사실 웹진의 이 코너 역시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을 헌책방의 특징으로 생각해 시작되었는데, 바로 그 생각을 반스앤노블 CEO인 던트도 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그 반스앤노블에서 비롯한 세렌디피티를 2022년 현재 서울의 한 공공헌책방에서 소재로 삼아 글을 쓰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친 세렌디피티인지...!
앗,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영수증에 찍힌 책 목록을 살펴보겠습니다.
1. Understanding Wall Street, Fifth Edition
2. Basic Blues Guitar: Compact Reference L.
3. Silver Linings Playbook
4. Guitar Effects Padals: The Practical Han
5. Amped: The Illustrated History of the Wo
이 목록만으로도 풍부한 서사를 읽어낼 수 있는데요. 우선 이 영수증은 한 줄 이상으로 책 제목이 찍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긴 제목의 책은 저렇게 중간에서 갑자기 잘려버리죠. 그럼에도 이분이 구매한 도서 목록을 하나하나 찾아 뜯어보면 무척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저 앞부분의 제목만으로도 이 도서 구매자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첫 책인 《Understanding Wall Street, Fifth Edition》은 이 도서구매 목록에서 혼자만 조금 결이 다릅니다. 아래 목록을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이분은 음악과 영화를 애호하는 분 같거든요. 예술을 향유하지만, 또한 경제생활도 놓치지 않는 부지런한 분임을 살짝 눈치챌 수 있네요. 무엇보다 이 책은 2009년에 15판이 찍힌 어마어마한 책이랍니다.
다음 책은 《Basic Blues Guitar: Compact Reference L.
세 번째 구매 책은 《Silver Linings Playbook
네 번째 책은 다시 기타로 돌아갑니다. 《Guitar Effects Padals: The Practical Han》 이 책 제목의 나머지 부분은 한 번 유추해 보실래요? ......‘Han’은 ‘Handybook’이 잘린 단어랍니다. 그래서 이 책을 번역하면 《기타 페달 효과: 실제 핸디북》 정도 될까요?
마지막 책은 《Amped: The Illustrated History of the Wo》로 앰프의 역사에 관한 책입니다. 아마존을 찾아보니, 이 책의 소개 글 첫 문장이 다음과 같네요. “Guitarists love amps-reallylove them.”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기타리스트는 앰프를 사랑-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요!
이 미지의 도서 구매자분께서 반스앤노블 멤버로서 10%씩 깨알같이 할인 받으신 것도 제가 할인 받은 것 마냥 뿌듯하네요. 이렇게 다섯 권의 도서 금액을 다 합치면... 바로! 멤버십 할인받은 9.70달러를 뺀 94.40달러. 현 시세로는 대략 12만원입니다. 미국 책값...참 비싼 건지, 이분이 비싼 책만 고르신 건지 조금 궁금해집니다.
여기서 이 영수증에 매달려 있는 꼬리에서 놀라운 쪽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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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맞춤 큐레이션 서비스가 영수증에 딸려나온다는 것입니다. 포스에 도대체 어떤 기능이 있길래 실시간으로 책이 추천되어 나오는 걸까요? 이 포스 시스템... 서울책보고에 한 대 갖다놓고 싶은데요? 그 시스템에 따라 이 미지의 구매자가 추천받은 책은...
-. The Guitar Amp Handbook: Understanding... by Dave Hunter
-. Revolver: How the Beatles Re-Imagined... by Robert Rodriguez
-. All about Investing: The Easy Way to Get... by Esme Faerber
-. Introduction to Guitar Tone @ Effects by David M. Brewster
-. Practical Pentatonics: An Introduction... by Askold Buk
아주 잘은 모르겠지만, 주로 ‘기타’와 ‘음악’에 관련한 책들인 것만은 알겠네요. 그런데 마지막 책 ‘음계의 실제(Practical Pentatonics)’는 좀 너무 고난이도의 전문서적 아닌가요?
이렇게 약 8년 전, 저 태평양 너머 땅에서 건너온 한 서점 영수증을 살짝 살펴보았습니다. 이 작은 종이 한 장도 ‘책’과 연결되면 이토록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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