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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5

SPECIAL

[헌책보고 고전보고] 고전이 보여주는 가족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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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보고 고전보고> Ep. 5

고전이 보여주는 가족의 가치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Emotion Icon<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이며,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고전문학이 우리에게 가치 있는 이유를 꼽으라면 저마다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미려하고 깊은 문장을 말할 것이며 다른 누군가는 오늘날 장르적 기법의 기초가 된 스토리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옛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는 모든 시대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한 가지 발견하게 된다. 가장 작고 끈끈한 공동체, 바로 가족이다.
 
인류가 오랜 세월 지어낸 이야기들을 곱씹어 보자. 조금만 훑어보아도 그들이 가족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수많은 갈등을 딛고 어떤 결말에 다다르는가? 소중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거나, 자식을 키우거나, 혹은 헤어졌던 혈육과 상봉한다. 가장 악랄한 반동 인물은 가족의 평화를 깨뜨리는 인물이고, 가장 비극적인 결말은 가족이 사망하여 영영 만날 수 없게 되는 결말이다. 셰익스피어의 명작을 읽을 때 독자는 오셀로의 마음에 의심의 씨앗을 심은 이아고를 보고 분개하며,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슬픔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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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대신 총을 쓰는 현대판 <로미오+줄리엣>(1996)도 비극적 결말을 피하지 못한다. ©다음영화

 


좀 더 최근의 이야기로 올 수도 있다. 샬럿 브론테의 명작, 제인 에어는 천애 고아가 된 여주인공 제인의 험난한 생애를 담고 있다. 제인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 가까운 친척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생 가족다운 가족을 가지지 못한 그녀는 자신에게 유산이 있다는 것보다 가족이 있다는 것에 더욱 크게 기뻐한다. 그리고 결말에는 사랑하는 로체스터 씨와 결혼하여 꿈에도 그리던 단란한 가족을 이룬다. 로맨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풋풋한 나이의 주인공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데 이는 19세기 젊은이의 심리를 실감 나게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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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
 
물론 이러한 심리는 현대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래된 이야기에서 강조되는 고전적 가치가 현대에는 크게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처럼 가족 형성을 1순위로 고려하지 않는다. 형성된 가족의 형태마저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1인 가족은 특수한 사례였으며 동성 간 혼인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무엇이 '정상 가족'인지 논의될 만큼 그 형태가 와해되고 또 다양해졌다. 개인주의가 진행되어 아예 가족 자체를 무의미하게 여기는 시각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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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에는 인종, 성별 그 어떤 것도 가족 형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 <모던패밀리> ©iMDB



그렇다면 현대에는 고전에서 그토록 중시한 가족 공동체가 무의미해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많은 혼란과 모순을 품은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가족을 통해 그 혼란을 해소하고 위로받고자 한다. 그 가족이 연인이든, 동거 중인 친구이든, 입양한 자녀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여전히 가족이라 하면 피로 이어진 부모나 자녀만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끈끈한 공동체가 유의미한 이유는 서로가 혈연관계이기 때문이 아니다. 깊은 신뢰로 이어져 인생이라는 여정을 함께 나아가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인연을 기반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문화는 세세한 부분에선 끝없이 변할지라도 그 기저에는 변치 않는 어떤 가치가 남아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고전에 공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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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

 
세상이 급격히 변했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동물임에 틀림없다.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우리는 여전히 인생을 함께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서로 신뢰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5월이 가기 전에, 이미 가족인 부모 형제 배우자와 자녀에게, 혹은 앞으로 새로이 가족이 될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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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즈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은 책으로 《고전 리뷰툰》이 있다.

 

 

 

 

 

섬네일 : 영화 <제인에어>(2011)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57874#photoId=666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