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5
INSIDE[북큐레이션 도서 언박싱] #문학_마침 봄비가 내리고
북큐레이션 언박싱
문고, 베일을 벗다
2000년 생년문고
#문학_마침 봄비가 내리고
2022년 3월 28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이번 호에서는 지난 3월에 업로드 하자마자 바로 판매완료한 생년문고를 언박싱해 볼 거예요. 바로 지난 3월 28일 업로드한, 2000년 #문학 생년문고인데요. 이 생년문고는 마침 봄비가 내리던 시기를 전후해 큐레이션하고 추천 원고도 써서 더 촉촉한 느낌이 드는 생년문고입니다.
그럼 먼저 첫 번째 책부터 언박싱해볼까요?
월요일, 3월_2000년의 마지막 생년문고 입고합니다.
오늘은 2000년의 #문학 들을 묶어봤는데요.
2000년의 문학은 당대의 젊은 작가와 그때까지 활동하던 노작가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활동하던 때랍니다.
2000년의 사이버 펑키한 스타일의 작가 P부터
정감 어린 우리말을 시 같은 문장으로 적어 내려간 노작가 L까지
독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학의 스펙트럼이 넓은 시기였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2000년에 발간된 J시인의 시집에서 오늘 2000년 문학의 표제를 뽑아보았습니다.
#문학_마침 봄비가 내리고 (6권/12,500원)
소설은 당대를 담아내는 시의성 있는 장르여서인지,
22년 전인 당시 소설집을 살펴보면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소설이란 무엇인가’,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을 당대 문화를 통해 형상화하니,
그 본질은 시대가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고요.
그런데 #시 는 몇십 년 전의 것이어도,
뭔지 모르게 오늘의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감상이 들더라고요.
오늘, #봄 을 맞아 골라본 2000년의 시 #봄비 일부분을 한 번 읽어볼까요?
봄비
제트기가 허공을 찢고 간다
멀리 불자동차는 울고
노란 완장을 찬 동사무소 직원이 호각을 분다
민방위날, 머리가 욱신거려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와 구들장에 배를 깔고 누웠다
눈은 졸립도록 무거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무엇을 방위하자는 사이렌이
잠을 방해하였다
저 울음은 무엇을 의미하지도 않으리라
한줄기 제트구름이 하늘하늘 풀어지다
이내 사라진다
모든 무기가 저렇게 사라진다면
나는 달콤한 오후의 잠을 즐길 것이다
구름도 내 눈처럼 무거웠는지
마침 봄비가 내리고
긴 겨울 가뭄 끝이라 소리가 달았다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을 잘 것이다
민방위날, 나는 빗소리를 들을 것이다
(후략)
“모든 무기가 저렇게 사라진다면 나는 달콤한 오후의 잠을 즐길 것이다.
구름도 내 눈처럼 무거웠는지 마침 봄비가 내리고 긴 겨울 가뭄 끝이라 소리가 달았다.”
캬~! 시의 이 구절은 어쩌면 핵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세계의 어느 한 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는 이 때에 더욱 와닿는 구절인 것 같습니다.
#마침_봄비가_내리고 // 지금 우리의 건조한, 그리고 갈등으로 분열된 이곳에도
봄비 같은 평화가 내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렇다면 긴 겨울 가뭄(전쟁과 폭력) 끝에 달게 그 빗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표제시가 실린 2000년의 시집은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정철훈의 시집 《살고 싶은 아침》입니다.
봄비가 내리듯 우리에게 다가온 2000년 문학 생년문고에는 이 시가 담겨 있는 시집뿐 아니라,
아까 언급한 세기말의 사이버 펑키한 소설집도 있습니다.
이 소설집 제목에도 비가 내리는데요.
이 비는 좀 색달라요.
마치 뭉크의 절규를 담은 듯한 검은색 비가 소설 전반에 내리거든요!
록음악과 담배 연기로 가득한 세기말 정서 한 번 느껴보시죠.
이 소설집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소설가 박상우의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입니다.
또한, 당시 노작가이던 소설가 L의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이 들어있는 소설집을 넣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유려한 토박이말과 특유의 풍자가 반짝이는 작품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이 한 권 때문에라도 저는 이 생년문고를 망설임 없이 추천하고 싶네요.
유려한 토박이말과 특유의 풍자가 반짝이는 작품을 쓴 소설가는 이문구! 소설집 제목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입니다.
당시 문학의 분위기를 마음껏 누리시라고 다양한 색깔을 가진 문예지 3종도 함께 넣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생년문고는 무려 6권! #김혜순 #은희경 #윤성희 #정현종 #유하 #채호기
문예지 3종은 《문학동네》 2000년 가을호, 《문학과 사회》 2000년 봄호, 《실천문학》 2000년 가을호입니다.
역시나 서울책보고 생년문고를 애정하시는 분들은, 문학 애호가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문학을 중심으로 묶은 생년문고는 언제나 당일에 픽해주시니까요. 제가 2000년 생년문고를 추천하며 “2000년의 문학은 당대의 젊은 작가와 그때까지 활동하던 노작가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활동하던 때”라고 표현해보았는데요. 아마도 그 다양한 세대의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던 게 이 생년문고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 매력 포인트를 어떤 분께서 바로 알아보신 거고요. 여러분, 생년문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니까요. 꼭 내가 태어난 연도가 아니어도, 내 관심을 끄는 연도의 문고가 올라온다면 한 번 픽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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