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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_META_TITLE_ 휴관일입니다.


Vol. 14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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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세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온다는 사람》엄승화 글, 청하198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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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8년에 큰아이를 낳았습니다. 

큰아이는 갓난쟁이일 적부터 그 무렵 살던 인천 배다리 하늘집(옥탑방) 건너켠에 있던

〈아벨서점〉 할머니하고 어울리며 책집을 놀이터로 누렸습니다.

터전을 시골로 옮겨 책집 할머니는 큰아이를 거의 못 보다가

열다섯 살에 이른 2022년 2월 끝자락에 인천마실을 하며 몇 해 만에 얼굴을 보이고 저녁을 나눕니다.

이 틈에 책시렁을 둘러보다가 《온다는 사람》을 들추니, 속에 “이 책은 판매할 수 없음”이란 붉은 글이 찍혀요. 

처음 헌책집을 다닌 1992년부터 ‘청하’ 책은 으레 이런 붉은 글이 찍힌 채 나돌았습니다.

마을책집에서 안 팔려 되돌리고서(반품) 버린(폐기) 책을 종이 무덤(폐지처리장)에서 건져내어 다루던 자국입니다.

뒤쪽에는 팔림쪽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이 자취를 갈무리하려고 장만하자니, 책집 할머니가 “이분 시집 잘 안 나오는데.” 하셔요.

누구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엄승화 님이 쓴 〈풍금을 놓아두었던 자리〉, 〈해변의 의자〉라는 노래(시)를

신경숙 글바치가 슬쩍 훔쳐 1992년에 소설에 글이름으로 붙여서 한때 말밥에 올랐으나

 글힘꾼(문단권력자)이 떼로 감싸면서 어영부영 넘어갔다더군요.

 노래책 하나를 남긴 분은 뉴질랜드로 건너가서 조용히 살아간다고 합니다.



Emotion Icon《새삼스런 하루》문익환 글, 월간문학사197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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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책은 돌고 돕니다.

풀꽃 나무가 숲에서 일으킨 바람이 푸른 별을 돌고 돌듯,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엮은 책은 사람들 손을 돌고 돌면서 새롭게 읽히고 이야기를 남깁니다.

늦봄 문익환 님이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넨 책을 곧잘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아마 꽤 많이 건네주신 듯하고, 이녁한테서 책을 받은 분은 다시금 다른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네었지 싶어요.

《새삼스런 하루》는 1973년 6월 1일에 나왔다는데,

안쪽에 “千祥炳(천상병) 선생님께 73.6.1. 지은이 드림”이란 글씨가 있고,

몇 쪽을 넘기면 “73년 6월 18일 서울 상계동 우체국 최성섭”이란 글씨가 있습니다.

문익환·천상병·최성섭으로 이으며 읽혔구나 싶어요.

저는 이 책을 2006년에 어느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2006.7.4.” 하고 새롭게 글씨를 남겨 보았습니다.

서른세 해를 흘러 새 손길을 맞아들인 자국 곁에는 앞으로 또 이 책을 읽을 뒷사람 손글씨가 남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집 아이들이 나중에 읽고서 저희 손글씨를 몇 마디 남길 만하고,

그 뒤를 이어 새로 누가 읽고서 또 몇 마디를 손글씨로 남길 만합니다.

 

모든 책은 읽히면서 빛납니다.

살림숲(박물관) 보임칸(진열장)에 들어가도 안 나쁘지만,

모름지기 책은 손때를 타기에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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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