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레이션 언박싱

문고, 베일을 벗다

 

1980년 생년문고

#쿠오레 #마음

2021년 5월 16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오늘 언박싱할 문고는 오랜만에 80년대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바로 작년 봄에 업로드한, 1980년 생년문고인데요. 먼저 1980년으로 연도를 정한 이유를 들어볼까요?

 

오늘 생년문고는 오랜만에 1980년대로 회귀해 보았습니다.

내일모레면 #518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이죠?

5월이 되면 1980년이 생각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특별히 1980년 생년문고를 묶어봤어요.

 

1980년 #쿠오레 (4권/14,000원)

 

이런 이유로 묶은 1980년 생년문고. 모두 네 권의 책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럼 한 권 한 권 언박싱 해볼까요?

 

오늘 어렵게(!) 모은 1980년 출판물들은 한 권 외에 모두 3월에 출간된 책들이에요. 

그래서 #오월광주 와 직접 관련된 이야기를 만나기는 어렵답니다. 

다만 한 문예지에 실린 시인 #이진행 의 #믹서 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당시 분위기를 살짝 느껴볼 수 있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신작로는 

얼었다 녹았다 패이기만 했는지 

자동차 이빨 자국만 선명하여서 

간 떨어지겠더라 

한 손에 정종병 한 손에 믹서기 

동네 앞에 내렸더니 

중학생 때 그때 생각나라 

 

(중략)

 

광주 오면 밤이 되던 그때 그리워라 

시골길 이십리길 골백번씩 쉬어가며 

어머니는 말했던고 

쥔집에 고춧가루하고 참깨를 드리고 

밥 굶지 마라 몸조심해라 편지를 하라며 

옷고름 먼저 더듬어 들던 어머니 

쌀 대두 두 말 그 무거움을 이제사 알겠는데 

어머니는 이빨 빠진 할머니 

믹서기를 사 간다 

삶은 콩도 갈아마시고, 깨죽도 갈아마시고 

가능하면 민주주의도 갈아마시라고

 

시인은 이빨 빠진 할머니가 된 어머니께 선물할 믹서기를 사가면서 

콩과 깨죽을 갈아 마시면서 민주주의도 갈아 마시라는 마지막 문장을 적어넣습니다. 

어쩌면 당시에 이미 누군가에게 갈아 마시워진 민주주의를 미래형으로 쓴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죠.

 

 이 시가 실린 문예지는 《창작과 비평》 1980년 봄호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키워드는 1980년에 나온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에서 가져왔어요. 

지금은 우리에게 다른 번역으로 소개되고 있는 아동문학입니다. 

바로 <쿠오레>. 지금은 #사랑의학교 로 알려진 책인데요. 

당시에는 원제에 충실하게 ‘쿠오레’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네요. 

‘Cuore’는 ‘마음, 심장’을 뜻하는 말로 이탈리아 작가 #에드몬도데아미치스 가 1886년에 발표한 동화입니다.

 

이 1980년 버전의 주인공 ‘엔리코’는 “국민학교 4학년 학생”이고, 

이 책을 번역한 ‘최태호 선생님’은 1915년생으로 무려 ‘경성 사범 학교’를 졸업하셨어요. 

이 책의 연식이 짐작되는 부분이죠? 

책머리에 있는 ‘<쿠오레>를 읽기 전에’의 한 문단을 읽어보니 그 시절 감수성이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이 책은, 이탈리아가 자랑으로 여기는 소년 소녀를 위한 소설입니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즐겨 있는 훌륭한 아동문학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읍’니다. 

내용은, 4학년의 한 어린이가 1년 동안의 학교 생활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일기로 엮어 나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읍’니다. 

...하나하나 일어나는 사건이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특히 아름다운 우정과 불쌍한 사람에 대한 동정, 책임감과 자기희생, 

그리고 애국심 등이 잘 그려져 있어 여러분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줄 것입니다.”

 

아, 크게 흔들어준다니... 얼른 이 1980년의 쿠오레, 그러니까 ‘마음’과 만나보고 싶지 않으세요?

 

 이 책은 제목을 표제에서 스포했네요. 바로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 쿠오레》.

 

이 책 외에 구하기 힘든 1980년 문예지 한 권,

 

 위에 언급한  《창작과 비평》 1980년 봄호.

 

#민음사 #오늘의작가총서 한 권,

 

 

 전상국, 《우상의 눈물》, 민음사

 

1980년대 버전 #창비신서 26권인 예술서 한 권이 들어있습니다. 

이 예술서는 지금까지 판을 거듭해 나오는 예술서의 고전이에요. 

르네쌍스부터 바로끄까지 다룬 이 책으로 1980년 버전의 예술서를 맛보는 재미를 누려보세요.

 

 

 A.하우저, 《文學과 藝術의 社會史》, 창작과비평사. 지금까지 판을 거듭해 계속 사랑받는 예술서죠? 

  

이 문고를 묶으며 1980년의 ‘마음’을 만나보고 싶은 당신에게 권한다고 적어놓았는데요. 표제인 ‘쿠오레’가 ‘마음’이란 뜻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대를 날카롭게 그려낸 소설과 문예지에서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 예술로 사회의 마음을 읽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해 그런 표현을 썼던 게 기억납니다. 지금 다시 들여다봐도 서울책보고에 다시 들어오기 힘든 참 소중한 1980년 출판물들이네요. 혹시 1980년대 초중반생이세요? 그 당시 생년문고는 정말 서울책보고에 딱 한 권 있는 책들로 묶는답니다. 1980년대 초중반 생년문고가 입고되면 망설일 틈이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