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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3

SPECIAL

[개관 3주년] 서울책보고 개관 3주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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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3주년 특집

서울책보고 개관 3주년을 맞이하며


백민철

서울책보고 총괄 PM 


 

 

서울책보고가 개관 3주년을 맞이했다.

지붕과 벽체만 있는 상태로 공사 중인 서울책보고를 처음 마주했을 때, 이 공간이 어떻게 완성될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허름하게 쌓여있는 헌책들을 보았을 때는, ‘이 책들이 과연 팔릴 수 있을까?’, ‘사람들이 찾아는 올까?’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랬던 때가 언제였던가 싶게, 개관을 준비했던 시간이 까마득한 옛날 일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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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하지 않던 빈 창고 건물(왼쪽)이 13만 권의 헌책으로 가득한 공공헌책방(오른쪽)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약 33만 여권의 헌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고, 42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서울책보고를 찾아왔다. 개관 첫해에는 서울책보고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서울책보고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온라인에서는 인스타 성지로 부상하면서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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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개관일부터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2월까지 한 해 동안 약 32만 명이 서울 책 보고를 방문했다.

 

그러나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2019년에 많은 방문객이 밀어닥쳐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이 너무나 낯설어졌다. 이제는 온라인 채널로 모든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운영하는 게 더욱 익숙해진 상태다.

지난 3년간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변화 과정을 거쳤지만, 그 속에서도 서울책보고는 여러 모양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서울책보고’라는 이름이 함축하고 있는 ‘보다’와 ‘보물 창고’라는 표현처럼, 헌책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고유한 가치를 입혀 보물로 만드는 새로운 책 문화공간이라는 차별성이 그 첫 번째 가치다. 헌책방의 상생과 시민들이 다양한 책 문화를 경험함으로 쉽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장을 연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이 모든 가치가 더해져 서울책보고만의 문화적 가치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지난 3년간은 헌책을 팔며, 문화가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했다면, 앞으로의 3년은 헌책방과 시민들이 상생하는 ‘함께의 가치’와 헌책으로 지식을 공유하고 책으로 사람을 연결하는 ‘지식의 가치’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나눔과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는 공간으로서 기존의 헌책방 플랫폼에서 ‘가치공유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서울책보고 안에 다양한 가치가 공유되기를 또한 꿈꾸고 있다. 

 

 

함께의 가치 

 

먼저 올해에는 ‘함께의 가치’를 실현할 <북크로싱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려 한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헌책을 시민이 상호 교환할 수 있는 장을 여는 것이다. ‘북크로싱’은 누군가 책을 읽은 후 다 읽은 책과 함께 메시지를 적어 공공장소에 놓아두면 뒤이어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읽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렇게 누군가의 책을 습득한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다음 사람에게 책을 넘기는 책 돌려 읽기 운동으로, 이는 미국에서 유래되었다. 집에서 한 번 읽고 책장에 꽂혀있기만 한 책들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 돌려 읽을 수 있고, 나도 다른 사람들이 놓아둔 책들을 집에 가져가 읽을 수 있도록, 서울책보고 서가 한쪽 공간을 활용해 시민들의 책을 비치하고, 온라인과 앱으로도 책 교환이 가능하도록 운영하려고 한다.

 

거기에 더해, ‘헌책 마켓’ 또한 진행할 예정이다. 흔히 ‘헌책 마켓’을 생각할 때, 그 마켓에서는 시민들이 헌책을 판매하고 헌책을 구매하지만, 서울책보고는 발상을 바꿔 헌책방들이 시민들의 책을 구매하고, 다시 그 책들이 서울책보고에서 판매되는 새로운 방식의 마켓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시민과 서평가, 작가들이 서울책보고에 있는 헌책들을 가지고 자기 서재를 꾸미듯 큐레이션 하여 시민들에게 주제별로 책을 추천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책을 좋아하는 시민과 전문적으로 책을 소개하는 책 전문가들이 권하는 이 큐레이션 공간으로, 시민들이 서울책보고와 함께 헌책의 매력을 즐기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헌책방들의 온라인 입점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금 서울책보고에는 32곳의 헌책방이 입점해 있다. 공간의 제약으로 더 많은 헌책방이 오프라인 공간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2020년 12월 부터 운영해 온 ‘온라인 헌책방’에 온라인 판매가 취약한 청계천 헌책방들을 시작으로 전국 단위의 헌책방들을 입점시키려는 것이다. 이로써 이용객들의 책 선택폭이 넓어지고, 더 많은 헌책방이 서울책보고와 함께 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지속적인 헌책 순환의 길을 열어, 오래되고 좋은 책들이 계속 읽힐 수 있는 독서문화를 활성화해 헌책방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헌책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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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이 서로 책을 교환할 수 있도록 상시 운영되는 서울책보고 북크로싱 '책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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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관 3주년을 맞아 코미디언 서평가 남정미가 직접 선정한 헌책 큐레이션이 '올해는 요쪽에 관심이 생기던데?'라는 주제로 전시 판매 중이다.

 

 

지식의 가치 

 

서울책보고는 지난 3년간 전시·북 콘서트·공연·북클럽·시민참여이벤트 등 약 400여 회의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앞으로는 책 문화 프로그램의 다변화를 통해 헌책 기반의 체험과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 풍성히 운영하려고 한다. 

전문가들이 헌책을 통해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지식 향유형 책 문화 프로그램, 헌책에 담긴 추억과 지나간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전시 및 책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헌책을 통해 다양하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기존에 코로나19로 진행하지 못했던 오프라인 대면 프로그램을 온라인과 병행해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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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 

 

서울책보고는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고 공익적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캠페인을 운영해, 지역 내 소외 계층에게 책 기증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려고 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이고, 정부뿐 아니라 국내의 많은 기업도 동참하고 있는 미래 프로젝트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질병·교육·성평등·난민·분쟁 등)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17가지 주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세워 해결하고자 하는 국제사회 최대 공동 프로젝트다. 

서울책보고는 17대 목표 중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SDGs 목표4)’에 동참하고자 한다. 책을 통해 공정하고 다양한 교육적 접근과 독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다. ‘에너지의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SDGs 목표7)’를 위해서는, 적정한 종이책 소비와 헌책의 재활용을 통한 폐기물 절감 및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에 동참하고 자원 순환의 의미를 알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시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참여들이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채워져 나간다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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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의 브랜드 가치

 

서울책보고의 성공에 힘입어 2022년 8월 고척돔에 ‘서울아트책보고’가 개관할 예정이다. 아트북 기반의 두 번째 책보고인 것이다. 두 번째 책보고의 개관에 맞춰, 지난 3년간 써왔던 로고가 변경되고, ‘책보고’라는 통합 브랜드가 구축되어, 로고 디자인이 새롭게 달라지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이제 ‘서울아트책보고’까지 두 개의 ‘책보고’가 생긴다는 것은, 도서관·서점과는 다른 ‘책보고’라는 책 문화공간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책을 사고 읽으며 책 문화를 즐기는 기본적 기능도 중요하지만, ‘관계 맺기’가 실현되는 새로운 브랜드 가치가 창출되는 공간으로서 ‘책보고’를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책’이라는 매체는 책을 쓰는 저자, 책을 읽는 독자, 책을 파는 서점, 책을 만드는 출판사 등 수많은 주체의 유기적 관계 속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저 ‘헌책’과 ‘아트북’이라는 단어만으로 형태화된 존재로 정의시키기는 어렵다.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로 개념화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위의 다양한 주체들이 관계를 맺고 함께 소통하며 상생할 수 있는 ‘관계 맺기’ 방식이 적극적으로 구현되어야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고, ‘책보고’라는 고유한 브랜드로 또 다른 ‘책보고’가 탄생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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