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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3

INSIDE

[세렌디피티] 언제부터 그렇게 행복하길 바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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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크릿 가든(2020)>의 한 장면, 출처 : 다음영화(클릭 후 이동)
 
Serendipity 
예기치 않은 메모나 물건을 발견하다
 
언제부터 그렇게 행복하길 바랐나?
 


 

여기저기 꽃이 피어 찬연한 봄날이 도래하고 있는 요즘, 삼월의 꽃과 같은 메시지를 품은 헌책이 어디 없을까 살펴보다가, 아주 낡고 오래된 어린이책 한 권에 눈길이 갔어요. 어린이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어서 성인이 된 저도 참 좋아하는 책이죠.

 

소년소녀세계동화명작전집 #비밀의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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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975331일 광음사에서 발행된 이 책은 여기저기 얼룩이 묻고, 종이는 누렇게 변했지만, 1970년대 어린이책 특유의 사랑스러움은 그대로더라고요.

 

머리말 한 번 볼까요?

 

버어넷 여사라고 하면 잘 모를 사람도 <소공자>, <소공녀>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일찍부터 우리 어린이들에게 알려지고 친해진 이름입니다.

비밀의 화원은 이 두 작품의 뒤에 쓰여졌는데

영국 시골의 자연의 아름다움이 잘 그려져, 그 속에서 어린이가 생생하게 활약하고 있니다.

주인공 메어리가 열 살 때 유행한 콜레라 때문에 부모와 유모를 모두 잃게 되어 

메어리를 영국의 큰 아버지 크레븐이 맡게 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부자 큰아버지한테 외아들인 코린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병으로 누워 지내기만 합니다.

이 앓고 있는 아이가 갇혀 있는 방을 메어리는 찾아냅니다

그 사이에 마르사라고 하는 명랑한 하녀

사람이 좋은 그 아이의 어머니

자연을 벗삼고 있는 마르사의 사내동생 디콘

완고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정원사 벤 노인

선의에 넘치는 여러 인물이 나와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은혜 가운데서 활동합니다.

여러 어린이들도 이 비밀의 화원 속에서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피워보지 않으시렵니까!

 

Emotion Icon

 

와우. 이토록 훌륭한 요약정리라니요. 그렇습니다. 이 백여 년 전의 어린이책은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는 여러 인물의 케미가 돋보이고, 그 안에 아름다움과 은혜가 서려 있는 그런 책이랍니다. 저는 저 소개글이 이 책의 핵심 키워드를 정말 잘 골라냈다고 생각해요. 바로 

 

#선의  

 

에 넘치는 여러 인물이란 표현인데요.

 

모두가 나를 적대시하고, 오로지 자기 생존을 위해 날 이용하는 사람만 가득한 것 같은 세상이지만, 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은 선의를 품고 있는 사람들의 세계를 그려냅니다. 매일 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혹은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으면서 사람들이 날 이용했다는 서글프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때가 많다고요? 저도 그런 장면을 목격할 때가 많고, 스스로도 그런 상황에 처한 것 같은 때도 종종 있지만, 사람들의 선의의 세계를 믿는 편이랍니다. 그런 믿음이 무너질 때, 버넷의 이 작품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요.

 

그렇게 선의에 넘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5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어린이책을 집어들었을 때, 무려 앞표지에 적혀 있던 이 짧은 메시지를 보게 되었죠.

 

사랑하는 태민 씨!

영원히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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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 씨라는 호칭을 봤을 때, 이 책을 선물한 이는 성인일 거라는 추정을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선물을 받는 이도 성인이었겠죠? 그런데 다 큰 어른들이 명백하게 소년소녀세계동화명작전집이라고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낸 책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이 선물을 받은 태민은 메리가 주변 인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듯, 이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 활력을 선물했을지도 모릅니다. 메리가 방 안에만 누워있던 콜린에게 용기를 주었든 태민은 A에게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거죠. 그래서 특별히 이 책을 골라 선물을 한 겁니다. 당신이 내게 건네준 생명력과 용기가 마치 메리의 그것과 같아,라면서.

 

그래서 책 사이 간지가 아닌 앞표지에 마음의 메시지를 또박또박 적어 넣은 거죠. 앞표지에 새길 만큼 내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너무 커. 그래서 이런 기원을 하고 싶어. 네가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어.

 

 

. 책과 책 앞표지에 적힌 메시지에 너무 과몰입했나요? 하핫. <비밀의 화원>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그리고 이 책 앞표지에 새겨진 메시지를 직접 보시면, 여러분도 저처럼 과몰입하게 되실지도 몰라요! 지금은 봄바람이 불어오고 곳곳에 꽃이 피어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3월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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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사진 :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출처 : SBS공식홈페이지 https://programs.sbs.co.kr/drama/secretgarden/clips/53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