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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2

SPECIAL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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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첫 번째 이야기

 


 최종규(숲노래)

작가

 

 

Emotion Icon 숲노래의 어제책 이야기 <헌책·옛책·손빛책으로 읽는 오늘 >은  

헌책을 좋아하는 이가 들려주는 헌책 서평입니다. 매 호 독자들을 만나러 옵니다.  

 

 

 

 

Emotion Icon 《그게 무엇이관데》, 최불암 글,  시와시학사,  19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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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최종규

 

 

인천 중구에 ‘신포시장’이라는 오랜 저잣골목이 있고, 

한켠에 ‘치킨꼬꼬’란 이름으로 튀김닭집을 꾸리는 아재가 있어요. 

아재는 예전에 뱃사람 살림밥을 짓곤 했다더군요. 

2020년 겨울에 ‘치킨꼬꼬’로 찾아가서 아재한테 절하며 잘 지내시느냐고 여쭈니, 

언젠가 최불암 씨가 이곳에 들러 ‘인천 뱃사람이 먹던 뱃밥’을 누린 적 있다고 말씀해요. 

그 얘기가 〈한국인의 밥상〉에 나왔다더군요. 

“최불암 씨가 어릴 적에 인천에서 살았는데 몰랐나?”

 “오늘 처음 들었어요.” 

 

단골 가게 아재 말씀을 듣고 나서 《그게 무엇이관데》를 찾아 읽으니

최불암 님이 해방 언저리부터 인천 창영동에서 살며 신흥국민학교를 다닌 나날이 빼곡하게 흐릅니다. 

골목빛에 골목나무에 우물에 아스라한 이야기를 여느 자리에서 갈무리했어요. 

글에 조금 멋을 부리긴 했지만, 지나온 삶길을 투박하게 그렸기에 

1940∼50년대 인천하고 1950∼70년대 서울을 새삼스레 헤아릴 알뜰한 이야기가 되는구나 싶습니다. 

굳이 ‘역사’란 이름을 안 붙여도 좋아요.

‘자취’요 ‘길’이요 ‘살림’이요 ‘삶’이면 넉넉해요. 

스스로 하루를 사랑하며 보낸 아침저녁이 두고두고 이야기꽃을 피울 사랑스러운 걸음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빛나는 발자국입니다.

 

 

Emotion Icon

 

 

 

Emotion Icon《삶과 믿음의 敎室(교실)》, 이오덕 글,  한길사,  197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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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최종규

 


  헌책집을 다니면서 이오덕 어른 글씨가 남은 책을 곧잘 만났습니다. 

둘레에서는 “어떻게 그런 글씨가 남은 책을 자주 만나요?” 하고 묻는데 

“하루에 두서너 곳씩 날마다 여러 헌책집을 두루 다니다 보면 으레 만나요.” 하고 들려주었습니다. 

어쩌다 찾아간 곳에서 뜻밖에 만나는 날도 있겠지만, 

나라 곳곳 헌책집을 꾸준하게 찾아들면서 낯익은 책이든 낯선 책이든 안 가리고 모두 새겨읽으려고 

집어 들어 펼쳐서 읽다 보면  ‘지은이 손글씨’는 살몃살몃 고개를 내밉니다.

 

《삶과 믿음의 敎室(교실)》에 남은 이오덕 어른 글씨는 1998년 겨울에 처음 만났습니다.

함께 헌책집마실을 다닌 분이 고려대학교 곁 조그맣고 오랜 집에서 동생하고 지내며 교사를 꿈꾸었는데,

 마침 그날 찾아간 〈새한서점〉책꽂이 한켠에 있는 이 책에 글씨가 있더군요. 

책마실벗은 “난 읽은 책이라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했고, 

“전 읽은 책이어도 아직 이 책을 모를 분한테 건네주고 싶어 새삼스레 집어서 살피곤 해요. 

자, 앞으로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아이들을 사랑해 주셔요.” 하면서 내밀었습니다. 

2020년 가을에 서울 은평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삶과 믿음의 敎室(교실)》 이오덕 어른 손글씨를 새로 만납니다. 

 

이제 이 글빛은 제가 품을게요. 고맙습니다.

 

 《삶과 믿음의 교실》, 이오덕.jpg

▶ 《삶과 믿음의 교실》, 이오덕, 고인돌, 2011(숨어있는책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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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숲노래)

작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사전 쓰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찾아 헌책집-마을책집을 1992년부터 다닌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쉬운 말이 평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곁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