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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2

BOOK&LIFE

[SIDE A] 심리테스트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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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테스트의 빛과 그림자

 

정여울

작가

 


어느 날 인스타를 통해 기상천외한 질문이 들어왔다. “작가님, 작가님은 MBTI 무슨 유형이세요?”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나의 MBTI 유형을 묻는 사람의 저돌성에 나는 당황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개인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었다. 솔직하게 나는 MBTI 검사를 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꺼림칙했다. 나의 MBTI 유형뿐 아니라 혈액형을 묻는 사람, 심지어 사주를 묻는 사람, 별자리를 묻는 사람도 많다. 내가 어떤 별자리를 타고 나서, 어떤 사주를 타고나서, 내가 이런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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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명이나 사주팔자, 심리테스트와는 상관없이 살았고, 어떤 타로점이나 별자리 운세도 완전히 맞은 적은 없으며, 사실 나는 재미없을 정도로 진지한 노력형 인간이다. 나는 의지와 노력 말고는 아무것도 인생을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이런 성격검사나 생년월일, 심지어 혈액형을 통해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흔히들 ‘재미로 본다’라고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심리테스트나 타로점 등을 재미로 본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사람들을 ‘판단’하는 데 그 자료들을 확실히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혈액형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들도 생기고, MBTI 때문에 차별받는 경우도 생긴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하고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는 것은 심리테스트의 순기능에 속한다. 그러나 심리테스트의 역기능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는 트리플 A형이라 소심하고 뒤끝이 길어.” “그 사람은 B형이라 나랑 성격이 안 맞아.” “그 친구는 나랑 MBTI 궁합이 안 맞아.” “사장님은 INFP 형이라 나랑은 안 맞아!” 사람들은 이런 말을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혹은 의도적으로 그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다. 타인을 배제하고 차별하기 위해 심리테스트가 활용되는 것이다. MBTI나 혈액형 심리학, 에니어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깊이 이해하기보다는 ‘이 사람은 나랑 안 어울려’, 혹은 ‘이 사람은 그래서 나랑 딱 맞는 거야’ 이런 식으로 타인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면 B형은 이기심과 철없음과 변덕스러움의 대명사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것은 B형 전체에 대한 부당한 비난이 아닌가. 심지어 요즘 젊은이 중에서는 MBTI 유형을 속이는 것이 취업이나 소개팅에 유리할 것 같아서, 자신의 MBTI 형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좀 더 사교적인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좀 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자신의 성격까지 ‘다른 모습’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것은 심리테스트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심리테스트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일단은 꼭 심리테스트를 받고 싶다면 정확하고 전문적인 전문가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성격검사는 실제 MBTI와는 상관이 없다. 정확하게 검사를 해서 제대로 된 ‘자기에 대한 앎’을 얻고, 그를 통해 미래를 창조적으로 설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성격유형 검사는 해볼 만하다. 즉각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편리한 인터넷 무료 검사를 사용하고, ‘내게 일어난 일들’을 MBTI 검사를 통해 합리화하는(‘아, 그 사람은 ENFP 형이라 나랑 헤어진 거구나!’라는 식으로) 것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문 기사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연예인의 MBTI 검사와 궁합이 이슈가 되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문가의 테스트를 받지 않은 채 심증과 추측만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더더욱 큰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내 성격과 심리는 괜찮구나.' 하는 자기만족을 얻기 위해 MBTI 검사를 하고, ‘유명한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의 성격이 나와 비슷하구나’ 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이것은 성격검사를 올바르게 활용하기보다는 당장 즉각적으로 내 마음의 일시적 불안을 해소시키는 데 활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다. 요컨대 수많은 심리테스트나 성격분석은 전문가를 통한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잡지를 통해 유포되는 비과학적이고 비전문적인 방식을 통해 대중 속에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정보에 우리의 인생 향방을 묻기에는, 우리 인생은 너무도 복잡하고 소중하지 않은가. 

 

원고용 사진.jpg▶ 심리테스트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믿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사진 제공 : 픽사베이)

 

MBTI나 에니어그램을 ‘나를 비춰주는 거울’로만 잠시 활용하자. 그것을 절대적인 신념으로 삼아 ‘저 사람은 나와 맞아’, ‘나의 미래는 꼭 이렇게 되어야 해’라는 결정론에 빠지지는 말자. 당신의 미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밝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고 눈부신 존재다. 심리테스트보다 당신의 노력과 의지의 힘을 믿는 순간, 당신의 인생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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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글쓰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글쓰기, 그러나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도 글쓰기인 행복한 글쟁이.

 자칭 ‘치유 불능성 유리멘탈’ ‘상처 입은 치유자’ 또는 ‘문송해도 괜찮아’. 매일 상처받지만, 상처야말로 최고의 스승임을 믿는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제1라디오 <이다혜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살롱 드 뮤즈>,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 《끝까지 쓰는 용기》, 《마지막 왈츠》, 《공부할 권리》,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마흔에 관하여》,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헤세로 가는 길》, 《헤세》,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등이 있다. 

산문집 《마음의 서재》로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