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배경의 영화<벌새(2018)>중에서, 출처 : 다음영화(클릭 후 이동)

 

오늘의 헌책 [심리테스트]

저 서울책보고 서가 한구석에 오랫동안 숨어있었으나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헌책의 쓸모와 오늘의 트렌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코너

 

 *

90년대 스타일 ‘테스트’ 엿보기

《르네상스》 1993년 1월호, 《윙크》 1996년 8월호, 《윙크》 1996년 11월호

 

 

테스트의 시대입니다. 무슨 테스트? 심리 테스트부터 직장인 생존 유형 테스트, 내 안의 빌런 테스트, 영화 관람 성향 테스트 거기에 무려 전생 테스트까지 우리는 초중고교 중간기말시험을 지나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이후에도 평생을 ‘테스트’하며 살고 있네요. 사실 저도 얼마 전에 ‘전생에도 일꾼이었을까?’ 직장인 전생 테스트를 해봤는데요.

 

 ▶ 사진 출처: PUBLY(클릭 후 이동) 

 

제 전생으로 ‘철두철미 계략가 개츠비’가 나왔습니다...WOW. 회사에서 만나면 찰떡인 캐릭터로는 ‘따수운 미소 장착한 국밥집 아주머니’를 추천해주더라고요! 저기, 어디, 따수운 미소 장착한 국밥집 아주머니 안 계시나요?

 

그런데 여러분~! 2020년대에만 테스트가 유행했던 게 아닙니다. 1990년대에도 이미 온갖 유형의 테스트가 순정만화 잡지에 존재했답니다. 원래 잡지라는 게, 본 내용보다 부록과 뒷부분에 자잘자잘 붙어있는 코너들이 더 재미있는 법! 그럼 지금부터 2020년대와 사뭇 다른 유형의 90년대 스타일 테스트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서울책보고 헌책조사단 활동 재개~!

 

 

1. 자기표현 테스트 : 완벽한 자기연출을 위한 도전

 

먼저 눈에 띄는 건 순정만화잡지 《르네상스》 1993년 1월 신년호에 실린#자기표현테스트입니다. 

 

 

새해를 맞아 자기표현에 능숙하지 못한 소녀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를 제공하는 테스트인데요. 3월만 되면 새 학년 새 친구들을 만나는 게 부끄럽고 수줍었던 저 같은 내향성 인간을 위한 훈훈한 테스트 같습니다. 먼저 90년대식 ‘들어가는 말’ 한 번 읽어볼까요?

 

새로운 마음가짐과 알찬 한해 설계로 시작하는 새해 아침. 

올해는 싹싹하고 밝게 변신한 모습으로 친구들의 시선을 끌고 싶다구요? 

R·S와 함께 다른 사람의, 자신에 대한 오해도를 체크해 보세요. 

자신에게 결여돼 있거나 지나친 점을 잘 파악해 고쳐 준다면, 

어느새 인기만점의 숙녀로 변신해 있을 것입니다.

 

 

싹싹하고 밝게 변신해야만 인기 만점의 숙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지는데... 잠깐만요. 이 잡지 이름이 《르네상스》라는 한 단어인데 어떻게 줄여야 R·S라는 이니셜이 생겨날 수 있을까요? 심각한 의문이 드는 가운데, 인기만점의 숙녀를 향해 다음 단계로 나가봅시다.

 

테스트 하나 _남들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얄미운 깍쟁이, 속좁은 고집쟁이, 아니면…. 

다음 20개의 항목 중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을 체크해 보자. 와-! 당신은 명랑하고 유쾌한 친구로군요.

  

아직 테스트도 안 했는데, 갑자기 명랑하고 유쾌하다고요??? 예언인 것인지. 아무튼 테스트 질문을 살펴보니, 여기저기 시대 감성이 스티커처럼 깜찍하게 붙어있네요. 가령,

 

☐ 친구들에게 남자친구 얘기를 하는 것이 큰 즐거움 (전 주로 손지창 오빠나 서태지 오빠를 친구로 사귄답니다.)

 

93년의 박보검은 배우 손지창이었나봅니다. BTS는 서태지고요. 93년에 나온 잡지를 보며, 지금 93년생은 손지창 배우를 알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쿨럭)

 

☐ 울보, 깜씨, 꽃돼지 등등 친구들은 항상 내 별명을 부른답니다.

 

별명이 이렇게 정겨워도 되는 겁니까? 93년식 별명 유죄...너무 귀여워서 우리를 숨막히게 만들었으니까.

 

☐ ‘웬 테스트’, ‘왕 테스트’ -유행어는 언제나 내가 먼저 주름잡지요.

 

아, 이건 또 뭔가요. 어떤 당황스러운 상황 앞에서 ‘웬’을 붙이고, 어떤 고조된 상황에서 ‘왕’을 붙이던 유행. 혹시 기억하시나요? 사실 위의 용례에서는 잘 와 닿지 않는데 아래 붙어있던 삽화를 보니 느낌이 딱 옵니다.

 

웬 뻔뻔? 왕짜증!

 

 

이 테스트는 20개 항목의 체크 숫자에 따라#귀여운_말괄량이  #재치있는_익살꾼  #부드러운_얌전이   #믿음직한_완벽주의자 등 네 가지 결과로 이어집니다. 과연 저 네 가지 유형으로 인류가 나뉘어질 수 있을지 또 다른 의문이 들지만, 뭐,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이 테스트는 나름 2단계와 3단계까지 이어져 완벽한 삼단 구조 속에 종합진단을 내려주거든요. 좀더 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뭐 한 가지 유형에 걸리지 않겠습니까.

 

 

테스트 둘 _‘출발’이란 표시가 된 질문부터 시작해 

차츰 차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긴장된 순간. 

평소 알고있던 자신과 새롭게 알게 된 자신이 연출해내는 조화 속에서 

우정이란 열매가 더 빨리 무르익는답니다.

 *

테스트 셋 _당신은 얼마나 자기표현에 능숙한가. 

가끔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는 것도 당신의 우유부단함이나 과격함 때문인지 모른다. 

다음 질문에 답하면서 자기표현 능력을 조사해 보자.

* 

종합진단 _지금까지 해온 ‘테스트 하나~셋’의 결과로 종합진단을 한다. 

자신에게 모자라거나 또는 지나친 점을 잘 조정해 매력적인 소녀로의 변신을 시도해 보자.

 

 

 

그렇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당신은A.완벽한 개그맨 B.감각파 명배우 C.자신없는 소심가 중 한 명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떠세요? 아직도 어느 유형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요? 자기표현 테스트는 여기까지가 최선입니다. 그럼 다음 테스트에서 나를 한 번 찾아보죠.

 

 

2. 직업적성 테스트

 

3년이 지난 1996년, 세상 살기가 좀 팍팍해졌는지, 이제 좀 더 현실적인 테스트가 우리 소녀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윙크》 1996년 8월호(꺄악~! 앞표지 이미라... #남성해방_대작전 의 수하와 가네샤 아닙니까!)에 실린,

 

 

#직업적성 테스트_내가_가장_잘_할_수_있는 _‘직업’을 _찾아라! 

 

 

이 테스트 또한 세 가지 단계로 구성되었는데요. 먼저, TEST1은 ‘사회인 준비도 테스트’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진단하기 전에 먼저 체크해 두어야 할 것은 

성인으로서 사회에서 살아나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 태세입니다. 

실선을 따라가며 사회인으로서의 준비도를 진단해 보세요.

 

저도 살짝 해보았는데요.

 

준비도 OK!

새로운 환경으로 뛰어들 의욕과 자신감이 충분하다. 자, 당신에게 맞는 직업은?

준비도는 그럭저럭

적응력은 충분하지만 자신다움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준비도 아직 불충분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기분. 다음 테스트 ‘하고 싶은 일 찾기’부터 시작하도록!

 

이미 사회인인 저... 사회인 준비도는 ‘그럭저럭’이라네요. 저 더 분발해야 하나 봐요. 옆에 지나가시던 L팀장님께 테스트를 권유했더니... 결과는? ‘준비도 아직 불충분’    읭???

 

사회인 테스트와 관련 있는 질문인지 의구심이 드는 몇 가지 질문 한 번 소개해볼게요.

 

Q1. 다음 스탠드 중 하나를 당신의 방에 갖다 놓는다고 하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A. 테이블 스탠드 B. 플로어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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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필기 용구는 반드시 갖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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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9. 비디오를 보려고 하는데 비디오와 TV의 배선 연결 방법을 모른다. 이런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A. 사용설명서를 읽고 스스로 어떻게든 해 본다.

B. 친구나 가족에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

 

2020년대 인류는 대부분 비디오와 TV의 배선 연결 방법을 모를 것이므로, 이 테스트는 현 인류에게는 불리한 테스트인 것으로. 

 

테스트는,

 

TEST2 소망 체크 테스트 

‘동경하는 직업=좋아하는 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일에서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아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첫걸음! 

나도 모르고 있었던 나의 소망을 직업적성 테스트로 체크해 보세요!

 

 

TEST3 능력, 적성 체크 테스트 

TEST2에서 행동 성향을 분석한 후, 

자신의 가치관을 알았다면 이번엔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체크하세요. 

TEST2와 3의 결과로부터 당신에게 꼭 맞는 일을 찾아봅시다!

 

 

 

을 지나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결과로 이어집니다.

 

A 사람과의 친화력이 있는 대인관계형 

B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연구 능력형 

C 상식을 깨뜨리는 고정관념 파괴형 

D 개척 정신이 강한 의지의 한국인형 

 

 

이 책에 연필로 체크된 내용을 제가 계산해봤는데요. 이 헌책의 예전 주인은 ‘B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연구 능력형’이시더라고요. 이십 여년 전 헌책에 남아있는 연필자국 세어보고... 좀 집요했나요? 크크.

마지막으로, 시대가 달라져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유서 깊은 코너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3. 별자리 운세

 

《윙크》 1996년 11월호에는 ‘양력 생일로 보는 별자리 운세! 당신이 맞이할 운명을 보름 앞서 알려드립니다.’라는 ‘윙크 별점’이 실려있어요. 

 

 

이 코너는 사실 테스트는 아니지만, 유형에 따라 운을 알아본다는 점에서 테스트와 비슷한 결이 있죠. ‘TOTAL’, ‘LOVE’, ‘행운의 열쇠’ 등 세 가지 항목으로 운세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TOTAL’과 ‘LOVE’는 대부분 ‘유망세’, ‘쾌조’, ‘호조세’ 등의 단어를 돌려가며 좋은 말만 써 있는 건 안 비밀.

 

킬포는‘행운의 열쇠’입니다.

 

물병자리 : 가죽재킷, 목걸이

물고기자리 : 선인장, 손수건

산양자리 : 숫자0, 목각인형

황소자리 : 배, 손목시계

쌍둥이자리 : 열쇠고리, 누드김밥 ???

게자리 : 검은색 가디건

사자자리 : 면티셔츠, 국화

처녀자리 : 보라색, 야구경기관람 ???

천칭차지 : 스카프, 수첩

전갈자리 : 패션버튼, 양말

사수자리 : 만화책 ???, 은반지

염소자리 : 원피스, 딸기우유 ???

 

 

뭔가 PPL 느낌이 드는 ‘행운의 열쇠’ 코너... 세상을 어둡게 보는 저만의 의혹의 눈초리이길 바랍니다.

 

그저 재미로 살펴본 1990년대 스타일 테스트 모음. 흥미롭지 않으세요? 서울책보고에 오시면 더 많은 90년대 스타일의 테스트들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