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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1

BOOK&LIFE

[SIDE B] 집콕하며 책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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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하며 책 정리하기

 

조경국

소소책방 책방지기




“이거 너무 한 거 아냐? 아빠가 헌책방을 하는데 당근마켓에 책을 내다 팔다니.”


대학교에 입학하고서도 큰아이는 거의 집에서 지냈습니다. 2년 동안 딱 한 학기만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모든 과목을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했죠.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상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한 2020년 학번이니 제대로 대학 생활을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다행히도 이번 학기부턴 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집을 떠나기 전 책을 정리하며 온라인 중고 거래사이트를 이용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콕하는 동안 책이 많이 늘어난 분들은 중고 거래사이트를 이용하지 말고 가까운 동네 헌책방을 이용해보는 것이 가장 좋겠네요. 가까운 곳에 헌책방이 없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중고 거래사이트나 온라인 헌책방에 책을 내다 파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사실 이건 마지막 책 정리 방법이라고 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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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공간을 먹어 치우죠. 만약 책과 책꽂이가 없다면 훨씬 공간이 넓어졌겠죠.(사진 : 조경국)

 

책은 끊임없이 공간을 먹어 치우는 생물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무리 정리해도 어느새 늘어난 책을 보곤 한숨을 쉬겠지요. 책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작은 서재에 끊임없이 책이 쌓입니다. 헌책방을 하고 있지만 다른 서점이나 헌책방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읽고 싶은 책을 그냥 두고 올 수는 없죠. 책방에 들어온 책 중에서도 우선 보관하거나 살펴볼 만한 책들도 집으로 들고 올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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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서재입니다.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하지만, 책이 줄어들지 않으니 쉽지 않습니다.(사진 : 조경국)


어쨌거나 코로나 덕분에 서재에서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책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도 함께 늘었다는 이야기겠죠.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책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의 독서 습관과 관심사에 맞춰 책을 정리하는 겁니다. 책꽂이에 책이 적다면 그리 시간이 걸리진 않겠지만 책을 많이 가진 분들이라면 정리하는데 여러 날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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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리하려면 몇 가지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마냥 쌓아둔다면 원하는 책을 바로 찾을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사진 : 조경국)


책 정리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책꽂이에 있는 책을 꺼내 분야별로 분류하는 겁니다. 문학, 인문, 여행, 취미, 참고서. 그중 가장 자주 찾는 책들은 따로 둡니다. 책꽂이가 있다면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칸에 손이 많이 가는 책을 꽂아두는 것이 좋겠지요. 저의 경우는 한번 읽은 책들은 뒤쪽으로(폭이 넓은 철제 경량랙을 사용해서 2중으로 책을 꽂아둡니다) 보내고 최근에 구입한 책이거나 자주 읽는 책은 앞쪽에 둡니다. 웬만해선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바닥으로 보내고 바로 손이 닿는 곳에 현재 읽고 있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두죠. 주로 크기가 작은 문고판이나 시집은 책꽂이 맨 위 칸에 정리해둡니다. 그리고 책방에 가져갈 책은 따로 상자에 넣습니다. 책을 들이는 만큼 빼는 일도 중요합니다. 책을 밖으로 내보는 만큼 들일 수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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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분야별로 분류하고 책꽂이에 꽂는 것이 좋습니다. 책과 서점에 관련된 책만 따로 모아둔 책꽂이입니다.(사진 : 조경국)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책들은 가능하면 책상 곁에 둡니다. 책상 위에 작은 책꽂이가 있으면 편리하죠. 책상 위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은 책꽂이 두는 것을 망설이겠지만 책상 위 공간이 여유가 있다면 작은 책꽂이를 두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지난해 《일기 쓰는 법》 책을 펴내며 일기와 관련된 책들은 모두 책상 위 책꽂이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었습니다. 이 책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으면 원고 쓰는 효율이 많이 떨어졌겠죠.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공간에 맞춰 정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체계와 분류’가 중요하고 ‘선택과 집중’의 기준을 정해두면 시간도 공간도 절약할 수 있죠. 이렇게 정리하면 같은 공간일지라도 좀 더 많은 책을 쟁일 수도 있습니다. 재택근무, 재택수업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늘어난 분들은 이참에 책을 나의 생활에 맞게 제대로 정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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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 위나 가까이 자주 보는 책들을 둘 수 있는 책꽂이가 있으면 편리합니다.(사진 : 조경국)


책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욕심을 줄이고 평생 소장할 책을 가능하면 빨리 정하는 겁니다.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딱 100권 정도만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마음에 쏙 드는 책상과 의자와 책꽂이가 있는 공간에 그렇게 고른 책을 둘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요. 조지 기싱의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책 정리가 끝난 방을 나올 때 여러분의 마음도 그와 같지 않을까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져도 집 밖으로 나가기 싫을지도 모르겠군요.

 


“등불을 끄고 문간에 이를 때는 나는 늘 돌아서서 뒤돌아보곤 한다. 

꺼져가는 석탄 불빛에 비친 내 방이 너무 유혹적으로 아늑해서 나는 쉽게 문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따뜻한 불빛은 번쩍이는 목재, 의자, 책상, 책장 그리고 호화장정본의 금박 제목에 반사된다. 

그 빛이 이쪽에 걸린 그림을 비추는가 하면 저쪽에 걸린 그림에서는 어둠을 흩어놓는다. 

요즘 들어 등장하는 동화 속에서처럼 책들은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내가 방을 떠나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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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국

소소책방 책방지기


여러 일터를 전전하다 2013년부터 경남 진주에서 작은 헌책방 소소책방을 꾸리고 있다. 

오늘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내일 걱정은 모레로 미루면 된다는 대책 없는 긍정으로 버티는 중이다. 

딱 20년만 책방지기로 일하고, 더 재밌는 일을 찾아볼 계획이다. 

카메라, 캠코더, 스마트폰 사용법, 페이스북 활용법, 필사하는 법, 책 정리법, 오토바이 여행기,

 책방 소설, 일기 쓰는 법 등  두서도 맥락도 없이 글을 쓰고 책을 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상을 바꿔 놓기 전인 2019년, 

오토바이를 타고 오랫동안 꿈꾸었던 포르투갈 렐루 서점까지 여행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