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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0

SPECIAL

[서울책보고에게 2022년을 말하다] 그곳엔 책 냄새 가득한 헌책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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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책 냄새 가득한 헌책들이 있다


김정환

한국축제문화연구소 대표연구원, 관광학박사

 



서울책보고라는 곳이 있다. 책이 보물이 되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모토로  2019년 3월 27일 개관을 했다. 그것도 어떤 기업의 창고로 사용하다 방치된 공간을 서울시라는 공공기관이 헌책방으로 변신시켜 소위 청계천 헌책방을 비롯해 서울시 소재 31개 헌책방이 동참한 공간으로 헌책도 팔고 책과 관련된 일련의 행사, 요컨대 희귀도서 전시 판매, 기획전, 독립출판물 전시, 북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그야말로 책 복합문화공간이다. 건물의 외벽은 회색빛 철재로 되어있어 어찌 보면 공장건물이나 창고쯤으로 보이겠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뭇 다른 보습이 보인다. 실내공간은 가운데 통로를 따라 아치형으로 구불구불 설치되어 있는데 책보고 사업에 동참한 31개 헌책방별로 누군가의 소중했던 헌책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아 마음에 드는 헌책을 살 수 있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도 많다. 헌책이라고 치부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새 책에 가까운 책들도 많다. 누군가 방문해서 서가에 꽂혀있는 헌책들을 뒤지다 재수 좋으면 저자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책을 찾을지도 모른다. 비록 누구누구에게라는 사족이 달려있겠지만. 물론 정가의 반의반도 안 되는 가격이 책정되어 두 손 가득 구매해도 호주머니 생각을 안 해도 되는 기분 좋은 구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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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중앙통로를 따라 구불구불한 철재 아치로 서가를 만든 이유에도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이다. 어찌 보면 조금은 징그럽게 생긴 책벌레의 마디마디를 꿈틀거리므로 움직이며 책을 갉아 먹는 책벌레에서 디자인을 가져왔다. 이유를 듣고 보니 서가 한 켠에 사각사각 책을 갉아 먹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어린 시절 영어단어 외운다고 영어 사전 찢어 먹던 기억이 떠올라 몰래 나 혼자만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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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공간에는 “ㄱ”자로 된 다른 공간이 있는데 여러 개의 책상이 있어 관심 있는 책을 골라 편하게 앉아 내용을 읽어볼 수도 있다. 물론 서가 사이사이에 벤치형 의자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독서공간이며 문화공간인 이곳에 설치된 책상과 의자 앉아 진한 향 묻어나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더욱 편하게 볼 수 있다. 또 가끔은 저자 데이, 북 콘서트 등 관련된 행사를 볼 수 있고, 참여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또 하나 있다. 온종일 서가를 뒤지고 뒤져 찾아낸 보물 같은 헌책이 새 주인을 만나서 돌아가는 길도 편하다. 뒤편에 비록 유료주차장이지만 넓은 주차장과 노선버스가 있고, 바로 옆에는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이 있어 자투리 시간에 방문했어도 늦지 않은 시간에 다음 약속으로 갈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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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헌책을 모아 산더미처럼 비좁은 공간에서 판매하던 허르슴한 동네 책방들이 참여해 생각지도 못했던 깨끗하고 새로운 헌책방으로 탈바꿈한 곳이 바로 서울책보고이다. 그곳은 어떤 작가가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우며 영혼까지 탈탈 털어 써 내려간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서울책보고는 책 한 권이 출간된 이유를 짚어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된다. 작가의 혼이 담긴 책들이 출간되고 누군가의 호기심이나 필요에 의해 구입해서 읽고 또 읽혀졌으며 서재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다가 이유야 어떻든 돌고 돌아 이곳에서 또 다른 기회를 얻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 그런 점에서 서울책보고는 한 권의 '오래된 책'과도 같다.그러나 좋은 것이 있으면 부족한 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여 지금부터는 부족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부족한 것들을 말하면 더 좋게 보일 수 있는 방법들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현재 서울책보고에서 개최하는 여러 가지 책 관련 행사를 말하고자 한다. 

기존의 책 관련 행사 중 몇몇은 서울책보고가 추구하는 콘셉트에 따라 개최하고 있으나 몇몇 행사들은 꼭 서울책보고가 아니더라도 책과 관련된 기관, 도서관 등 어디에서 할 수 있는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함에도 서울책보고만의 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서울책보고는 현재 서울의 유일무이한 헌책 관련 복합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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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음악과 미술 등 예술 관련 책 관련 행사를 기획할 때 영업 종료 후 저녁 시간에 ‘와인에 빠진 음악과 미술, 와인에 빠진 연극, 재즈의 선율이 흐르는 책 낭독회 등으로 예술과 어울리는 아니 어울리지 않더라도 일종의 콜라보 개념으로 특정한 행사를 개최한다면 많은 이들이 호기심에 참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세시풍속과 관련된 절기에 어린이나 가족, 주부 등을 초청하여 ’떡 먹고 책 보고‘ 이런 식으로 절기의 세시풍속과 관련 도서 전시판매가 병행되는 행사를 개최한다면 좋을듯하다. 물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홍보 효과는 덤이다.

 


두 번째는 책 가지고 장난하기 같은 재미를 추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책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작품을 전시해서 많은 이들이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끝냈다는 해외 토픽에서 봤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브라이언 데트머 Brian Dettmer’라는 미국의 조각가가 오래된 교과서나 백과사전, 의학서적, 지도책 등 오래된 책들을 단지 오브제로 활용해서 조각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디테일이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책이라는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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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데트머 Brian Dettmer'의 작품들

 

이처럼 눈을 크게 뜨고 생각해보면 책은 서가에 꽂혀 박제된 모습이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고, 또 다른 형태의 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오브제를 활용해서 조각을 한다거나 책을 쌓아서 벤치를 만든다거나 하는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면, 헌책을 가지고 작가의 재해석을 통해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하는 전시가 될 수 있고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기껏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서울책보고 건물의 외형은 전혀 책보고 스럽지 않다

어찌 보면 어떤 기업의 창고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어떤 공장 같기도 해서 책이 가득한 책보고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보니 스스로 뻘쭘해지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이질감을 지우고 실내로 들어가면 반전이 있지만 말이다. 결국 호기심을 자극하고 책보고라는 이미지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물 외벽을 책과 관련된 그림을 그려 랩핑을 한다거나, 이달의 문학인을 서울책보고에서 선정하고 선정된 문학인의 얼굴과 대표작품의 글귀를 건물 전체에 랩핑을 하면 아마도 차갑게만 느껴지는 도시의 회색빛 철제로 된 현재의 모습에서 보다 서울책보고의 이미지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전철에서 내려다보이는 옥상에도 책 관련 구조물이나 그림이 들어간 랩핑을 한다면 더없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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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건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니까 한 가지만 더 보탠다. 서울 책보고 건물 앞에는 노선버스가 아닌 병원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헌데 건물 앞 인도는 매우 좁은데다 계절에 따라 비를 피하거나 눈이 시릴 정도로 내리쬐는 태양 빛을 피할 곳이 없다. 그래서 말한다. 건물 앞에 보행자를 보호하면서 계절적인 여러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책을 거꾸로 펼친 형태로 만든 캐노피를 설치하면 어떨까 말이다. 


네 번째는 홍보 방법이다. 

처음 서울책보고가 문을 열었을 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방문을 했다. 그 결과 세간의 입에 오르내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몇몇 미디어에 이색공간 또는 가 볼 만한 명소로 소개되고, 몇몇 드라마의 극 중 촬영공간으로 알려진 결과,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헌책방이 된 건 사실이다. 그 결과 서울시에서 서울책보고를 표방하는 제2의 공간을 오픈을 준비 중이고 추후 제3, 제4의 공간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대다수 시민은 헌책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서울책보고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며 서울책보고 운영팀에서도 홍보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성공적인 홍보 방법일까를 고민해보니 결국 귀착되는 건 소셜미디어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생활 속에 가장 깊숙이 파고들어 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것을 홍보의 방법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행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흔히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행한 일들, 먹는 거, 입는 거 등 생활의 일부를 골라 포스팅할 때 자랑하지 않는 듯 자랑하면서 사람들의 호응을 기다리는 게 하나의 습관처럼 은근한 자랑질을 해왔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 실시간으로 포스팅되는 수많은 은근한 자랑의 글들) 

러나 사실 소셜미디어의 기본 원칙은 '자랑하려면 대놓고 하라'다. 이제부터라도 서울책보고는 이러이러한 공간이니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는 은근한 자랑이 아닌, 이런저런 책들이 있는데 가격 또한 OO얼마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싸니깐 와라, 이런 사람도 왔었고 이런 드라마도 찍었고라고 대놓고 자랑질 하는 홍보 방법으로 생각의 전환을 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책보고 서가에는 누군가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그저 서가에 꽂힌 채 하세월 안 팔리는 책들이 수없이 많다. 

물론 안 팔리는 책들조차 헌책임에는 분명하나 어찌 보면 서울책보고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서가에 있는 모든 책은 입점한 헌책방의 위탁판매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한다. 헌책을 유통시켜 새로운 구매가 이루어지는 선순환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 아니면 2년에 한 번은 누군가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책들을 위해 무료 나눔 행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입점한 헌책방과 선 협의가 이루어져야겠지만 말이다. 

 


이상과 같이 생각나는 대로 구시렁거려 보았는데 이러한 구시렁거림은 서울책보고가 추구하는 헌책의 선순환이 더 좋은 공간,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서울책보고를 표방한 제2, 제3의 책보고가 건립되어 헌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발길을 서울책보고로 항한다. 나만을 위해 꽁꽁 숨겨진 보물, 꼬리꼬리한 냄새 폴폴 풍기는 헌책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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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한국축제문화연구소 대표연구원, 관광학박사

 

“축제는 삶이다.”라는 모토속에서 언제나 축제 현장에서 발로 뛰며 연구하는 축제학자입니다.

이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장에서 축제와 공연 그리고 이벤트 연출을 해왔고, 

뒤늦게 학위를 취득해서 대학에서 축제 이론 정립을 위한 연구와 강의를 해왔으며,

 지금은 한국축제문화연구소를 설립해서 대표연구원으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축제 평가연구와 외국의 축제 현장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