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2024년 1분기 구매 독립출판물 (여행마을 구매)
거울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어쩜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섞였을까? 둥근 코는 아빠, 둥근 눈은 엄마. 둥그런 얼굴에서 엄마와 아빠를 발견하다 보면 문득 아득한 기분이 든다. 두 사람이 만나 내가 된 그 과정이 기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적은 현재 진행형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뿌리내리지 못하고 공중을 떠다니던 불안한 젊은 날에, 갑자기 쌍둥이 강아지 형제가 나타났다. 온종일 내 움직임을 따라다니는 초롱한 눈빛, 끌어안으면 목덜미에서 옅게 나는 지렁이 냄새,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평온한 숨소리, 반짝이는 털 결이 내 하루에 섞였다. 불안과 혼란보다 두 마리 강아지의 존재감이 더 커졌을 때, 나는 드디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얽히고설켜 한 그루의 연리목으로 자랐다.
우리는 어떻게 이 넓은 우주에서 만나 하나가 되는 기적을 이뤘을까? 나는 나의 안정감과 평화를 만들어 낸 공을 자연(自然)에게 돌린다. 열역학 제2법칙. 시간은 무질서를 지향한다. 우리는 오롯이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주변에 무언가 있다면, 반드시 그 무언가와 혼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니까 ‘섞임(Mix)’은 자연의 법칙이다. 그래선지 모든 섞임에는 울림이 있다.
편집장 박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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