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우리는 생략될 때 서로를 읽는다”
우리는 “얼음”이 될 수 있고, “무엇이든 얼릴 수 있”다(「지붕 버리기」). 또 우리가 고개를 돌리면 “담이 생기”고, “담”은 점차 우리의 일부가 된다(「파수꾼」). 우리는 존재가 되고 존재를 파생시킨다. 파생한 존재는 나와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마침내 분별할 수 없는 우리가 된다. 조금 단순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네모였다가 동그라미였다가 모양이 변하는데도 너”라고 느끼는 만큼의 너를 끌어안은 채 서로의 끝(경계), 서로의 담장을 짊어진 파수꾼이 된다(「지붕 버리기」). 나의 테두리가 아니라 너의 테두리를 지킬 때, 비로소 너는 내 안으로 들어와 우리가 된다. 그러니까, 마침내 도달한 우리라는 인식 안에는 이런 우주와도 같은 과정이 무수하게, 정말 무수하게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무한한 풍경을 상상하면 이 세상은 아름답기도 하고, 또 끔찍하기도 한 것이다. (이상 우다영 소설가의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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