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비에도 지지 않고』에 이은 미야자와 겐지 컬렉션 둘째 권
한 그루 은행나무에서 길어 올린 자립과 이별의 순간!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고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믿었던 미야자와 겐지의 철학과 섬세한 감성, 탁월한 상상력과 언어 감각이 빚어낸 걸작이다. 은행나무를 어머니로, 은행 열매를 아이로 빗대어 삶의 통과의례인 ‘자립’과 ‘이별’의 순간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뭉클하고도 경쾌하게 펼쳐냈다.
올해 태어난 천 명의 은행 아이들이 한꺼번에 여행을 떠나는 날, 어머니 나무는 너무 슬퍼서 황금 머리카락을 모조리 떨군 채 말이 없고,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로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눈다. 마침내 북풍이 불어오자 아이들이 비처럼 뛰어내리고 어머니 나무는 죽은 듯이 서 있다.
이별함으로써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어머니 나무는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길을 안내하는 북풍이 있고 온 힘을 다해 눈부신 빛을 던져 주는 해님이 있으니, 그 길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자기 역할에 충실한 은행나무의 삶은 언젠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이름이 같은 오이카와 겐지의 단순하고 절제된 그림, 박종진 번역자의 정갈한 우리말이 만나서 은행 아이들과 어머니 나무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은행나무 열매』, 단행본 그림책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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