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2018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대상, 2020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쓰는 사람, 이은정 작가의 산문집
오늘도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씁니다
끝까지 ‘전업 작가’로 살겠다는 쓰는 사람, 이은정의 생활 기록
이 책은 ‘읽고 쓰는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 이은정 작가의 생활 산문집이다. 흔히 우리가 ‘전업 작가’를 떠올리면 다소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은정의 생활 산문은 우리가 작가에 대해 품고 있던 환상을 깨뜨린다. 한겨울에 기름보일러를 땔 기름이 없어서 장갑을 끼고 글을 쓰고, 쌀 살 돈조차 없어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며 글 값 좀 달라 해야 하는 삶. 가난한 전업 작가 이은정은 때로 궁핍한 생활에 지치기도 하고, 문학을 집어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턱 끝까지 차오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작가 이은정은 자신의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응원을 건네주는 사람들 덕에 끝까지 작가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은정의 이 말은 독자들이 전하는 응원과 위로가 곤궁한 작가에게 얼마만큼 크게 가닿는지 가늠해보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가 당장 내일이 막막한 오늘을 살아내면서도 문학을 향해 나아가는 이은정 작가를 문학이 외면받는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작가로 사는 삶’의 고단함을 알아차리길 바란다. 생의 마지막까지 작가로 살겠다고 다짐한 이은정에게 독자의 응원이 꿈으로 향하는 더 큰 확신으로 더해지면 좋겠다.
눈길이 닿는 곳, 발길이 향하는 곳에 사랑을 보내자
그렇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마음 수리공이 된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특별한 이벤트 없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매일매일을 살면서도, 작가는 그 안에서 다른 누군가와 기쁨을 주고받았던 순간들을 포착하여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이은정의 마음가짐과 시선은 읽는 우리로 하여금 무심코 흘려보냈던 일상 속 행복을 깨닫게 한다. 이은정이 나열하는 따뜻한 날들의 기록은 소소해서 더욱 특별하다. 전세든 월세든 좋으니 들어와서 살라고 말해주었던 집주인 아주머니, 자신에게 마음 수리공이라고 말해주었던 전기 수리공 아저씨, 반찬을 나눠주고 싶어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까지 찾아왔던 이웃집 할머니…. 이은정이 써 내려간,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은 날들의 기록은 우리가 크고 작게 응원과 사랑을 주고받았던 경험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손해 보고 싶지 않아 마음을 숨기며 점점 고립되어 가는 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먼저 마음을 쓰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은정의 글은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고립감과 외로움을 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서로의 마음 수리공이 되어줄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되어줄 것이다.
비로소 애틋해진 나의 하루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것들에 대하여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인생의 실패가 자신을, 그리고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고 밝힌다. 여러 모양의 아픔을 수도 없이 겪으며 때로는 무너졌지만, 과거의 아픔이 자신을 성숙시켰음을 글을 통해 보여준다. 이은정이 적어 내려간 실패의 기록은 취업, 연애, 꿈,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는 우리에게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다고, 처음이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너그러움이 되어준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더 성장하고 온전해진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계속해서 흔들리는 듯한 삶의 지반에 서툴게라도 발을 내디뎌본다. 더디게 나아가지만 물러나지는 않는다. 획일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작가의 용기는 흔들리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실패의 기록을 통해 희망을 비춰내는 이은정의 글이 독자분들의 마음에 희망의 빛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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